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헌 / 동국대 북한학 박사수료

 

지금까지 함흥시와 평성시를 중심으로 북한의 시장 실태와 주민들의 시장 활동을 간략히 스케치해보았다. 지금까지 살펴본 북한의 시장 상황을 두 가지의 측면에서 간략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하나는 시장의 상점화이고 또 하나는 당국의 단속과 검열에 관한 문제이다. 이 두 측면을 살펴보면서 함흥과 평성을 통해 살펴 본 북한의 시장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하고자 한다.

시장의 발달은 다양한 수준의 시장으로 차등 발전하는 양상으로 전개되어 왔다.

2007년의 ‘시장 상점화’ 방침에 따라 기존 시장들은 <새동>과 <마당>으로 “구획분리”가 이루어진다.

<매점(새동)> “시장 상점화”를 내밀 데 대한 김정일의 2007년 방침에 따라 그 이후로 건설되는 시장 내에 마련된 독립건물을 가리킨다. <새동>에서는 양복, 섬유․일용, 조미료, 천․신발류, 공업품 등의 간판을 걸고 물품을 판매한다. 이에 비해 기존의 낡은 시장은 <마당>이라고 부른다. 이들 매점 내에는 <매장>이 들어선다. 예컨대 “학습장” 매장은 “섬유․일용” 매점 내에 위치하는 방식이다. 그 외에도 별도의 번호가 붙은 “매탁”이 있는데 이 “매탁번호”는 장세 관리 등 시장제도화의 중요한 계기이자 수단이 되었다.(주1)

‘시장 상점화’는 구획분리에 발맞춘 ‘개량’의 의미도 갖고 있었다. 즉 시장 상점화는 영세 상인들이 시장에서 배제되어 버리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의미가 있으며, 동시에 구획 내로 참여할 수 있는 상인들에게는 “공급자-수요자” 관계의 “안전, 위상, 편리 및 사회, 국가의 공공수익성 등의 질적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주2)

시장의 구획을 분리하면서 개량하는 작업이 서로 맺고 있는 이러한 기능적 연관성이 주는 북한 시장의 차등적 질감은 여타의 <마당> 시장들의 초라함을 비교해 응시해봤을 때 너무도 명확해진다. 이들 <마당>들에는 “역전장”, “(노약자들의) 단독장”, “골목장”, “다리목장”, “탄장” 등 장소를 불문하고 사람이 모이고 단속을 피할 수 있는 곳에서는 어디든 장터가 된다.

이들 <마당>의 상인들은 대체로 노동자 집안의 여성들로 밑천이 없어 새로 확장하는 공설시장에 진입하지 한 주민들로 구획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천의 이들에게는 이들을 쫓는 순찰대 보안원들과의 눈치싸움과 뒷거래에 시달린다.

이들 구획은 시장 상인의 빈부의 재생산을 이루어내는데, 이는 진입장벽과 관계한다. 구획분리는 허가된 구획 내의 자리 값의 상승을 부르고 이는 신규 가입의 진입장벽을 계속해서 높이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최초 진입에 막힌 밑천 없는 노동자들은 따라서 경제적 자립의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적 조치에 의해 시장상점화가 적극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하면서 발생하는 주요문제가 여기서 나오는 ‘장자리 값’이다. 전문매점 등 대형건축을 동반하는 ‘상점화’는 그 건설투자로 하여 부득이 상인(시장판매원)들의 장자리(부동산) 가격을 등귀시킨다. 시장구획은 새 건축구역인 ‘새동’과 낡은 구역인 ‘마당’으로 2분 되는데 이 시장들의 자리 값 등귀 기회는 자연히 령세 상인들을 배제하는 데로 흐른다. 한편 국가의 상점화 조치는 거리와 마을의 소규모장들과 골목장들의 폐쇄를 동반하는 정책과 일관 되어 있어 그 단속의 가속화를 불러 오고 있다. 하여 빈민들의 경제적 립지는 더욱더 약화되고 있는 바 령세상인들의 하루 매상고는 2천원에도 미치기 힘들다.”(주3)

그러나 이러한 구획분리에 의한 시장 관리는 안정적이지 않다. 예컨대 전국적 시장통제의 바람은 평성시장의 폐쇄로 치달았다. 평성광장과 도당 위원회 청사 옆에 위치해 있던 기존의 도매시장이 6월 중순경에 완전히 폐쇄되었으며 두 개의 구역으로 분산되어 축소된 상태로 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도매시장이 폐쇄되고 기존 구역장과 골목장 등이 확장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처럼 상점화 된 시장과 골목장 등의 상호 진입‧이탈의 동학과 메커니즘 등을 보다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작업은 향후 시장 세력의 역관계와 시장경제의 발전 양태 등을 논구할 때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 될 것이다.

2007년 10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는 지시문 「시장에 대한 인식을 바로 가지고 인민의 리익을 침해하는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저지하자」를 전국의 당 조직들에 배포하였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최근 시장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결론된 일반적 문제점들
1-1 시장은 인민들에게 생활상 편의를 주는 장소가 아니라 국가 규률과 사회질서를 문란케 하는 장소 …
1-2 시장은 반드시 극복하지 않으면 안되는 비사회주의의 소굴이다.

2. 구체적 문제점들
2-1 장사가 시장 밖으로 확대되고 있다.

2-4 장사군들이 남조선 상품을 리용하여 적에 대한 환상을 류포…(주4) (강조는 필자)

이 지시문에는 “시장이 우리식 사회주의 제도를 좀 먹고 … 온갖 비사회주의 현상을 낳는 곳으로 변질되였다”는 김정일의 비판이 인용되어 있으며 시장에 대한 인식을 바로 세우라는 ‘과업’에는 “아무리 발전된 사회주의 공업국가에서도 인민생활에 필요한 상품이나 농산물 등을 전부 국가가 생산 공급하기는 곤난하다”면서 “발전된 공업국가일수록 농민시장을 ‘상점화’하지 않으면 안된다”(주5)고 지적하고 있다.

국가가 공급할 수 없는 필수품들을 자체로 유통, 보급하는 역할을 긍정하면서 오직 ‘비사회주의’적 품행들에 단속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장 단속의 특징은 시장 활동의 ‘공간적 한계’를 구획 짓고 공간 내적으로는 사상과 품행의 ‘질서’를 세우는 데 맞춰져 있다. 요컨대 이는 좁은 의미의 ‘경제’활동 보다는 전반적인 사회 질서의 확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북한의 시장은 다양한 면모를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모호하고도 유동적인 상황에 맞춰 북한의 당국 또한 시장을 억압하기보다는 시장의 발달을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통제를 관철시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시장은 먹고 살기 위한 생존의 최저수준을 보장해주는 곳임과 동시에 새로운 빈부격차를 발생시키는 곳이며 고착된 삶의 공간을 흩트리는 다양한 삶과 의식, 소문과 잡담이 교차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즉 시장은 1차적으로는 경제적인 교환의 공간임이 분명하지만 이를 넘쳐흐르는 사회적인 장소이며 따라서 국가와 권력이 주시하는 가장 첨예한 정치적인 대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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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류경원, “또다시 긴장감 흐르는 시장,” 『림진강』 2009년 4호 참조.

2) 류경원, 위의 글, p. 83.

3) 류경원, 위의 글, p. 104.

4) 류경원, “장사군들 남조선 상품을 리용하여 적에 대한 환상 류포,” 『림진강』 2009년 4호.

5) 류경원, 같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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