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일 경북 성주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로써 형식적으로는 사드 배치와 관련한 일련의 과정은 끝난 듯 보입니다. 그러나 내용적·현실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러 뒷말과 함께 새로운 갈등과 분란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사드 배치 과정을 잠깐 복기해 봅시다. 정부가 사드 배치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건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이며, 이어 북한이 2월 7일 위성을 발사하자 당일 미국과의 사드 배치 공식 협의를 선언했습니다. 이후 사드 도입 필요성 자체에 대한 논란이 시간을 끌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습니다. 그러다가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화성-10호’(무수단)를 발사해 성공했다고 하자 한미간 사드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드 도입 필요성 문제, △사드 효용성 문제,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투명성 문제, △소통 문제 등이 제기돼 논란이 눈덩이처럼 커졌습니다. 특히 국방부는 지난 8일 사드 배치 결정을 전격 발표하면서도 배치 지역은 “수 주 내에 발표하겠다”고 보류했는데, 이때부터 지역 선정을 두고 새로운 혼란이 시작됐습니다. 경기 평택·오산, 경북 칠곡, 충북 음성, 경남 양산 등을 거쳐 ‘폭탄 돌리기’를 하더니 5일 만인 13일 경북 성주로 지역을 확정 발표한 것입니다.

얼떨결에 폭탄을 안게 됐으니 성주에서 난리가 난 것은 당연합니다. 오죽하면 전국적으로 명성 있는 ‘성주 참외’가 졸지에 ‘사드 참외’로 개칭됐겠습니까. 게다가 사드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보호할 목적이 아니라 미군 기지를 보호할 목적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아예 중국 사람들 사이에선 방어용 미사일인 사드가 중국본토 공격용 무기라는 끝 모를 소문마저 돌고 있습니다. 사실과 풍문과 괴담이 뒤섞여 퍼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성주는 사드 배치 최적지”라며 “지금은 사드 배치와 관련된 불필요한 논쟁을 멈출 때”라고 말했는데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입니다. 논쟁거리를 부추겨놓고는 침묵하라는 것은 현실을 농락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논란과 갈등을 정부는 왜 미리 예상하지 못하고 또 대비하지도 못했던 걸까요. 무슨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사드 배치 과정을 투명하게 하지 않고 서둘렀다는 건 누군가에 의해 쫓겼다는 것입니다. 숨이 찰 정도로 쫓겼다면 국민에게 최소한의 설득과 소통을 할 여유조차 없었겠지요. 현 정부 임기 안에 사드를 배치해야 하니까 물리적으로 지금 사드 배치 결정과 배치 지역 결정을 해야 한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우연이 아닌 셈이 되었습니다.

또한 사드 배치로 인한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게 나왔습니다. 사드 배치로 얻을 군사안보적 이익보다 경제안보적 손해가 더 크다는 것입니다. 뻔한 셈조차 하지 못했다면 이 역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정상적이라면 손해를 보면서까지 자해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누구일까요. 사드 배치로 인해 손해를 입지 않고 이득을 크게 볼 나라이겠지요. 특히 사드가 겨냥한 북한과는 적대적 관계에 있고 중국과는 패권적 관계에 있는 나라이겠지요. 그리고 그 나라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군사적 충돌로부터 벗어나 있어야 하니까 동북아 바깥에 있겠지요. 미국밖에 없네요. 사드 배치 모든 과정에서 볼 때 한국이 미국에 종속돼 있다는 느낌을 저버릴 수 없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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