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글운동

2) 국문학을 통한 가치관 정립

국어학이 아닌 국문학 방면에서도 대종교적 가치를 토대로 한국문학의 통사체계를 확립하려 한 시도도 없지 않았다. 자산 안확의 노력이 그것이다.

안확은 당시 지식인들의 일반적 경향이었던 사회진화론과 문명개화론을 적극 주장하였지만, 서구문명 우월주의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우리 민족의 좋은 점을 찾아, 민족 스스로의 역량에 의한 개화와 선진문명의 성취를 도모하고자 했던 인물이다.

또한 안확의 사관은 당대의 대종교 계통의 국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정신사관이 강하게 나타난다. 그의 『조선문학사』를 문학을 통한 우리 민족의 ‘국민사상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자산 안확(安廓, 1886~1946). [사진출처 - 대종교]
안확은 단군시대 덕화의 종교 기풍으로 인해 두려움의 기도와 기쁨의 노래로 모든 일에 응했으며, 남녀가 서로 서로 사랑하고 임금과 신하가 서로 화목했다고 말한다. 오늘날 우리나라에도 모음의 발달이 세계 언어 중 가장 많고 우수한 높임말이 풍부하며 민족성이 온아하고 순후한 것은 이러한 상고문학의 사상에서 유래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상고문학의 기원을 대종교의 ‘종사상(倧思想)’에서 기인한다고 보았다. 이것은 우리 상고문학의 기원이 종교적 신화에 담겨 있으며, 그 종교적 신화의 한국적 원형을 ‘종화(倧話)’에서 찾은 것이다. 그는 이 ‘종화’의 주요 모티브를 삼신(三神)에서 찾았고 삼신의 속성인 덕·혜·력(德慧力)의 섭리가 인간의 생활로 작용되는 것으로 보았다.

까닭에 안확은 이러한 ‘종(倧)’의 관념이 일반 국민의 중심사상을 구성하여 생활 깊이 파고드니, 그 주관적 의식의 발달이 개인 윤리의 역사를 나타내고 그 객관적 도덕질서의 발달이 사회윤리의 역사로까지 발전하여 고대 한국의 인문사(人文史)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리는 삼일철학의 원리가 담긴 대종교의 『삼일신고三一神誥』에 잘 나타나는데, 안확 또한 이 『삼일신고』를 ‘종화’의 모전(母典)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즉 『삼일신고』를 인도의 『베다Veda』, 페르시아의 『벤디다드Vendidad』, 그리고 히브리의 『구약舊約』과 같은 것으로 이해했다는 점이 이것을 반증한다.

특히 안확이 삼신의 속성으로 내세운 덕·혜· 력은 『삼일신고』 「신훈神訓」에서 제시한 생천(生天)의 원리를 그대로 원용하고 있다는 것도 그러한 인식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므로 안확은 신화를 설명하면서도 신화의 이상세계를 천상계에서 찾고 그 종교적 원형의 구현 과정까지 설명했던 것이다.

한 마디로 안확은 우리 국학의 정신적 근원이라 할 ‘종’사상을 통해 한국문학의 근본정신을 세우려 했다. 그는 위에서 언급한 『삼일신고』뿐만이 아니라, 대종교에 전래되는 상고 신가(神歌)를 후대 시가의 맹아로 간주하는 등, 국문학사의 뼈대를 ‘종’사상에서 찾았다.

더욱이 대종교의 영향은 안확의 문학사관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그는 고유사상과 외래사상과의 관계를 대립이 아닌 ‘협화’의 개념으로 파악함으로써 사회진화론과 일정한 차이를 드러내었다. 이 ‘협화’의 개념도 역시 대종교 영향에서 기인한 것으로, 풍류도의 ‘접화군생’과 일맥하는 가치다.

더불어 현진건이 1930년대 『동아일보』에 연재한 「단군성적순례」에도 대종교적 항일의식을 극명하게 드러내었다. 곳곳에 단군성조에 대한 숭앙과 함께 단군신앙에 대한 진솔한 신심神心은 이를 반증한다. 특히 묘향산 단군굴을 찾아 식민지 지식인의 한을 담아 한배님 앞에 회개하는 눈물의 글월이 인상적이다.

이 자식 이 모양이 / 얼마나 미우실까 / 이 새끼 요 꼬라지 / 얼마나 화나시리 / 벌역이 꼭지를 잡는 듯 / 부들 부들 떨린다.
우레가 소리친다 / 벼락이 나리신다 / 번개의 불챗죽이 / 더러힌 몸 바숴내네 / 돌아서 울으시는 양 / 훌쩍 소리 들린다.
임에게 올리는 것 / 향화香火도 차비 않고 / 임에게 드리올 것 / 제물祭物도 없사외다 / 신물信物로 이 피 올리니 / 반기실 쭐 아옵네.
잔 사설 긴 푸념을 / 다 고만 두렵니다 / 열두 겹 쌓인 한을 / 사뢰자니 목이메네 / 이 안을 데미다 보시니 / 두 말할 쭐 있으랴.
벙어리 냉가슴을 / 임께 와도 앓단 말이 / 흉장을 두드리매 / 솟아나니 피눈물이 / 이어대 두견화杜鵑花피옵거던 / 저만 여겨 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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