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선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와 통일위원회 위원장, 연세대 명예교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 이하 교회협) 화해·통일위원회(위원장 노정선 교수, 이하 화통위) 22명의 대표단은 지난달 18일부터 30일까지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인디애나폴리스, 워싱톤을 돌며 “한반도 평화조약체결을 위한 국제 캠페인”을 진행하고 돌아왔다.

이 캠페인은 지난 2013년 부산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가 세계교회와 함께 한반도의 정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 전환하는 일에 동참하기로 결의한 바에 따른 것이다.

교회협은 이 캠페인을 통해서 미국교회에 한반도 평화조약의 중요성을 알리고 서명운동 참여를 독려하며, 미국 정계에도 한반도 평화조약체결의 절실함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캠페인은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국내 지역본부에서도 진행되며, 내년에는 유럽, 2018년에는 아시아권에서도 진행될 예정이다.

4대의 벤에 몸을 싣고 미국 동·서부를 누비며 설교와 토론, 캠페인을 벌이고 세계 각국에서 1만4,000여 명이 보내온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 촉구 청원서’를 전달하고 돌아 온 노정선 교회협 화통위 위원장의 ‘한반도 평화조약체결을 위한 국제 캠페인’ 일지를 전제한다. <편집자 주>

 

이 캠페인의 목적은 한반도 평화조약체결을 위해 미국 교회의 참여를 독려하고, 미국 정계에 한반도 평화조약체결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있었다.

19일 로스앤젤레스 임마누엘 장로교회에서 현지 평화활동가들과 평화조약의 필요성과 상호 지속적인 연대에 대해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는 윤길상 목사(연합감리교회, UMC), 천진석 목사(제자회), 김기대 목사(평화의 교회, PCUSA) 등 15여명의 현지 목사들과 클레어몬트 대학의 존 캅(John Cobb) 교수, LA 시국회의, 동포연합 등의 대표가 참석했다.

▲ 7월 19일 오후 LA연방청사 앞에서 평화조약체결 촉구 및 사드반대를 위한 연대집회를 개최했다. [사진제공-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와통일위원회]

참석자들은 분단체제의 실상을 알리고 한반도의 정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 바꿀 것을 호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교회협의 설명에 동의를 표하면서 연대를 다짐했다. 이어 오후 2시에는 LA 연방청사로 자리를 옮겨 약 45명이 참여한 가운데 평화조약체결 촉구 및 사드 반대 연대 집회를 개최했다.

23일 시카고에 도착한 캠페인 대표단은 시카고 제일연합감리교회(담임목사 김광태)에서 미국연합감리교회 정희수 감독과 미국한인연합감리교회 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우경아 목사 등을 비롯한 30여 명의 목회자가 참석한 가운데 본 캠페인의 목적과 취지 등을 공유하였고, 시카고 지역 서명자 명단을 전달받았다.

24일에는 시카고 제일연합감리교회(UMC-한인교회), Geneva Church(연합교회), Holy Covenant Church(연합감리교) 등 세 곳에서 전용호 목사, 노정선 목사, 이문숙 목사가 ‘분단으로 인한 상처의 치유와 평화를 위한 조건 없는 헌신’에 대해 설교를 하고, One in Christ Episcopal Church(성공회)에서 유시경 신부가 예배를 집례하였다.

캠페인 대표단은 예배에 앞서 각 교회 성도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의 목적과 취지를 설명하였으며, 성도들은 예배 가운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로 연대하였다.

예배를 마치고 인디애나폴리스로 이동하여 연합교회(UCC)와 제자교회, 그리고 두 교단이 공동으로 조직한 세계선교회(GM)와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세계선교회 동아시아국장인 샤이롱 주(Xiaoling Zhu) 목사는 “한반도 평화조약은 하나님의 미션이며 함께 연대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협력을 다짐하였다.

▲ 미 연합교회(UCC)와 제자교회, 그리고 두 교단이 공동으로 만든 세계선교회(GM)와 만찬을 함께하며 한반도평화조약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사진제공-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와통일위원회]

또 미국 제자교회 총회장이며 미국 교회협 의장인 샤론 왓킨슨은 25일 오전 한반도 평화통일 간담회를 주재하면서 한반도 사드배치에 대해 교단의 입장과 배치된다는 점을 확인하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연합교회와 제자교단은 한반도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서신을 전달했다고 알려왔다.

이날 캠페인 대표단은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제자교회와 GM의 주선으로 조 도넬리(Joe Donnelly) 상원의원과 안드레아 칼슨(André Carson) 하원의원을 방문하여 보좌관들과 면담을 했으며, 또 다른 한 그룹은 인디애나폴리스 광장에서 거리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상·하원 의원 보좌관과의 만남에서는 남북의 기독교인들이 정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 대체하는 것을 얼마나 희망하는지, 분단의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 남한의 국가보안법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설명하고, 핵전쟁의 위험을 끝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화와 평화조약 체결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하였다.

보좌관들은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군사적인 답변 대신 대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였다.

26일에는 워싱턴 D.C.에 소재한 감리교 빌딩에서 미국 교회협 총무인 짐 윙클러(Jim Winkler) 목사의 초청 만찬을 시작으로 3일간의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캠페인 열흘째인 27일부터 캠페인 대표단은 워싱턴에서 미국 정계의 여러 관계자들과 만남을 시작했다. 첫 회담은 미국 상원 국제관계위원회 동아시아소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 가드너(Gardner) 상원의원 사무실에서 한반도 담당 보좌관인 트렌트 비숍(Trent Bishop)과 한 시간에 걸쳐 회의를 진행하였다.

