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 달라진 중요건설대상들

▲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난 2월 올해 신년사에서 중요건설대상으로 제시한 미래과학자거리 현장을 둘러보고 이다. 김정은 시대 중요건설대상에는 과학기술자들을 위한 시설물들이 많이 포함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2010년 5.24조치로 북한 방문이 공식적으로 막힌 것만도 벌써 5년째,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해외동포 등을 통해 전해들은 북한의 변화 속도는 상당히 빠른 것처럼 느껴진다. 늘어난 거리의 차량과 휴대전화, 여성들의 화사한 옷차림 등이 흔히 예시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평양을 찾은 외부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고층건물들과 새로운 방문지들이다.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한 만수대지구 창전거리가 평양의 스카이라인을 바꿔놓았고, 새로운 관람지로 등장한 릉라인민유원지 곱등어(돌고래)관이나 문수물놀이장, 미림승마구락부,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등을 둘러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것.

평양을 ‘혁명의 수도’로 내세우며, ‘기념비적 창조물’들로 장식하는 것은 김일성 주석 시대부터 이어져온 북한의 전통이지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시대에 새롭게 들어서고 있는 대규모 건설물들은 그 양이나 내용면에서 새로운 분석이 필요하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천강계단식발전소와 고산과수농장, 미래과학자거리를 비롯한 중요건설대상들을 훌륭히 완공하여 10월의 대축전장을 빛나게 장식하도록 하여야 하겠다”고 직접 언급했다. 조선로동당 창건 70주년인 오는 10월 10일까지 중요건설대상들을 완공하라는 지침이다.

▲ 평양 만수대지구 청전거리의 고층 건물들. 평양의 스카이라인을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제1위원장의 등장이후 그의 행보와 북한사회의 변화양상은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는 구호에 집약돼 있다”고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요약한 바 있다. 세계적 추세를 감안, 첨단과학기술에 입각한 지식경제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육성 신년사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3년부터 올해까지 신년사에서 직접 언급한 중요건설대상 중에는 은하과학자거리, 위성과학자주택지구,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육자살림집, 연풍과학자휴양소, 미래과학자거리 등 과학기술자들을 위한 시설이 유독 많다.

<김정은 신년사에 나타난 중요건설대상>

구분

전년도 사업성과

당해년도 사업과제

2013년

희천발전소, 단천항 완공
창전거리, 릉라인민유원지

세포등판

2014년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은하과학자거리, 문수물놀이장, 마식령스키장

청천강계단식발전소, 세포지구 축산기지, 고산과수농장, 황해남도 물길공사

2015년

위성과학자주택지구,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육자살림집, 연풍과학자휴양소, 10월8일공장

세포지구 축산기지, 원산-금강산국제관광지대, 청천강계단식발전소, 고산과수농장, 미래과학자거리

* 굵은 글씨가 직접 중요건설대상으로 언급된 대상들. 나머지는 신년사 속에서 언급된 대상들.
(정리 - 통일뉴스)

또한 대규모 위락시설인 릉라인민유원지와 문수물놀이장, 세계적 수준의 마식령스키장 등 현대식 문화.레져시설들도 많아 눈길을 끈다.

고전적인 경제분야의 중요건설대상으로는 희천발전소와 단청항, 청천강계단식발전소, 세포지구 축산기지, 고산과수농장 등이 있다.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와 경제개발구는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경제구상과 맞물려 있다. 기존에 주종을 이뤘던 정치사상적 상징물은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뿐이다.

현장에서 질타하는 ‘김정은식 현지지도’

▲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2년 5월 만경대유희장 현지지도 과정에서 잡초를 직접 뽑으면서 간부들을 질책한 파격을 보였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제1위원장의 중요건설대상 현지지도는 이전에 비해 몇 번의 파격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집권 초반인 2012년 5월 만경대유희장 현지지도 시 잡초를 직접 뽑으면서 “설비갱신은 몰라도 사람의 손이 있으면서 잡풀이야 왜 뽑지 못하는가. 유희장이 이렇게 한심할 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질타하는 모습이 여과없이 보도돼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해 10월에는 평양국제공항 2청사 건설현장 지도 시에는 “지금 진행하고 있는 내부 마감 공사를 일시 중지하고 형성안들을 검토하여 다시 ‘개작 설계안’을 완성할 데 대한 과업을 주셨다”는 보도가 나왔다. 앞서, 지난해 7월 방문시 “주체성과 민족성이 살아나게 마무리하라”는 지침을 줬지만 다른 나라 공항을 모방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올해 4월 다시 평양국제공항을 찾아 “정해진 기일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높은 민족적 자존심을 안고 항공역사를 평양의 관문답게 사회주의 제도의 자랑스러운 면모를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게 완공하는 것”이라면서 “건물 외벽에 용감하고 대담한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백호를 형상하니 현대적인 건축물이지만 민족성이 살아난다”고 구체적인 지시까지 했다.

