▲ 전태일재단은 30일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이소선 어머니 삶과 정신-뭉쳐야 산다. 그래야 이긴다'를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마흔 살까지 이소선은 전태일의 어머니였다. 그로부터 다시 마흔 해는 이소선의 아들이 전태일이었다. 어머니는 전태일을 두 번 낳았다.”(백무산, 2011)

2011년 9월 3일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영면한 지 5년, 1929년생이니 생존했다면 올해 88살이 된다.

‘죽지 말고 싸우라’는 이소선 어머니의 처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건 노동자들의 항거가 끊이지 않을 만큼 노동자의 현실과 노동운동은 심각한 위기에 몰려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태일재단(이사장 이수호)은 ‘이소선 어머니’ 5주기를 맞아 30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이소선 어머니 삶과 정신-뭉쳐야 산다. 그래야 이긴다'를 개최했다.

▲ 인사망을 하고 있는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왼쪽부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수호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어머니의 삶과 정신을 되새기면서 어려운 상황 속에 있는 우리가 어떻게 어머니의 정신을 살려내고 본받을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오늘 어머니 돌아가신지 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토론회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토론회는 박승흡 <매일노동뉴스> 회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이 ‘이소선 어머니와 노동운동’을 주제로 발제를 하고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 이승철 민주노총 사무부총장,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토론자로 나섰다.

▲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원보 이사장은 이소선 어머니의 삶을 전태일 열사의 분신 항거 전까지 41년간의 파란만장한 전반기와 이후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난폭하기 그지없는 권력과 자본의 횡포와 맞서 제2의 인생을 살았던 사회운동가로서의 40년으로 정리해 발표했다.

이 이사장에 따르면, 이소선 어머니는 죽음을 건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혼신의 노력이기도 했지만, 아들의 분신 이후 노조설립운동과 민주화운동, 통일운동 등 모든 투쟁에 앞장섰고 성공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대담하게 나섰다.

늘 앞장은 섰지만 끝까지 혼자서만 앞장서지 않고 대중과 함께 싸우는 과정을 거치면서 현장성과 식견을 높여갔다.

그런가하면 분신한 아들을 찾기 위해 택시 대신 버스를 타고 간다거나 경황없는 와중에서도 분신한 아들의 말 한마디도 잊지 않을 만큼 자제력이 있고 즉흥적이지 않으며 사려 깊었다.

이 이사장은 이소선 어머니의 이 같은 투쟁가로서의 특징은 누구보다도 못한 밑바닥의 삶을 살면서 체득한 지혜도 있었겠지만, 아래로부터 노조운동, 민주화운동이 벌어지던 시기에 스스로 배우면서 남들도 가르쳤던 것에서 연유한다고 해석했다.

또 이소선 어머니는 노동운동과 관련해 언제나 “노동자는 하나가 되어야 이긴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갈라져 있어서는 안 된다. 정규직, 비정규직 갈라져선 안 된다”며 단결과 연대, 통일을 향한 열망을 표시했다고 기억했다.

아울러 전태일 열사의 분신 항거 후에 스스로를 던져 난국을 헤쳐 보려는 노동자, 학생들이 늘어나는데 대해 기회 있을 때마다 “더 이상 죽지 말고 싸워라”고 강조했으며, 역사는 발전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분명히 표시하는 등 남다른 식견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 이사장은 현재의 노동운동 상황에 대해 “양대노총이 연대의 영역을 넓히려 노력하고 제조, 공공부문 노조의 공동투쟁 또는 조직적 연대가 구체화하는 경향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총자본의 분할통치 전술에는 여전히 취약한 모순을 안고 있고 조직노동 사이에도 조직적, 이념적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며, 노동자 계급 내부에 성별, 고용형태별, 기업규모별, 국적별 차별과 격차가 심각하게 강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노동자의 총단결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해답을 찾는 것은 이소선 어머니의 헌신과 열망에 답하는 것이며 노동운동의 방향을 재정립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토론에서 “역사적으로 안주는 분열과 위기를 낳으며, 위기는 노동운동의 연대와 통일을 요구한다”며, “2020년 전태일 열사 50년을 맞아 잠정적이지만 양대 노총의 통합이라는 목표를 정해서 하나가 되도록 목적의식적으로 노력하자”고 역설했다.

▲ 이승철 민주노총 사무부총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승철 민주노총 사무부총장은 이소선 어머니의 가르침에 대해 ‘낮게, 함께, 그리고 옳게’라는 표현으로 압축해 발표했다.

이 사무부총장은 “오늘날의 전태일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중소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일 것”이라며, “전체 민주노총 조합원의 35~40%정도가 비정규직이고 건설산업연맹과 공공운수노동조합은 전체 조합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채워져 있으며, 16개 산별연맹 중 3개 산별연맹이 비정규직으로만 구성돼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조에 가입시키는 일에만 함몰됐었다는 자성과 함께 공단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 전에 먼저 내 공장의 비정규직을 정규화하고 민주노총 대의원 등 의결기구에 비정규직의 의사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조직문화혁신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성장국면에 접어든 노동시장의 변화를 살펴보면 앞으로 임금교섭은 물론 더 나은 근무환경도 기대할 수 없을 만큼 노동운동의 환경은 더 나빠질 것이라며, 이럴 때 일수록 노동운동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연구위원은 “근본적으로 바뀐 환경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고 무조건 단결만 강조하는 운동으로는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현재 노조의 폐쇄적인 구조를 개방해서 더 많은 외부자들이 그 문호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과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는 각각의 운동이 갖는 고유의 특성을 설명하면서 “목표는 하나이더라도 단결과 투쟁은 다양한 형태여야 하며, 양대노총이 그걸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노동조합 소속 정규직 노동자들과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들에게 노동악법의 고통은 서로 다른 지점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건 인권문제라고 생각하자”는 것이다.

한편, 전태일재단은 9월 3일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 이소선 어머니 5주기 추도식을 갖고 이날 오후에는 전태일다리에서 제2회 전태일거리 축제 ‘청계울림’을 개최한다.

9월 21일부터 10월 10일까지 3주간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예술인들이 ‘어머니의 대지’라는 제목으로 추모전시회를 개최하며, 10월 23일 마포아트센터에서는 '이소선 합창단'의 특별공연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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