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결코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존재이다(아우구스티누스)


 위층 아기
 - 안도현

 쾅쾅쾅쾅 뛰어가면
 그렇지,
 일곱 살짜리일 거야

 콩콩콩콩 뛰어가면
 그렇지,
 네 살짜리일 거야


 고층 아파트에서 홀로 사시는 한 할머니는 소음을 견디지 못하신단다.

 조금만 소리가 들려도 벽을 마구 친단다.

 그러다 이웃주민들과 분란이 있게 되고 결국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단다.

 또 한 할아버지는 낡은 아파트에서 홀로 사시는데,

 밖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조금이라도 나면 뛰쳐나와 아이들을 혼내신단다. 
 
 그 분들은 정말 ‘사람 소리’가 듣기 싫었을까?

 우리는 산에 가서 새소리, 나뭇잎소리, 물소리를 듣기 좋아한다.

 그런데 왜 유독 사람 소리만 소음이 될까?

 우리 귀에 사람 소리가 소음으로 들리는 건, 우리가 서로를 미워하게 되어서일 것이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서로 경쟁하면서 큰다.

 서로 사랑하며 살고 싶은데, 자꾸만 미워하게 된다.

 친구가 공부를 못해야 내가 잘하게 되니까.

 옆에 앉은 동료가 승진을 못해야 내가 승진을 하니까.

 옆 가게가 망해야 내 가게가 흥하게 되니까.

 여기다 그 경쟁마저도 공정하지 않게 될 때 우리는 어떤 인성을 갖게 될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아리스토텔레스).

 따라서 앞으로 아파트를 건설할 때 층간 소음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해야 하겠지만 ‘공동체 생활’이 가능하도록 건설해야 할 것이다.

 3, 4천 명 정도가 더불어 살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 어릴 적부터 서로 경쟁하지 않고 각자 개성을 발휘하며 함께 살아 갈 수 있게 한다면 우리는 사람 소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들리게 될 것이다.

 강의 시간에 한 제자에게 들은 얘기다.

 교사를 하는 남편이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시키더란다.

 그런데 잠시 후에 TV를 켜더란다.

 우리는 조용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 소리를 듣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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