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 미북간 군사적 직접 대화와 협력 강화해야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지난 6일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이후 지금 한반도는 전면적 군사총돌 일보 직전이다. 이러한 엄중한 군사적 초긴장 상황에서도 22일 청와대에서 외교.국방.통일 합동 정부 업무보고는 ‘대화와 협력’보다는 ‘대북 압박’을 한층 강화하는 내용이 주요 기조이다.

외교부는 UN 안보리에서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결의를, 국방부는 대북 억지 차원에서 미 전략자산 추가 배치와 운용문제를 미국과 협의하면서 단계적으로 계획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번 국방부 보고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THAAD)배치도 향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개연성이 보인다.

통일부는 ‘5.24 조치’에 구멍이 있는지 점검하는 한편, ‘북한인권단체’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비무장지대에서 2015년 8.25 남북한 합의이후 중단된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었다.

결론적으로 정부당국의 북한문제, 북핵문제의 핵심은 원심력을 통한 대북 압박 정책이다. 정부 당국은 2016년 올해 최우선 과제는 북핵문제 해결이라고 한다. 도대체 북핵문제가 남한 정부가 단독으로 그리고 압박정책으로 해결될 사안인지 극히 의아스럽다. 결국 ‘선 북핵폐기, 후 남북교류협력’으로 가는 대북 압박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실패한 ‘비핵개방3,000’의 재탕이다.

우리 정부의 대북 압박정책은 매년 3월 개최되는 미.일 군사합동훈련과 맞물러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더욱 고조시킨다. 미.일 맞춤형 군사전략은 북한지도부와 주요 북한 핵시설시설을 선제타격 훈련도 포함한다. 북

한의 이번 4차 핵실험에 대응해 2~3월 중 한반도에 실시되는 한.미 연합훈련에는 핵항모, 핵잠수함, 폭격기, F-22 전투기 등 미국의 주요 전략 자산을 투입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훈련에 미국의 주요 핵전략자산이 투입될 경우 북한은 물론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심지어 우리사회 보수적 여론은 이번 북핵 제4차 실험을 평화통일의 기회로 삼자고 강변한다. 정말 위험스러운 그리고 무책임한 주장이 우리사회의 일부 보수적 지도층에서 강하게 흘러나온다.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북한, 남북관계 그리고 핵문제에 대해 조끔이라도 생각있는 식자라면, 정부 당국이 우선시하는 제재 일변도의 대북 압박정책과 ‘선 핵문제 해결’이 과거 경험을 보더라도 얼마나 현실성이 없고 위험하고 무책임한 정책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지나친 한미군사동맹을 통한 대북 적대정책으로 한국의 자주적 외교역량은 좁아지고, 남북관계는 완전히 파산된 것이 생생한 경험이다.

우리는 지금 까지 북한 핵문제는 우선 그 본질을 알고 근본적으로 접근하지 않았고, 현상만 보고 보수적 여론층을 강하게 의식하여 임기응변적으로만 접근해왔다. 대화보다는 일회성의 제재위주로 대처하여왔다.

북핵실험의 본질이 북미평화협정 및 북한체제존립을 위한 군사용이 아니고, 대미 협상용이라면, 우리 정부는 북.미 직접협상을 도와주고, 군사적 대화와 협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 남북관계개선을 통한 내공을 바탕으로 균형외교를 펴야 한다.

현재 동북아 전략환경은 2010년 중국부상에 따른 세력전환으로 인해 상당히 불투명하고 유동적이며, 미.중 대립이 심각하다. 한.미.일과 다른 한축에 북.중.러라는 정치군사적으로 대립되는 신냉전 3각 구조로 조성되는 동북아의 진영논리 고착은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한국외교의 입지를 매우 좁게 만든다.

더구나 핵문제는 남북이 우리끼리 주먹다짐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핵무기비확산조약(NPT)체제라는 세계체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미.중,러.불,영 소위 5개 핵무기보유국은 핵에 대한 일방적인 완전한 독점권을 가지고, 여타 비핵보유국가들은 핵무기의 위협 및 사용에서 국가안보와 평화가 전혀 보장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무장해제된 불평등한 국제법 체제이다.

이러한 불평등한 핵비확산체제 속에서 힘의 논리에 기초한 부정의를 강요당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체제 존립을 위협받는 비핵보유국가들은 핵무기실험을 통한 핵보유에 대한 강한 유혹을 가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NPT체제라는 국제법을 위반하면서도 이미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사실상 핵보유국가로서 5개 핵보유국은 이들을 사실상 핵무기보유국가로 묵인하고 있다. 9번째 사실상 핵보유국가인 북한이 그들의 국가존립 문제에 대한 확실한 담보 없이 핵폐기를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2003년 12월 미국.영국과 서방국가와의 ‘관계개선’을 빌미로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 포기를 선언한 리비아는 그동안 북핵문제의 이상적 모델이었다. 그런데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은 UN안보리를 이용하여 평화적 시민의 인권보호라는 명분으로 시리아 내정에 간섭하여 무장해제한 리비아 가다피 체제를 힘으로 전복시켰다.

