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탄도로켓 '대기권 재진입 모의시험' 이후 제5차 핵실험과 탄도로켓 발사를 시사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국가방위를 위하여 실전배비(배치)한 핵탄두들을 임의의 순간에 쏴버릴 수 있게 항시적으로 준비하여야 한다."(3월 4일자 보도) 
"서울시 안의 반동통치기관들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리며 진군하여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이룩하여야 한다"(3월 25일자 보도)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3월 들어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월 6일 4차 핵실험과 2월 7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한 달 동안 군사적 긴장을 높여온 것이다. 

<통일뉴스>와 통일부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김 제1위원장의 1/4분기(1~3월 27일) 공개활동 32회 중 군 분야는 20회이며, 이 중 15회가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5회 보다 많다.

특징적으로 지난 4차 핵실험이후 3월 27일까지 80일기간을 지난 3차 핵실험 이후 행보와 비교한다면, 당시 김 제1위원장의 군 분야 공개활동은 21회로 비슷하다.

이러한 김 제1위원장의 군 분야 공개활동 횟수가 많은 이유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3월 3일)와 뒤이어 실시된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연합군사연습, 쌍룡훈련 등에 대한 위기감으로 통일부는 분석하고 있다.

올해 1/4분기 김 제1위원장은 어떠한 군 분야 활동을 했으며, 현지에서 무슨 말을 했을까. 80일동안 김 제1위원장의 행보를 돌이켜보자.

▲ 지난해 12월 15일 김 제1위원장은 4차 핵실험 준비를 승인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지난해부터 준비한 4차 핵 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김 제1위원장의 군 분야 공개활동이 많아진 이유는 지난 1월초에 단행한 4차 핵실험부터이다. 북한은 당시 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조선노동당의 전략적 결심에 따라 주체105(2016)년 1월 6일 10시(평양시간, 서울시간 10시 30분) 주체 조선의 첫 수소탄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라고 발표했다.

여기서 밝힌 '전략적 결심'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5일 군수공업부가 올린 보고에 당 7차 대회가 열리는 2016년에 실험을 지시했다. 그리고 실험 준비를 마쳤다는 보고에 그는 1월 6일에 단행하라고 3일 최종명령을 내렸다.

지난 사례에서 북한의 핵 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등 대북 봉쇄가 강화되어 왔다는 점에서 김 제1위원장 스스로가 4차 핵 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반응을 모를리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4차 핵실험, 그것도 첫 수소탄 실험을 지난해 결정했던 것이다.

첫 수소탄 실험 이후 김 제1위원장은 인민무력부를 축하방문하고, 수소탄 실험 성공에 기여한 핵 과학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이들에게 국가표창을 수여했을 뿐, 군 분야 활동은 없었다.

핵 실험에 앞서 군 대연합부대 포사격경기가 열렸는데, 이는 연초 연례적인 군사활동이다. 2015년 1월 7일자 북한 매체는 군 비반충포사격 경기대회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이후 2월 2~3일 당 중앙위원회, 당 인민군위원회 연합회의 확대회의가 열렸는데, 여기서는 당의 유일적 영군체계 심화가 주문됐다.

그러다 북한은 2월 7일 오전 9시(평양시간)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 '광명성호'를 발사했다. 김 제1위원장은 발사 하루 전날 6일 '당 중앙은 위성발사를 승인한다'라고 서명했다. 이후에도 4차 핵실험과 마찬가지로 연회를 베풀고, 표창을 수여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1/4분기 군 분야 공개활동. 붉은 색은 공개활동으로 포함되지 않았다. [자료정리-통일뉴스]

UN 대북제재 결의와 한.미 연합군사연습에 '남조선해방'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라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논의하던 때, 김 제1위원장이 대연합부대 쌍방실동훈련을 참관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월 21일 보도했다. 같은 날 신문에는 항공 및 반항공군 전투비행사 검열비행이 열렸다. 이들 훈련은 당 7차 대회를 앞두고 군 상황을 점검하는 수준이었을 뿐이다.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가 지난해 '8.25합의' 이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고 B-52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 등장했을 때에도, 북한은 공식적인 반응 대신, '수소탄 평양시군민연환대회'에 참석한 김기남 당 비서가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은 벌써부터 심리전방송을 재개한다, 전략핵폭격비행대를 끌어들인다 하며 나라의 정세를 전쟁접경에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한 것이 전부였다.

정부가 2월 10일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선포하자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11일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해당 지역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한다고 맞섰을 뿐, 김 제1위원장의 군 분야 행보에 영향을 주지않았다.

그런데 이어 열린 백두산밀영결의대회(2월 12일)에서 박영식 인민무력부장이 "자주권을 침해하면 모조리 죽탕쳐버리겠다"고 공언했다. 육.해.항공 및 반항공군 장병 예식(2월 14일)에서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자주권을 침해하려고 조금이라도 움쩍한다면 침략의 본거지들을 무자비하게 죽탕쳐버리겠다"고 강조했다. 대북 제재가 논의되던 시점이다.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2월 17일자 사설에서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돼 심각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면서 한반도 전쟁 대비를 주문했다.

흥미로운 것은 북한 주요인사들의 강경발언과 중국 관영매체의 한반도 전쟁 가능성 논설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발언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신년 대국민 담화에서 "전체주의 체제에 대한 가장 강력한 위협은 진실의 힘"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북한 정권은 고통 받는 주민은 철저히 외면한 채 오직 핵과 미사일 개발에만 몰두함으로써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국회 연설(2월 16일)에서 "북한 정권이 핵개발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며 북한 붕괴론을 암시하기도 했다.

