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5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소재 백마고지 역에서 열린 경원선 남측구간 철도복원 기공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 이 사업이 ‘실질적인 통일준비’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오늘 경원선을 다시 연결시키는 것은 한반도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복원하여, 통일과 희망의 미래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며, “더 나아가 경원선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통해 우리 경제의 재도약과 민족사의 대전환을 이루는 철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앞으로 경원선이 복원되면, 여수와 부산에서 출발한 우리 기차가 서울을 거쳐, 철원과 원산, 나진과 하산을 지나 시베리아와 유럽을 연결하게 된다”며,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긴 안목을 갖고, 중국의 일대일로,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미국의 신 실크로드 구상과 우리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을 연계시키는 창의적인 협력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륙으로 향하는 철도의 꿈은 늘 남과 북을 갈라놓은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를 넘어서지 못하면서 좌절되어 왔고 상황은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이날 기공식만 해도 서울(용산역)에서 원산까지 경원선 223.7km 구간 중 남측 구간인 백마고지역과 월정리역 사이 9.3km 구간의 단선철도를 복원하는 사업이며, 병행 추진하기로 한 비무장지대(DMZ) 및 북측 구간 연결(2.4km)을 위한 남북 간 협의는 아직 계획으로만 남아있다.
현재 남측 구간인 용산~백마고지역(94.4km)에 이어 월정리역과 DMZ 및 북측 구간 연결이 완료되면 이미 1986년 전철화가 완료된 북측 평강~원산~고원 구간(145.1km)의 점검과 상호 운용성 등에 대한 검토를 통해 철도연결에 대한 기술적인 준비는 끝낼 수 있다.
남과 북의 철도가 기술적으로 이어져 있어야 하는 것이 대륙철도와 연결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면, 피할 수 없는 충분조건은 여러 정치·군사적 현안에 대한 남북의 합의가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이 과정에서 북한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며, “북한도 이제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하고 변화의 길을 선택해서, 함께 번영하고 발전하는 미래를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남북은 하루속히 손을 맞잡고, 한반도의 끊어진 대동맥을 잇는 평화통일의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며, “북한은 우리의 진정성을 믿고, 용기있게 남북 화합의 길에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고 거듭 북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어서 박 대통령은 “우리의 고속열차가 저 철원평야를 박차고 나아가 대륙으로 힘차게 달리는 날이 머지않아 반드시 올 것”이라며, “그날이 오면, 한반도는 유라시아철도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으로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며 인류 번영을 선도하는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한반도 종단철도가 대륙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전제조건에 해당하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회원 가입이 북한의 반대와 중국의 기권으로 지난 6월 무산됐고, 이날 기공식에 초청받은 것으로 알려진 북측 인사도 끝내 참석하지 않았다.
한편, 박 대통령은 기공식 참석을 위해 지난 2012년 복원된 신탄리역~백마고지 역 구간을 직접 열차에 탑승하여 이동하면서, 최근 서울을 출발해 중국과 몽골, 러시아를 거쳐 유럽의 베를린까지 횡단하고 돌아온 ‘유라시아 친선특급’ 참가자 등과 환담을 나누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