이것을 통렬히 비판한 북한은 이 리비아식 핵포기 모델을 결코 신뢰하지 않는다. 그래서 북핵문제 모델로서 회자하던 ‘리비아 모델’은 한국사회에서 더 이상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지난 4년은 대화. 협력 그리고 신뢰를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대북 적대적 압박정책을 폈다. 지난 22일 통일외교안보 분야 정부 업무보고를 받고, 박 대통령은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 등 창의적 해법을 찾아야한다”고 강조한 것도 대북 압박정책의 전형적 양태이다.

그리고 원칙적으로 북한 핵실험은 동북아 평화에 군사적 긴장과 핵 도미노 현상이라는 부정적 영향을 가져오기 때문에 누구나 강력히 반대한다. 그러나 그 해법에서는 의견이 다르다. 북한문제, 북핵문제에 대한 현상적 접근보다는 본질적 해결 접근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바른 답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국내외에서 박근혜 정부의 북핵문제에 대한 압박 일변도의 정책은 북핵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현실성도 없고, 그 결과로 한국 평화통일외교의 역량과 입지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일본 군사대국주의를 강하게 지지하는 미국 그리고 북핵 실험을 빌미로 평화헌법 개정 시도와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하려는 보수 일본정부 사이에서 한국정부의 대북 압박정책은 오히려 주권국가로서 가장 주요한 군사주권인 전시작전통제권조차 없는 한국정부의 자주적 외교역량을 좁히는 것이라고 본다.

북핵문제는 근본적으로 시발이자 원인인 북.미 간 적대관계 해소를 위해서 북.미 관계정상화를 만들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된다. 그 해결 방안은 이미 6자 간에 합의한 2005년 9.19공동성명에 들어있다. 문제는 미국의 비협조로 9.19 공동성명은 실천되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진정으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판단과 북.미 간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강한 의지를 가졌다면, 이를 위해서 북.미 간 적대관계 해소를 위해서 적극 압장서야 한다. 북.미 평화협정과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병행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 정부는 스스로 우선 대북 적대정책을 전면 바꾸고 대북 포용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북한이 화해의 손을 내미는 몇 번의 기회에 지난 몇 년간 대북정책의 전환시기를 우리는 이미 놓쳐버렸다.

늦었지만, 적절한 시기에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군사적 대화와 협력을 천명해야 한다. 과거 경험에서 보수정부의 UN 대북제재는 오히려 해결 보다는 초보단계의 북핵을 세계 9번째 핵무기보유국으로 더욱 키워왔다.

대북 압박 강화만으로 북한문제, 북핵문제를 결코 해결 못한다. 남북 간, 북.미 간 군사적 직접대화와 협력을 전격적으로 제안하여 현재의 극한상황을 반전시키는 민족화해와 도약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을 매우 우려하며,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적극적인 정부와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과 북한의 모험적인 행위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세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북한의 주요핵시설 및 최고지도부에 대한 정밀조준 폭격을 목표로 하는 금년 3월에 다시 시작하는 한.미 군사합동훈련의 군사적 위험성을 대단히 우려하고, 그 중단을 강력히 요구한다.

둘째. 동북아 평화라는 관점에서 북한 핵실험이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3각 군사동맹 결성의 빌미로 이용되지 않도록, 정부는 모든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셋째,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 간 신뢰회복을 위해 5.24조치 해제를 포함한 관계개선 제 조치에 즉각 나서야 한다.

 

 

고대 법대 졸업, 서울대 법학석사, 독일 킬대학 법학박사(국제법)

-한국외대 법대 학장, 대외부총장(역임)
-대한국제법학회장,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본부회장.
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위회 위원장(역임)
-경실련 통일협회 운영위원장, 통일교욱협의회 상임공동대표,민화협 정책위원장(역임)
-동북아역사재단 제1대 이사,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역임)
-민화협 공동의장, 남북경협국민운동 본부 상임대표,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동아시아역사네트워크 상임공동대표, SOFA 개정 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현재)
-한국외대 명예교수, 네델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재판관,
대한적십자사 인도법 자문위원, Editor-in-Chief /Korean Yearbook of International Law(현재)

-국제법과 한반도의 현안 이슈들(2015), 한일 역사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공저,2013), 1910년 ‘한일병합협정’의 역사적.국제법적 재조명(공저, 2011),“제3차 핵실험과 국제법적 쟁점 검토”, “안중근 재판에 대한 국제법적 평가” 등 300여 편 학술 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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