그동안 평양국제공항 현지지도시 수행했던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이 올해 4월 현지지도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이 문제로 인해 숙청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최근에는 김 위원장이 5월 중순경 대동강 자라공장을 찾아 “이런 단위는 처음 보았다”며 혁명사적실과 양식장이 갖추어지지 못한 점을 지적하고 질타했다. 특히 “전기문제, 물문제, 설비문제가 걸려 생산을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넋두리”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인민군 군부대 산하 연어종어장과 연어양어사업소를 시찰해 대조적으로 “어깨춤이 절로 난다”고 칭찬했고, 제264연합부대 지휘부를 찾아 혁명사적비와 혁명사적교양실, 연혁실을 돌아보고 잘 꾸렸다고 칭찬했다. 대동강 자라공장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모범단위 시찰로 대안을 제시한 셈이다.

10월 대축전, '약 될까? 독 될까?'

▲ 1년 만에 완공된 마식령 스키장의 호텔 모습. 엄청난 인력과 자원이 집중 투입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2년 12월 8일 건설부문일군대강습 참가자들에게 ‘당의 주체적건축사상을 철저히 구현하여 건설에서 대번영기를 열어나가자’는 서한을 통해 “당에서 일단 결론한 문제에 대해서는 절대성, 무조건성의 정신으로 결사관철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11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는 ‘조국해방 일흔돐과 조선로동당창건 일혼돐’ 공동구호를 발표하면서 “주체성과 민족성, 독창성과 편리성, 조형예술성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 기념비적건축물들을 더 많이 일떠세우라!”, “미래과학자거리와 중요건설대상들을 훌륭히 완공하여 10월의 대축전장을 빛나게 장식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박봉주 내각 총리는 4월 최고인민회의 보고에서 △과학기술전당 △미래과학자거리 △고산과수농장건설 △만경대학생소년궁전 개건보수를 과제로 꼽았고,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5.1 노동절 보고에서 △과학기술전당 △미래과학자거리 △세포지구 축산기지 △청천강계단식발전소 △고산과수농장을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일선에서 일하는 입장에서는 ‘무조건성’이나 ‘결사관철’을 하고 싶지 않아서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김 위원장이 대동장 자라공장에서 “전기문제, 물문제, 설비문제가 걸려 생산을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넋두리”라고는 했지만.

▲ 대규모 위락시설인 평양 문수물놀이장. 2014년 신년사에서 2013년 주요 사업성과로 꼽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 북한 전문가는 “최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시를 무조건 관철하지 못할 경우 숙청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것 같다”며 “이렇게 되면 한정된 자원을 무조건 투입하고 보자는 ‘자원 분배 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제한된 자원을 선택적으로 투자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산업연관 효과가 큰 것을 중심으로 투자할 경우에는 후속 효과들이 있다”고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코르나이(Janos Kornai)가 지적한 것처럼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조정체계에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어 투자 후 파급효과로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신중을 기했다.

<노동신문>은 4월 20일자 보도에서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백두산선군청년발전소는 위대한 장군님의 고향군인 삼지연군과 혁명전적지들이 있는 량강도의 인민생활과 경제문제를 푸는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하시면서 조선로동당창건 일흔돐까지 1호, 2호발전소건설을 무조건 끝내야 한다고 강조하시였다”고 전했다.

백두산선군청년발전소나 청천강계단식발전소 등은 단순히 하나의 주요건설대상이 아니라 현단계 경제발전의 핵심고리인 전력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연쇄효과를 꾀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주요건설대상 일순위 ‘청천강계단식발전소’는 누가 돕고있나?

▲ <노동신문>은 청천강단계식발전소 건설을 지원하고 있는 '평양 려단'을 소개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북한은 지금 ‘10월의 대축전장’이라는 정해진 시일 내에 주요건설대상들을 완공하기 위한 전 사회적인 캠페인에 돌입했다. 이럴 경우 가장 앞장에 나서는 것은 대체로 군인과 청년들이다.

4.25 건군절에 리영길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은 “사회주의문명국의 상징으로 빛나는 마식령스키장과 문수물놀이장,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육자살림집, 김정숙평양방직공장 로동자합숙을 비롯한 수많은 기념비적창조물들과 10월8일공장과 같은 새 세기 산업시설의 본보기들, 시대의 전형단위들이 도처에 일떠서고 황금해의 새 력사가 펼쳐진것은 인민군대의 헌신적인 투쟁과 창조기풍이 안아온 고귀한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오늘 우리 당은 혁명앞에 나서는 수많은 방대한 과업들을 인민군대에 의거하여 풀어나가고있”다면서 ‘군민대단결, 군민협동작전’을 강조했다. 가장 조직화돼 있고 강력한 힘을 가진 군대를 경제건설에 투입하는 것은 이제 북한체제의 특성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해도 무방할 것이다.

최근 5.30담화에서 확인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등이 시행되면서 기업소.공장 등에서 감축된 인원들도 군 건설부대 보조인력으로 충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보기]

한편, 지난 4월 김정은 제1위원장이 현지지도한 백두산선군청년발전소의 경우는 “위대한 장군님께서 우리 청년들을 혁명의 계승자, 강성국가건설의 선봉대, 돌격대로 굳게 믿으시고 청년동맹에 통채로 맡겨주신 영예로운 전투과업”이라고 보도됐다.