▲김 제1위원장이 신형 대구경 방사포 사격 결과를 영상으로 보고 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 북한 전략군 서부전선타격부대의 탄도로켓발사 훈련. [자료사진-통일뉴스]

그리고 결국 북한 최고사령부는 23일 중대성명을 발표, 1차 타격대상은 청와대라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의 북한 붕괴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움직임,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앞두고 B-52 전략폭격기, F-22 랩터 스텔스기, 핵잠수함 '노스캐롤라이나호, 핵 추진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호'의 한반도 전개와 여기서 '작전계획 5015'의 참수계획 등 실시에 대한 반발이었다.

이어 북한 내부에서는 입대자와 복대 탄원자가 150여 만명으로 늘었고, 김 제1위원장은 이들에게 감사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유엔 안보리가 3일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를 채택했으며, 이튿날 김 제1위원장의 신형대구경방사포 시험사격 현지지도 기사가 북한 매체에 일제히 보도됐다.

이 자리에서 김 제1위원장은 "정세는 더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는 험악한 지경"이라며 "우리의 군사적 대응방식을 선제공격적인 방식으로 모두 전환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실명비난하며, "국가방위를 위하여 실전배비(배치)한 핵탄두들을 임의의 순간에 쏴버릴수 있게 항시적으로 준비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대해 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으로 "미국을 비롯한 대국들과 그 추종세력들이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노골적으로 짓밟는 길에 들어선 이상 우리의 단호한 대응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며 "우리의 대응에는 강력하고 무자비한 물리적 대응을 포함한 여러가지 수단과 방법들이 총동원될 것"이라고 입장을 분명히했다.

이어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연합군사연습 개시일인 7일 북한 국방위는 성명을 통해 "적들이 강행하는 합동군사연습이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에 대한 가장 노골적인 핵전쟁 도발로 간주된 이상 그에 따른 우리의 군사적 대응조치도 보다 선제적이고 보다 공격적인 핵타격전으로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를 증명하려는 듯, 김 제1위원장은 핵무기 병기화 사업(9일) 현지지도 자리에서 "핵탄을 경량화하여 탄도로케트에 맞게 표준화, 규격화를 실현했는데 이것이 진짜 핵억제력"이라고 밝혔다. 북한 매체는 대륙간 이동식 탄도미사일(ICBM)급인 KN-08을 배경으로 탄두에 들어가는 핵탄두로 추정되는 구형 모형 앞에서 이야기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어 전략군 탄도로켓발사훈련(11일 보도)을 참관하며 핵공격 준비를 지시했고, 탄도로켓 대기권 재진입 환경 모의시험(15일자)에서 5차 핵 실험과 추가 장거리 로켓 발사를 지시했으며, '대출력 고체 로켓 발동기 지상분출 및 계단분리 시험'(24일)을 참관했다.

▲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핵탄두를 경량화했으며, 탄도로켓에 맞게 표준화·규격화를 실현했다고 밝혔다. 사진의 은색 구형 물체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급인 KN-08에 들어갈 핵탄두 모형으로 추정된다. [자료사진-통일뉴스]
▲ 김정은 제1위원장이 ‘대출력 고체 로케트 발동기 지상분출 및 계단분리 시험’을 현지지도했다고 북한 언론이 24일 보도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쌍룡훈련이 끝난 18일 이후 20일자 북한 매체는 남한 지역을 가정한 상륙 및 반상륙방어연습을 보도했다. 이보다 앞서 북한 총참모부는 12일 "적들의 평양진격을 노린 반공화국상륙훈련에는 서울을 비롯한 남조선 전지역해방작전으로, '족집게식타격' 전술에는 우리 식의 전격적인 초정밀기습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김 제1위원장은 신형대구경방사포 사격을 다시 참관(22일자)했으며, 전선대연합부대 장거리 포병대 지중화력 타격연습(25일자)을 현지지도했다. 

여기서 김 제1위원장은 "서울시 안의 반동통치기관들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리며 진군하여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이룩하여야 한다"면서 지난 12일 발표된 총참모부의 남조선 해방작전을 재차 언급했다.

김 제1위원장의 일련의 군 분야 행보는 '남조선해방작전'을 위한 군 부대 진격명령과 추가 핵 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명령서에 서명을 하지만 않았을 뿐, 할 수있는 모든 군 분야 공개활동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 군이 남한지역을 상륙하는 연습과 반상륙방어연습을 실시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 전선대연합부대 장거리포병대 집중화력 타격연습. 여기서 김 제1위원장은 "서울시 안의 반동통치기관들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리며 진군하여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이룩하여야 한다"고 말했다.[자료사진-통일뉴스]

그런 와중에 북한 전선대연합부대 장거리포병대는 26일 최후통첩장을 내고 박 대통령이 공개사죄하고 '정밀타격연습'을 고안한 이들을 공개처형하지 않을 경우, 군사행동에 돌입했다고 엄포를 놨다.

김 제1위원장의 군 분야 공개활동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상할 수 없다. 태양절(4.15)을 위해 외국인을 대거 초청하고 있고, 5월 당 7차 대회를 앞두고 '70일전투'를 진행하고 있어, 군부의 대남수위가 높아질 수만은 없다. 여기에 한.미는 북한 정권교체가 아닌 정권의 행태 변화라고 태도를 다소 바꾸는 모양새다.

하지만 한.미 연합군사연습은 4월 말까지 중단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북한이 쉽사리 대남 수위를 낮추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 제1위원장의 군 분야 공개활동도 당분간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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