이 자리에서 그동안 접수받은 평화조약체결 청원서 복사본을 전달했다.

이어 미 하원 아시아태평양위원회 의장 비서관인 조나단 사라거와 한 시간여에 걸쳐 회의를 진행하였다. 그는 지금 북한 인권관련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에 우리는 미국이 북한 인권상황을 문제 삼는 적대정책을 버리고 대화와 상호공존을 향한 평화정책에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압박이 아닌 대화만이 북한의 인권을 증진하는 길이라는데 대해 열심히 설명하였다.

이날 오후에는 존스 홉킨스대학의 존 메릴(John Merrill) 박사와 한 시간가량 대화를 나누었다. 지난 30년 동안 미 국무성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루어 온 그는 미국이나 한국 정부가 얼마나 왜곡된 역사를 만들어내는지를 잘 알고 있었고, 특히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는 매우 우려하고 있었다.

그는 탈북자들이 미국에 와서 의회나 교회와 같은 여러 집회 장소에서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해 여러 가지 증언을 하고 있는데, 그들은 그 증언으로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그동안 그 사람들이 행한 대부분의 증언들이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1970년대 군산 미군기지에 핵탄두 300개가 있었다거나 한국전쟁 전에 남한의 해안경비대가 북한의 몽금포 해군기지를 기습해 이를 초토화시켰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역사에는 감추어진 진실이 많다고 말하였다.

결론적으로 그는 이제 대북 적대정책은 실패했고, 지금의 막힌 난관은 대화로만 타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후 3시에는 국무부로 가서 북한인권대사인 로버트 킹(Robert King)과 숀 케이시(Shaun Casey) 미 국무부 종교담당 특별대표를 대신하여 참석한 보좌관과 한 시간 회담을 가졌다.

김영주 총무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내는 평화조약체결 청원서 복사본을 로버트 킹 대사에게 전달하면서 “인권이 완벽한 나라는 없으며, 인권을 가지고 압박하기보다는 인권이 개선되도록 국제사회가 북한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제는 미국이 기독교 국가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상호 존중의 정신에 따라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외교정책에서 대화를 통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고 이를 위한 첫 단계가 바로 북한과 미국의 평화조약이다" 라고 강조하였다.

28일 오전 9시 감리교빌딩에 다시 모인 우리는 미국 교회협의회와 함께 일하는 평화일꾼들이 북한을 위해 일해 온 사역 얘기를 경청했다.

미국 NCC 소속 38개 교단 중 한반도문제를 위해 분투하고 있는 UMC, PCUSA, 성공회, 메노나이트 교회, 퀘이커, 팍스 크리스티(천주교), 메리놀 선교회 등의 대표자들과 함께 한반도 평화통일에 관한 공동협의회를 가졌다.

두 총무의 인사말이 있은 후 우리 측에서는 노정선 교수가 대표발언을 하였고, 특별히 흑인 최초로 PCUSA 총회본부 총무(the Stated Clerk)로 선출된 넬슨 목사가 참석하여 지난 6월 PCUSA 총회의 한반도 결의안에 대하여 설명하고 미 장로교가 남북한 평화통일과 화해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다짐하였다.

특히 퀘이커인 American Friends Service의 댄 야스퍼(Dan Jasper)는 직접 저술한 "북한에 대한 포용(Engaging North Korea)"란 제목의 책자에서 과거 쿠바나 베트남, 라오스 등 적대 국가들과의 정상외교 전에 미국 국회의 지도력과 재정 도움으로 민간인들의 만남과 문화 교류가 선행되었던 사례들을 나열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함을 역설하였는데, 현재 많은 의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고 하였다.

이어 2,000여 미국 언론을 대상으로 화상 기자회견을 진행하였고 약 90명의 기자가 참석하였다. 한미 양 교회는 이 회견에서 “워싱톤 호소문”을 발표했다. 워싱톤 호소문은 △제재보다는 대화 협력 △군사적 대치 해소 (사드배치 철회)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였다.

아울러 미국 교회는 교인들을 대상으로 한반도 평화와 화해에 대한 교육을 널리 확산하고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속적인 로비활동을 확산키로 하였다.

▲ 캠페인 기간 중 미국 교회협의호 소속 38개 교단 중 한반도문제를 위해 분투하고 있는 UMC, PCUSA, 성공회, 메노나이트 교회, 퀘이커, 팍스 크리스티(천주교), 메리놀 선교회 등의 대표자들과 함께 한반도 평화통일에 관한 공동협의회를 가졌다. 공동협의회는 20년만에 개최된 것이다. [사진제공-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와통일위원회]

약 20여년 만에 개최된 공동협의회에서 양 교회의 연대와 헌신을 확인하고 내년에는 미 NCC의 대표단을 한국에 초청키로 하였다.

화상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일부는 백악관 안으로 들어가서 관계자들과 회담을 갖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내는 한반도 평화조약체결 청원서를 전달하였으며, 나머지 일행은 백악관 앞에서 “한반도 평화조약 지금 당장”, “사드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피켓 시위를 하였다.

백악관 안에 들어갔던 팀이 나온 후, 함께 구호를 외치고 미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CUSA) 총무인 짐 윙클러(Jim Winkler) 목사의 기도로 모든 공식적인 순서를 마쳤다.

윙클러 목사는 백악관 앞에서 이렇게 구호를 외치는 피켓 시위는 처음이라고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였다고 말하였다.

(이 참관기는 다른 매체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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