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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출석’, ‘비공개’ 법정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기자의 눈> 우리가 만나지 못한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2명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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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22  00: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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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해외식당 12명 종업원들에 대한 인신보호구제청구 재판에서 가장 큰 쟁점은 자발적 의사에 의한 입국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의혹에서부터 시작됐다.

국회의원 총선을 며칠 앞둔 지난 4월 7일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2명이 지배인과 함께 한국에 입국했다는 정부 발표는 여러모로 전격적이고 이례적인 일이었으며, 정치적으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수언론과 단체들은 물론 정부 일각에서조차 최근 이들 종업원들에 대한 인신구제청구와 이를 제기한 민변을 겨냥해 ‘북한의 선전공세에 놀아난다’고 공격하는 것은 일단 대단한 ‘적반하장’이다.

총선이 끝나고 여소야대로 드러난 민의는 이들에 대한 기획 입국설 등을 계속 제기했지만 지금까지 두 달 보름이 지나도록 이들 종업원들을 수용하고 있는 국가정보원 외에 이들을 직접 만나봤다는 믿을만한 제3자는 단 한명도 없다. 당연히 의혹은 사라지기는커녕 날로 커지기만 했다.

민변 이재화 변호사는 “객관적 기관의 조사가 없는 상태에서 유일하게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피수용자들(종업원들)이 법관의 면전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들의 접견과 종교인들의 면담이 번번이 불허되는 상황에서 인신보호법에 근거한 인신보호구제청구 재판에 사람들이 주목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이 재판정에서는 최소한 당사자들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서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걸 보고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미 가족관계와 변호인 위임관계를 소명하라는 보정명령이 이행됐다는 판단을 전제로 잡힌 21일 심문기일에서 재판부는 12명 종업원들의 불출석을 용인하고, 공개재판의 원칙을 애써 무시한 채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했으며, 녹음과 속기 등 재판 진행 과정에 대한 기록도 불허하는 등 전례 없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민변 변호인단으로부터 기피신청을 당하게 됐다.

재판장은 12명 종업원이 법정에 출석해 진술해야 한다는 소환장을 발부해 놓고도 이날 ‘피수용자인 식당 종업원들이 법정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는 국정원 대리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반면 종업원 재소환과 재판 속행을 요구한 민변 변호인단의 요구를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민변 김용민 변호사는 “당사자 본인의 출석이 굉장히 중요한 재판 절차 중의 하나”이며, “누구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재판부가 12명 전원을 소환했던 것인데, 오늘 재판 이후에는 소환하지 않겠다고 말해 안타깝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또 피수용자들의 안위와 관련되어 있다며,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하겠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종업원들이 법정에 나오지도 않았고 또 어떤 심리가 이루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런 결정을 한 것은 공개재판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그마저도 형사재판 일반 절차에 따라 방청석 입장은 시키고 개정선언을 한 후 비공개 사유에 대한 설명과 결정을 거쳐 진행해 달라는 변호인단의 요구 앞에 재판진행을 허둥댄 것은 볼썽사나운 모습이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이번 재판에서 민변이 심리기일에 앞서 신청한 녹음과 속기신청을 모두 불허했다고 한다. 불허사유는 마찬가지로 피수용인의 안위와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국가보안법 사건을 많이 취급해 본 민변 변호사들은 국정원의 블랙요원과 탈북자들도 많이 등장하는 재판에서도 녹음과 속기가 불허된 예는 단 한 번도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민변의 한 변호사는 “비공개 재판을 할 수는 있지만 나중에 누군가는 불복할 수 있기 때문에 조서에 재판장과 소송관계자가 어떻게 진술했는지를 기록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열람을 제한할 수도 있지만 기록은 생산해 두어야 한다”며, “이를 거부하는 것은 재판 진행의 불공정성과 위법성을 남기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이날 재판장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이전에 내렸던 보정명령이 아직 부족하다며, 북측 가족들이 위임장을 작성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과 서류 원본을 7월 6일까지 제출하라고 재차 보정명령을 했다.

또 ‘본인들이 거부한다는데 어떻게 데리고 오느냐. 다시 소환할 생각은 없다. (민변) 변호인들이 요구하는 대로 속행할 생각도 없고 오늘 모든 절차를 진행해서 종결하겠다’며, 소환장을 발부할 당시의 태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전날 재판정에 제출돼 민변 변호인들도 이날 법정에서 받아봤다는 ‘국정원의 답변서’이다.

답변서에는 피수용자들의 불출석과 비공개 재판, 녹음과 속기 불허 등의 이유와 근거가 밝혀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장과 민변 변호인단은 물론 국정원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들까지도 서면으로는 종업원을 만났다는 기록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날 법정에서도 우리는 정작 중요한 12명의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을 아직 대면하지 못했다.

‘국정원의 답변서’가 만능열쇠 노릇을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유이기도 하고 결코 그럴 수 없는 또 다른 근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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