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한반도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전 통일연구원 원장)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프로세스는 아직도 살아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필자는 미국과 북한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대답한다. 최근 성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겸 동아태 부차관보가 11월 10일 우드로 윌슨센터에서 열린 '코리아 글로벌 포럼' 기조연설에서 6자회담의 미래에 관련하여 "정말로 6자 체제를 유지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북핵 6자회담은 2008년 12월 제6차 6자회담 3차 수석대표회의를 끝으로 지난 7년 동안 휴면 상태이다. 6자회담 재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장래가 오리무중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지난 9월 2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6자회담이 조속이 재개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으며 이에 따라 한·중 양국의 수석대표자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실무적 노력을 진행해 왔다.

성김 특별대표는 기조연설에서 6자회담의 유용론을 밝혔지만 북한이 정전협정체제를 평화협정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중심 이슈에서 중요한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아주 냉정하고 적대적이다.

북한은 11월 13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얼마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성김) 특별대표는 어느 한 토론회 마당에서 우리의 평화협정 체결 주장이 순서가 잘못된 것이라고 하면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전에 먼저 비핵화에서 중요한 전진이 이룩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며 "완전한 언어도단"이라고 비난했다.

그 대변인은 "1950년대에 시작된 북미 교전관계 때문에 1980년대에 핵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미국이 비핵화가 먼저 되어야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순서 타령을 하는 것은 결국 대북 적대시정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미국이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진정성과 사전조치를 고집하고 있어 북핵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미 국무부는 시드니 사일러 특사가 물러난 자리에 아직도 후임을 임명하지 않고, 마크 램버트 한국과장이 당분간 그 자리를 겸임하도록 했다. 이런 조치는 상징적으로 오바마 행정부가 임기 내에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시그널이기도 하다.

그러나 북한이 북미간 2.29합의를 준수하고 진정성 있는 조치를 보인다면 6자회담이 재개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10월 말에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6자회담 재개 문제에 관해 논의를 했고 한중간 어느 정도 북한을 설득하려는 로드맵이 짜여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무엇보다도 북한이 먼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이 그렇게 하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

만약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되지 않고 미국이 “전략적 인내”를 고집하고 미국이 북핵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현재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10∼16개가 2020년경에는 100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그래서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의 "더 늦기 전에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또한, 만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 비핵화 사전조치를 계속 고집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6자회담 재개가 영원히 물 건너가게 될 것이 두렵다. 향후 북한의 핵 동결과 4차 핵 실험을 차단하기 위해서 지난 7년 동안 잠자고 있는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되어야 하고 미국에게 기대하지 말고 이젠 남과 북이 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주도권을 갖고 공동 노력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존스 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산하 한미연구소 북한문제 전문가 조엘 위트 연구원은 지난 11월 12일 서울에서 북한에 평화협정과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병행하는 방안을 다시 제안했다. 이런 제안은 우리 학계에서도 주장해 왔고 대화협상파인 그의 이런 주장은 북한이 최근 북미 간 평화협정 논의를 요구하는 데 대해 한미 당국자들이 보인 반응과 다른 것이다.

한미 당국자들은 "북한과 협상할 경우 우선적 초점은 비핵화가 돼야 한다며 '선(先) 비핵화' 논의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위트연구원은 통일 또는 '북한 붕괴'를 통해 북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인식은 "비현실적인 마법적 사고(magical thinking)"라고 비판했다.

비핵화 문제와 평화체제 문제를 동시에 한반도 평화포럼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에 필자는 위트 연구원의 제안을 전폭 지지하면서 미.중.남북한 4자간 한반도 평화포럼을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다시 한 번 강조해서 비핵화와 평화조약 체결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반도 평화포럼이 개최되길 촉구한다.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해 6자회담 재개 이외에 다른 대안이 있나? 다른 대안이 없으면 9.19 공동성명에 담긴 한반도 비핵화와 후속 합의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해야 한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미·중 공조가 필요하며 미 오바마 행정부가 최근 CVID(완전하고, 검증된 불가역적 핵 폐기) 조건을 내 걸고 있어 오바마 행정부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아무런 건설적인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인되어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 이상 6자회담 재개는 물 건너가게 될 것 같아 대단히 유감스럽다.

아직도 "6자 체제”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유용한 틀로 6자회담 재개의 희망이 전연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러면 6자회담을 어떻게 재개해야 하나? 첫째로,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치에 유연성을 보여야 하고 둘째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통해 김정은 제1위원장으로부터 북한이 비핵화하겠다는 의지와 진정성 있는 행동을 가시적으로 약속 받으면 6자회담 프로세스가 재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재개를 더 이상 더 지연해서는 안 되겠다. 미·중·남북한 4자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데 양보와 타협 없이는 묘안이 없을 것이다. 관련국 모두가 보다 적극적으로 6자회담 프로세스의 재가동을 위해 상호 양보와 타협할 것을 다시 촉구한다.

만약 박근혜 정부가 오마바 정부를 설득하고,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여 북한의 4차 핵 실험과 장거리 핵미사일 실험을 차단하여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이 이뤄진다면 6자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과 2.13 공동합의에 따라 한(조선)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재가동될 것이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 없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니 먼저 북한은 피포위 강박증(siege mentality)으로부터 해방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협상과 보상은 기존 6자간 공동 합의에 따라 6자회담에서 실천 이행하면 될 것이다.

만약 미국정부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재개의 사전조치보다 한 단계 높은 비현실적인 CVID 사전조치만을 고집한다면, 6자회담은 고사(枯死)하게 될 것이다. 북한도 체제생존을 위해 이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필요로 한다. 조속히 6자회담을 재개하여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프로세스가 재가동되길 기대한다.

 

미국 클레어먼트 대학원 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1969).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국제정치학 교수(1969-1999);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1995-1999); 통일연구원 원장(1999-2000).

현재 경남대 석좌교수, 미국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 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사) 동북아 공동체연구재단 상임고문, 통일전략연구협의회 (Los Angeles)회장.

31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200편 이상의 학술논문출판; 주요 저서: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1999).

공저: 한반도평화체제의 모색 (1997)등; 영문책 Editor &Co-editor: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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