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6회 지식인포럼 중 'G2전쟁: 글로벌 룰세팅 나선 중국'을 주제로 한 세션이 21일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한국은 아마도 미국 쪽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중국의 편을 든다면 미국과의 관계는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즉 (한미)안보협정이 끝이 나는 것이다.” (존 미어샤이머)

“한국은 친중 정책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한국과 중국은 사실 다른 선택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둘이 함께 문화적인 동맹을 맺어야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리시광)

‘한국이 미국과 중국 중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미국과 중국의 전문가는 각각 다른 결론을 단호하게 내놓았다.

제16회 세계지식포럼의 일환으로 21일 오후 1시 30분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G2전쟁: 글로벌 룰세팅 나선 중국’을 주제로 한승주 전 외교부장관이 진행한 세션은 미국과 중국의 쟁쟁한 전문가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의 부상과 ‘글로벌 룰세팅’

▲ 미국측 입장을 발표한 크리스토퍼 힐 덴버대학교 조세프코벨국제대학 학장(왼쪽)과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먼저 국제정치학에서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neorealism)로 유명한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최근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 강대국 간의 경쟁을 뜻하는 ‘G2 전쟁’을 ‘글로벌 룰세팅’(Global rule setting)이라는 개념으로 풀이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진 국가가 당연히 룰을 작성해간다”며 “대부분의 체계와 제도들은 미국이 작성한 룰들로 규정돼 있다”고 전제하고 “전 세계의 힘의 균형이 움직이고 있고 중국 쪽으로 가고 있다”며 “중국은 룰을 다시 쓰기를 원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유의 직설적 화법으로 “어떤 상황에서는 미국이 자신들이 만든 룰이 맘에 들지 않을 경우에는 롤을 다시 쓰거나 아니면 룰을 무시하는 양상도 보여왔던 것도 사실”이라거나 “(중국이) 룰을 다시 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라는 식의 거침없는 현실주의적 인식을 드러냈다.

또한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목도하게 될 것은 일종의 줄다리기가 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총성 없는 경쟁을 예고하고 “(중국이 주도한) AIIB(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가 그 좋은 사례가 된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든지 기존의 제도를 바꾸든지 간에 근본적으로 글로벌 룰들은 바뀌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미국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자신들이 기존에 만들어낸 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중국이 국제적인 룰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없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중국 경제정책의 핵심 브레인으로 널리 알려진 후안강(胡鞍鋼) 칭화대 교수는 “중국의 개혁개방은 현재의 룰을 전복시키려는 것이 아니다”며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이전에는 세계 8위의 무역국가였는데, 지금은 세계 최대의 무역국가로 성장했다. 기존의 룰을 이용함으로써 가장 큰 수혜자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불공정한, 불합리한 룰들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시대에 부합하면서도 모든 국가들에게 수혜를 줄 수 있는 공정한 룰을 다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다만 “그 개혁은 점진적 개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중국은 이러한 룰들을 잘 지켜나가고 물론, 룰세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건설자가 될 것이고 ‘트러블 메이커’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그는 “중국은 AIIB에 언제든지 미국이나 일본이 가입하기를 환영한다”면서 “사실 미국은 지금 현재 세계 최대의 전력공급망 가진 국가로서 설비 노후화를 개선하는데 중국과의 협력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적시하고 “G2 간의 전쟁이라는 관점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선택, 안보와 경제 그리고 문화

▲ 중국측 입장을 발표한 후안강 칭화대 교수(왼쪽)와 리시광 칭화대 교수.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중국의 부상으로 새로운 ‘글로벌 룰세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대미, 대중 정책의 향방이 주요한 관심사로 제기됐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 중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느냐’는 도발적인 질문에 미국과 중국 전문가들의 의견은 단적으로 갈렸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한국이 만일 중국과 경제적인 차원에서 더 가까이 가고, 또한 미국과는 안보 차원에서 더 가까이 가게 된다면, 그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한국은 아마도 미국 쪽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 근거를 “안보가 경제보다 우선순위가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고, 안보는 국가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고 생존과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특히 “한국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중국의 편을 든다면 미국과의 관계는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즉, 안보협정이 끝이 나는 것이다”고 단언했다. “중국이 한국의 안보를 제공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이에 비해 리시광 교수는 “한국은 친중 정책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중한 간에 역사적으로 가장 친밀한 문명의 동맹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며 “현실적으로,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한국과 중국은 사실 다른 선택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리 교수는 앞서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자국의 미래를 위해서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원 벨트, 원 로드’(One belt One road)를 통해서 (중동을 포함) 유라시아를 연결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 지역을 운명공동체와 이익공동체, 나아가 가치공동체(community of common value)를 이루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체제는 문명, 문화에 있어서 아주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더 큰 문명, 더 큰 문화를 봐야한다”면서 “원 벨트, 원 로드에 있어서 아시아에서 가장 최초로 중한 문화공동체, 중한 가치공동체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바탕으로 해서 더욱 번영한 아시아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부산-서울-평양-베이징을 거쳐 유럽까지 연결되는 실크로드를 예시하고 “우리 둘(중한)이 함께 문화적인 동맹을 맺어야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안보와 경제라는 이분법이나 가치공동체를 넘어 한중 간의 ‘문화 동맹’을 내세운 점이 주목된다.

힐, “한국, 중국과도 미국과도 좋은 관계 유지해야”

▲ 비중있는 미.중 양측 발표자들의 토론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주한 미국대사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Christopher Hill) 덴버대학교 조세프코벨국제대학 학장은 외교관 출신답게 “중국을 봉쇄하자는 이야기도 있지만 사실은 미국은 중국과 더 많은 협력관계로 나아가기를 원한다”거나 “한국이 중국과도 좋은 관계 유지하고 미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한국의 이해관계에 부합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이) 해상에서 인공섬을 구축한다든지 또한 영토, 영향력의 확장이 일어나고 있고, 이에 따라 주변국들이 굉장히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며 “다른 국가들 같은 경우에 제도적인 부분을 강화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중국은 이런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고 치안문제와 법치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후안강 교수는 “미중 양국이 협력하게 된다면 양국에게 복음이 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복음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그 어떤 선택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한국이든 아시아이든 간에 미중 양국 간의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협력을 원한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표명해야 한다”고 보다 적극적인 한국의 목소리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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