‘청년영웅도로’(평양-남포 고속도로)와 ‘원산 청년발전소’ 등 ‘청년’ 명칭이 들어간 주요 건설물들은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소속 청년돌격대들이 주축이 돼 완공한 것들이다.

그러나 군인과 청년들만 돌격대로 나선 것은 아니다. 지난해 신년사부터 중점건설대상 일순위로 제시된 청천강계단식발전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북한의 모든 단위가 완공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는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지난해 보도에서 청천강계단식발전소의 조기조업대상인 희천7호발전소의 경우 “현장지휘부와 평양시려단, 황해남도려단과 평안남도려단, 평안북도려단의 지휘관들과 돌격대원들이 건설장적인 첫 발전설비가 조립되는 경사에 접하여 희천7호발전소건설장으로 달려와 충정의 구슬땀을 바치면서 이곳 전투원들을 물심량면으로 적극 도와주었다”고 전했다.

이 공사에 참여한 ‘평양시려단’의 경우 중구역, 보통강구역, 대동강구역, 력포구역, 룡성구역, 대성구역, 모란봉구여, 동대원구역, 순안구역 대대의 활약상이 보도돼 사실상 평양시 전체가 ‘려단-대대’ 단위로 편성돼 활약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대규모 연합기업소들도 청천강계단식발전소 건설에 동참하고 있다. “희천4호발전소건설을 맡은 금야강수력발전건설사업소 일군들과 전투원들이 당정책관철을 위한 투쟁에서 절대성,무조건성의 정신을 높이 발휘하여 자랑찬 위훈을 창조해가고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대안중기계련합기업소, 함흥청년전기기구공장, 룡성기계련합기업소 등이 필요한 기계, 설비 등을 제공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특히 <노동신문>은 ‘현지보도반’ 명의는 물론 ‘특파기자 박동석’, ‘본사기자 류기풍’ 등이 실명 현지기사를 통해 생생한 소식을 전하고 있고, 외무성, 철도성, 자강도, 평양시검찰소등의 지원사례도 보도했다.

조선속도와 ‘백두의 칼바람정신’, 그리고 장성택

▲  북중 접경지대에 위치한 양강도 혜산시 위원목재소 외벽에 ‘백두의 칼바람정신’ 구호가 붙어 있는 모습이 6월초 확인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10월의 축전장’까지 주요대상건물을 완공하기 위한 ‘속도’와 ‘정신’도 강조되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건설부문에서 조선속도창조의 열풍을 고조시켜 발전소와 공장, 교육문화시설과 살림집들을 로동당시대의 기념비적창조물들로 일떠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속도’와 ‘평양속도’가 거론되고 있고, ‘백두의 혁명정신’과 ‘백두의 칼바람정신’이 강조되고 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백두산 장군봉 방문시 “백두의 혁명정신, 백두의 칼바람정신은 우리 군대와 인민이 심장 속에 영원히 품어안고 살아야 할 숭고한 정신이며, 온 세상 금은보화를 다 준다고 해도 절대로 바꾸지 말아야 할 제일 귀중한 정신적 재보”라고 말했고 올해 신년사에서 백두의 혁명정신, 백두의 칼바람정신으로 살며 투쟁하여야 한다”고 재확인했다.

북중 접경지대에 위치한 양강도 혜산시 위원목재소에는 ‘백두의 칼바람정신’ 구호가 공장 외벽에 붙어 있는 모습이 <통일뉴스>에 의해 확인되기도 했고, 만수대창작사가 창작한 ‘백두의 혁명정신, 백두의 칼바람정신으로 조선혁명을 끝까지 완수하자’라는 주제의 선전화가 지난 4월 보도되기도 했다.

앞서, 국가안전보위부 특별재판소는 2012년 12월 12일 장성택 재판 판결문에서 “장성택은 직권을 악용하여 위대한 대원수님들께서 세워주신 수도건설과 관련한 사업체계를 헝클어놓아 몇년사이에 건설건재기지들을 폐허로 만들다시피 하고 교활한 수법으로 수도건설단위 기술자, 기능공대렬을 약화시키였으며 중요건설단위들을 심복들에게 넘겨주어 돈벌이를 하게 만들어놓음으로써 평양시건설을 고의적으로 방해하였다”고 죄목을 적시한 바 있다.

같은 시기 ‘건설부문 일꾼 대강습’(2013.12.8~14)에서 박봉주 내각 총리는 “중요한 방도는 건설부문에 대한 경애하는 원수님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더욱 철저히 세우고 당의 원대한 구상과 의도를 완벽하게 실현해나갈 수 있도록 일꾼들의 실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이 강습에 보낸 서한에서 “당의 주체적건축사상을 철저히 구현하여 건설에서 대번영기를 열어나가자!”는 구호를 제시하고 “건설부문의 모든 단위들에서 당의 건설정책과 방침을 절대적인것으로 받아들이고 건설사업에서 나서는 문제들을 당의 결론에 따라 집행하는 강한 규률을 세우며 당에서 일단 결론한 문제에 대해서는 절대성, 무조건성의 정신으로 결사관철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월의 대축전’까지 주요건설대상을 완공하는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사상적인 문제까지 걸려 있는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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