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의 역사학도들이 12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역사학도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역사의 본질은 과거 사실에 대한 자유로운 탐구이다. ‘하나의 역사’를 미래 세대에 전달하도록 강요받은 역사가는 학자가 아닌 정권의 하수인에 불과하다.”

역사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과 대학원생, 그리고 졸업생들은 12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결정을 규탄하고 철회를 요구했다.

서울대 국사학과 학생회를 비롯한 40개 역사관련 학과 학생회와 23개 역사교육과 학생회, 3개 대학원생 단위와 학부생 1086명, 대학원생 104명, 졸업생 801명 등 개인 1991명은 연명으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결정 규탄 및 철회를 요구하는 역사학도 긴급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에서 “현행 교과서 검정제도 마저도 교과서 집필진이 정부가 정한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의 테두리 안에서 서술하게 만들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것을 다시 국정으로 되돌리는 것은 교과서 제도를 퇴보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공동선언을 나눠어 낭독하고 있는 역사학과 학생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또한 “현 정부가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역사학계 전체를 특정 정치논리에 조옥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좌파세력이 준동하여 부정적인 역사관을 심어준다’는 발언을 인용하고 “특정한 이념이나 신앙에 따라 사실을 왜곡하고 없는 사실을 지어내며 권력의 행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면 그것은 이미 역사가 아니다”라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역사 서술이 정치권의 손에 좌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면서 △정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결정을 전면 철회하라 △역사 교과서 집필의 독립성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12일 오후 2시 2017학년도부터 중·고교 역사교과서의 국정 전환을 발표하고 행정예고를 할 예정이며, 새정치민주연합은 100만 서명운동 등 ‘강력한 저지 투쟁’을 선포하고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황우여 교육부총리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 이번 공동성명을 제안한 한신대 학국사학과 강성욱 학생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번 역사학도 공동성명 제안자인 한신대학교 한국사학과 강성욱 학생은 이번 기자회견과 과련해 “많은 분들이 주최가 어디냐고 묻는데, 주체는 따로 없다”며 “역사를 공부하는 역사학도들의 목소리 또한 내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준비하게 됐다”고 경과를 밝혔다.

1주일 만에 역사학도들의 많은 호응을 받았고, 기자회견에 전국 각지에서 참여했다며 “비록 우리가 이 선언 한번으로 세상을 바꾸고 국정화를 막을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선언한다. 우리 역사학도들은 결코 정권에 나팔수가 되지 않을 것임을, 그리고 우리는 이 시대의 역사학도답게 살아갈 것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신대 한국사학과 1학년 한준영 학생이 ‘새내기 발언’을 “왜 헌법에 나와 있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바탕으로 교육받을 우리의 권리를 박탈하려 하느냐”고 항변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독재와 친일을 정당화하려는 국정교과서 추진은 이제 그만 멈춰야한다”고 촉구했다.

▲ 역사학도들의 기자회견에 많은 취재진이 몰려 높은 관심을 보였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동국대학교 사학과 김종린 학생은 “죽은 교과서를 향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곡소리 밖에 없다”며 “아이고, 아이고,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이제 가면 언제 오나~” 곡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편, 이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466개 단체가 연합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가 국정화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반대 행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청소년들과 청소년 활동가들도 11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해 서울 도심에서 캠페인을 벌이고 오후 2시 정부 종합청사 기자회견을 갖고 퍼포먼스를 벌였다.

▲ 청소년과 청소년 활동가들이 11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캠페인과 기자회견을 벌였다.


(추가,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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