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전선의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치닫던 지난 22일 오후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시작된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이 수차례 정회를 거듭하다가 23일 오후 재개된 뒤 다시 자정을 넘겨 사흘째 계속되고 있다.

첫날과 마찬가지로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재개된 2차 접촉도 9시간 넘게 날짜를 변경해가며 마라톤회의를진행하고 있으며, 남북 양측의 합의 사항 등에 대해서 남측에서는 접촉이 끝난 후 청와대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2차 접촉은 정회와 재개를 반복하면서 서로 쟁점에 대한 이견을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종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차기 회담 일정을 정하는 문제 등도 검토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과 관련, 북측이 지뢰매설은 물론 확성기 사격에 대해 전면 부인하는 가운데 남측은 이에 대한 북 책임을 제기하고 사과 및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가 난망하다는 예측이 나오는가 하면, 군사적 긴장 해소를 위한 남북의 관심이 크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번 접촉에서 합의가 나와야 한다는 기대와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북측이 서부전선에서의 군사적 격돌이 발생한 20일 김양건 당 비서 명의의 접촉 서한을 보낸 후 21일에도 연이어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는 서한을 보내고 이에 대해 남북이 몇 차례 수정제안을 주고받은 끝에 전격적으로 2+2부터 고위급 접촉을 개시한 과정부터 기대를 갖게 한 요소이다.

또 접촉 첫날인 22일 오후 회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당초 예정된 홍용표 장관이 아니라 김관진 실장이 회담 결과를 브리핑하겠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청와대 수준의 발표가 불가피할 정도의 큰 합의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접촉에서 쌍방은 최근 조성된 사태의 해결방안과 앞으로의 남북관계 발전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

22일 오후 6시 30분부터 시작된 첫날 9시간 45분여의 접촉을 마친 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새벽 발표한 ‘남북 고위급 접촉 정회 및 재개 관련 합의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접촉에서 남북 양측 간에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유일한 공식적 언급이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회피하려는 ‘최근 조성된 사태의 해결방안’ 의제와 함께 ‘앞으로의 남북관계 발전방안에 대한 폭넓은 협의’에서 남북이 각각 원하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과 DMZ 세계평화공원 건립, 그리고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 등 여러 현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나아가 군사훈련 등 정전체제가 초래한 군사적 긴장 해결 문제, 남북 경제공동체 구상 실현을 위한 대규모 경제협력 문제 등 보다 근원적이고 폭넓은 의제들이 다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민 대변인은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남북은 오늘(23일) 새벽 4시15분에 정회했으며 쌍방 입장을 검토한 뒤 오늘 오후 3시부터 다시 접촉을 재개해 상호 입장의 차이에 대해 계속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으며, 실제 23일 접촉은 오후 3시 30분에 재개됐다.

22일 오후부터 시작된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에는 남측에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참석했고 북측에서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참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