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2명에 대한 인신보호구제청구 재판이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523호 법정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2명에 대한 인신보호구제청구 재판이 21일 오후 2시30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523호 법정에서 진행됐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재판은 담당재판부가 인신보호구제청구 대상인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법정 출석 소환장을 발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이 열리기도 전에 이미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재판부의 판단이 유포됨으로써 파행의 조짐을 보였다.

이들 종업원 12명 가족들의 위임을 받아 인신보호구제청구를 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2시간의 재판 끝에 재판부 기피신청을 내고 재판부 교체를 기다리기로 했다.

이날 재판은 2시간에 걸쳐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법정에는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이영제 판사와 국가정보원을 법률적으로 대리하는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 2명,그리고 민변 소속 변호사 8~9명이 자리를 잡았다.

국정원 참고인으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구 정부합동신문센터) 인권보호관인 박영식 변호사가, 민변 측 참고인으로 송환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 공민 김련희 씨가 참석했으나 12명 종업원들이 법정에 나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들은 별도의 발언기회없이 법정에서 나와야 했다.

담당 재판부는 개정 전부터 비공개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으나 민변 변호사들이 절차에 대한 이의를 제기해 이날 오후 2시 30분 방청객의 입장을 허용한 상태에서 비공개 재판을 밝힌 후 재판을 진행했다.

이영제 판사는 자리에 앉자마자 “피수용자(12명 종업원) 보호를 위해 인정하는 경우라고 판단해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하겠다”며 재판의 비공개 진행을 선언했으나, 민변 채희준 변호사가 개정 선언 후 비공개 진행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절차상의 하자를 문제 삼아 제동을 걸었다.

▲ 채희준 민변 통일위원장이 재판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채 변호사는 이어 “피수용자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수용자 보호를 사유로 한 비공개 재판은 부당하다고 판단, 이의를 신청한다”고 밝혀 잠시 휴정 상태가 이어졌다.

그러나 재판장은 “이날 심문내용에 따라 피수용자의 보호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변호사들의 이의를 기각했다.

재판을 마친 민변은 법원 정문 앞과 민변 사무실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갖고 이날 재판의 석연치 않은 점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재판부와 국정원을 성토했다.

채희준 변호사는 “이날 재판의 핵심은 북한 해외 식당 종업원들이 법정에 출석해 본인들의 진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민변은 그것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채 변호사는 “재판부는 ‘본인들이 출석을 거부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나도 그럴 생각이 없다. 오늘 모든 절차를 진행해서 종결하겠으니 별도의 보정을 기다린 다음 결정하겠다’는 생각으로 재판에 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날 재판부가 △피수용자들에게 소환장을 발부해 놓고도 재판정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답변하면서, △그것도 피수용인의 안위를 이유로 국가보안법 사건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비공개 재판으로 진행하고, △재판과정의 녹음과 속기신청을 불허하는 등의 상황에서 더 이상의 재판진행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민변 변호인단은 재판정에서 재판부 기피신청서를 작성한 후 제출했으며, 재판장은 10분 가량의 휴정 후 변호인단의 기피신청을 받아들여 재판을 종결하고 다음 기일은 추후 지정하겠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이재화, 채희준, 김용민 변호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재판부의 이와 같은 주요 결정은 모두 재판 하루 전날 제출된 국정원의 답변서를 근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변은 국정원 답변서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재판부도 변호인단도 재판 당시에는 숙지 하지 못했다며, '황당한 재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된 상황이어서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채 변호사는 기자회견 말미에 “변호인단이 상정했던 최악의 경우를 맞았다”며,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이재화 변호사는 “국제사회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중요한 재판인 만큼 이후 재판부에서는 더욱 신중한 재판을 받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 기피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단독에서 합의부로 바뀌며, 통상 15일 정도의 시일이 걸린다.

한편, 국정원이 지난 3일 북한 식당 종업원들에 대한 보호결정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이날 확인되면서 이 사안이 인신보호법상 쟁점사항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용민 변호사는 국정원이 이들 종업원들을 현재의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구 정부합동신문센터)에서 필요한 조사를 끝낸 후에도 정착교육을 위해 설립된 하나원으로 보내지 않고 계속 보호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거꾸로 이들 종업원들을 즉시 센터에서 내보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추가=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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