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이 27일 옥인학당 강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 구상을 실크로드적 관점에서 비판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一带一路) 구상은 해상실크로드에 대한 편견과 중화중심주의의 폐단이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해상 실크로드길’을 의미하는 일대일로 구상에 대한 ‘실크로드 관점’에서의 비판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은 27일 오후 7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실크로드의 새롭고 바른 이해’를 주제로 제5차 옥인학당 강연을 진행했다.

정수일 소장은 먼저 일대일로에 대해 소개하면서 “일대일로는 공간을 토대로 한 자유무역 네트워크를 건설하는 것”, “일대일로란 중국이 국제화한 제2차 개혁개방”이라는 평가를 인용했다.

이어 일대일로의 문제점으로 “실크로드의 이름으로 범지구적 전략구상이라고 호언장담하면서 실제로는 지구의 반쪽 동반구(東半球)만 아우르는 편파성”과 “라틴아메리카 등 서반구에 대해서도 유사전략을 구상하면서도 해상실크로드의 환(環)지구성이라는 당연한 명분을 무시하는 이중적이며 자가당착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도. [자료출처 - 산업통상자원부]

2013년 9,10월경부터 시진핑 주석이 제창하고 있는 일대일로는 중국에서 출발해 유럽에 이르는 ‘실크로드 오아시스로’ 연변에 경제지구를 구축하는 일대(一带)와 중국에서 출발해 아라비아해를 거쳐 동아프리카해안까지 이어지는 ‘해상 실크로드’의 일로(一路)로 한정돼 있다.

정 소장은 이 같은 문제점이 발생한 원인으로 ‘실크로드에 대한 편견’과 ‘중화중심주의의 폐단’을 꼽았다.

실크로드 연구에 천착해온 그는 “실크로드는 인류문명의 교류가 진행된 통로에 대한 범칭(汎稱)”이라며 “종래의 구대륙 한계를 벗어나 지구 전체를 아우르는 환(범)지구적 통로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중국에서 출발해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에 이르는 ‘실크로드 오아시스로’ 외에도 ‘실크로드 초원길’과 ‘실크로드 해로’ 등이 횡으로 놓여있고, 종으로도 5개 이상의 실크로드가 그물망처럼 얽혀 있을뿐만 아니라 ‘태평양 비단길’, ‘백은의 길’ 등 신.구대륙간 해로도 있다는 것.

▲ 7차에 걸친 정화 함대의 원정로. 일대일로의 해상실크로드 범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료출처 - 네이버 세상의 모든 지식]

또한 “해상실크로드를 중국의 전유물로 간주하는 중화중심주의”를 지적하면서 “중국은 예로부터 예(裔, 오랑캐)와의 관계를 조공(朝貢) 관계로 간주하고, 그들과의 연결통로인 해로를 그들이 중국에 조공하는 길, 즉 ‘공도(貢道)’로 지칭해왔다”며 “이러한 ‘공도’는 중화중심주의에 의한 일방통행식 편도에 불과할 뿐, 결코 상호성을 띤 교류나 교역의 통로로서의 해상실크로드는 아니다”고 짚었다.

실제로 중국 명나라 시대에 정화(鄭和, 1371~1433)는 영락제의 명령에 따라 1405년부터 약 25년에 걸쳐 7차례 대항해에 나서 동아프리카까지 진출한 바 있으며, 그 항로 범위와 일대일로의 해상 실크로드길이 사실상 겹친다는 것. 정화의 항해 목적은 남해 여러 나라에 대해 조공을 촉구하고 새로이 개창한 명나라의 위력을 전 세계에 과시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외에도 중국은 비단의 일방적 외전(外傳, 수출)에 의해 실크로드가 생겨났다거나 실크로드의 출발점과 종착점이 모두 중국이라고 주장하는 등 중화중심주의의 폐단이 심각하다고 짚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정책소통, 도로연결, 무역창달, 화폐유통, 민심상통의 5가지 소통과 교류를 추구하고 이를 위해 ‘실크로드 기금’ 400억 달러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초기 자본금 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 실크로드 연구 분야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쌓은 정수일 소장의 강연에 많은 수강생이 몰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그는 “종착론과 소외론 때문에 한반도는 제외돼 왔다”면서 “여러 가지 문헌기록과 유물에 의해 실크로드의 망로(網路, 네트워크)는 중국에까지 와서 멎은 것이 아니라 한반도까지 이어졌었다는 것이 사실로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정수일 소장은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추진하는 ‘실크로드 경주’ 프로그램에 매년 참석해 실크로드 종착점이 경주임을 입증해 왔고, 특히 올해는 지난 22,23일 경주에서 세계 실크로드 대학연맹(SUN-Silkroad Universities Network) 창립총회가 개최됐다고 밝혔다.

세계 실크로드 대학연맹(SUN)은 국내외 60여개 대학의 총장이 참가하는 ‘세계 실크로드 대학 총장협의회(UPSUN)’와 전 세계 실크로드 연구학자들이 참가하는 ‘세계 실크로드 학회(IASS)’, 세계 실크로드 대학연맹 소속 대학생들이 참가하는 ‘세계 실크로드 대학생 연합(USSUN)’의 3대기구로 구성돼 있다.

▲ 차병직 변호사의 진행으로 질문답변 시간이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강연에 참석한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회귀’ 정책으로 중국을 포위하는 시스템 속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입장에서는 석유 수송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대일로를 통해서 돌파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고, 중국의 토목중심 GDP 시스템에서 과잉생산설비를 해소하기 위해서 일대일로 정책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고 짚었다.

정수일 소장은 “일대일로의 전략적 구상, 목적은 대 미국이 분명하다”고 인정하고 “과잉생산 문제도 중국이 급속하게 성장했기 때문에 생산물 처리 같은 것의 돌파구를 찾아야 된다”고 수긍했다. 다만, “오늘은 실크로드가 주제이기 때문에 실크로드적 관점에서 비판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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