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용산기지에서 총 15차례, 지난 4월 오산기지에서 한 차례 탄저균 실험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한미군이 올해 처음 진행했다는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난 4월 탄저균과 함께 페스트균도 국내에 반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발생한 탄저균 배달사고와 관련해 한.미 공동으로 구성된 '한.미 합동실무단'은 17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서 오산기지 탄저균 실험실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합동실무단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용산기지 내 병원에서 총 15차례 사균화된 탄저균 검사용 표본을 반입해 분석하고 식별장비 성능을 실험했으며, 교육훈련도 진행했다. 해당 병원은 현재 폐쇄된 상태이다.

이는 지난 5월 주한미군이 보도자료를 통해 "(탄저균 표본) 실험 훈련은 최초로 실시된 것으로 한미 동맹군 보호와 대한민국 국민 방어에 필요한 주한미군사령부의 역량 향상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과 다르다.

하지만 실무단은 15차례 반입된 탄저균 양을 '군사 보안'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실무단 관계자는 "양은 공개하기가 제한된다. 실험 사용양은 극히 미량"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미국 에지우드화생연구소가 발송한 탄저균 표본양은 1ml였다.

이와 함께, 주한미군은 지난 4월 사균화된 탄저균 배송 당시 페스트균 표본(1ml)도 함께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페스트균 반입사실은 이번 조사에서 처음 밝혀진 것이다. 주한미군은 해당 내용을 지금까지 감춰왔다.

한국 측 합동실무단 장경수 단장은 "탄저균 반입 당시 포장 용기 내에 사균화된 탄저균 및 페스트균임을 증명할 수 있는 첨부서류가 동봉됐다"며 "주한미군에 들어오는 물품은 검사를 생략하고 통과됐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의 페스트균 반입도 주한미군의 생물학 탐지.분석.식별 체계인 쥬피터(JUPITR) 프로그램을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무단 관계자는 "(페스트균 반입은) 탄저와 같다. 장비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미측이 시연을 하기 위한 취지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16차례 탄저균 반입과 한 차례 페스트균 반입사건 등으로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 측에 배송되는 물품 내 독성물질 포함 여부를 확인할 수 없고, 검사할 수 없으며 정보 제공도 미군 측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있어,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SOFA 규정에 따르면, 고위험 병원체 반입허가 등에 대한 사전 신고절차는 있지만 비활성 탄저균은 반입신고 제외대상이다. 

이에 한.미 합동실무단은 "향후 미 국방부가 생물학작용제 검사용 샘플의 사균화 처리 과정에 대한 과학적, 기술적 기준을 마련하더라도 우리 국민과 주한미군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강화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주한미군이 검사용 샘플 반입 시 한국 정부에 이를 통보.평가하는 SOFA 운영 절차 개선안을 마련하여 SOFA 합동위운회에 합의권고안으로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의권고안에는 주한미군이 검사용 샘플을 반입할 시, △우리 정부에 발송.수신기관, 샘플 종류.용도.양, 운송방법 등을 통보하는 절차와 △필요시 공동 평가를 실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북한을 이유로 주한미군의 국내 생물학 실험을 중단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합동실무단은 "북한은 탄저균, 페스트균 등 총 13종의 생물학작용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테러 또는 전면전 시 이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생물방어 협력 확대, 한.미 생물방어연습 지속 추진 등 모든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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