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제1위원장은 '북한의 덩샤오핑'이 될 수 있을까?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집권 4년째를 맞으며 여전히 경제발전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전략적 노선으로 선택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은 현 시점에서는 경제 건설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김정은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도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사회주의 진영의 몰락과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사회적 인프라와 생산 시스템이 약화됐고,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어려운 조건에서 과연 북한이 경제건설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일성 주석이 주체사상을 통해 정치사상강국을 건설했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선군정치를 내세워 핵무력에 기반한 군사강국을 건설했고, 김정은 제1위원장은 경제발전을 통해 ‘북한의 덩샤오핑’이 되고자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김정은 제1위원장은 ‘5.30담화’를 통해 새로운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했고, 당창건 70주년을 맞은 올해는 그 같은 정책구상이 구체적인 경제적 조치로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올해 북한의 경제전망을 대내적인 경제관리 개선 조치와 대외적인 경제개발구 건설 전략, 협동농장과 식량 메커니즘, 그리고 남북경협 전망 등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1. 김정은 ‘5.30담화’와 내각 상무조
2. 쌀 ‘협정가격’ 알아야 북한 경제가 보인다
3. 기업소 지배인의 ‘수입병’ 왜 생겼나?
4. 관광개발구, 경제개발구의 ‘미끼 전술’?
5. 남북 모두 먹고 싶은 ‘그림의 떡’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모든 공장, 기업소들이 수입병을 없애고 원료, 자재, 설비의 국산화를 실현”하라고 이례적으로 언급했다. 북한 경제의 근간인 공장과 기업소들에서 ‘수입병’이 퍼져 있음을 시인하고 ‘국산화’ 과제를 제시한 셈이다.

최고지도자가 직접 언급할 만큼 중요한 사회적 현상이 된 ‘수입병’은 누가, 왜, 어떻게 했길래 발생했고, 과연 국산화를 통해 “면모를 일신”할 수 있을까? 북한의 공장, 기업소 운용을 살펴봄으로써 올해 북한 경제를 전망해 본다.

‘제 2의 7.1조치’와 박봉주 사단

북한은 90년대 중후반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연이은 자연재해 등으로 ‘고난의 행군’시기를 겪으면서 사회적 인프라(기반시설)와 생산 시스템이 거의 와해됐다. 모든 경제지표는 기존의 50% 이하로 곤두박질쳤고, 아사자까지 대거 발생했다. 당시는 북한이 언제 무너질 것인지 시기를 두고 내기를 걸 정도의 상황이었다.

간신히 위기를 극복한 북한은 2002년 ‘7.1경제관리 개선조치’를 통해 공장과 기업소의 자율성을 높이는 독립채산제를 실시하고 농촌에서 개인경작지를 늘리고, 임금과 물가를 인상해 현실화 했다. 한마디로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근간을 유지하면서도 시장 경쟁체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7.1조치는 자체 재원의 부족과 반대세력의 반격에 부딪쳐 결국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강화하기 위해 2009년 11월 30일 전격 시행된 화폐개혁이 실패로 돌아가고, 다시 경제관리 개선조치가 거론되는 가운데 7.1조치 당시 주역을 맡았던 박봉주(76) 총리가 재등장했다.

또한 박 총리와 함께 7.1조치를 이끌었고, 2002년 북측 경제고찰단(시찰단) 일원으로 남쪽을 다녀간 로두철(71)도 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곽범기(76) 경제담당 당 비서 겸 계획재정부 부장도 정치국 후보위원 위상을 갖고 이같은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물론, 박봉주 총리를 비롯해 곽범기 비서, 로두철 부총리 모두 70대 고령으로 실제 일선에서는 훨씬 젊은 세대들이 책임을 맡아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2002년 7.1조치 당시와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시행하는 여건이 상당히 달라져 있다. 이찬우 일본 테이쿄대 교수는 “국제관계가 불안해 보수적이고 방어적인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며 “적극적인 개혁정책, 다시 말해 대외개방을 전제로 하는 전체 로드맵을 그리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이에 비해 “생산력 부분에서는 10년 전보다는 상당히 좋아졌다”며 특히 “지난 10년간 북이 중국 등 해외에서 들여온 기계, 산업설비가 크게 늘어난 점”을 꼽았다.

<조선신보>도 8일자 평양발 기사에서 “조선경제의 규모는 과거와 비할바없이 확대되고 업종도 늘어났으며 경제의 각 부문, 단위들사이의 련계는 더욱 다양해졌다. 또한 경제발전에서 과학기술이 노는 역할이 강화되는 세계적추세에 맞게 나라의 산업구조를 기술집약형으로 발전시키는 필요성도 제기되고있다”고 전했다.

‘5.30담화’는 12.1조치와 3.1조치의 총화

현재 북한의 경제정책 구상을 살피는데 있어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당.국가.군대기관 책임일군(간부)들과 지난해 5월 30일 진행한 이른바 ‘5.30담화’는 가장 기본자료가 될 수 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담화는 당과 군대, 내각의 정책이 총화, 응축된 결론이라고 보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1년 ‘10.3담화’를 발표하고 2002년 ‘7.1경제관리 개선조치’를 내놓았듯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5.30담화’도 ‘제 2의 7.1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5.30담화의 제목은 ‘현실발전의 요구에 맞게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을 확립할데 대하여’이다.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 핵심이고, 이는 본문에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로 제시되고 있다.

김 1위원장은 담화에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는 공장, 기업소, 협동단체들이 생산수단에 대한 사회주의적 소유에 기초하여 실제적인 경영권을 가지고 기업활동을 창발적으로 하여 당과 국가앞에 지닌 임무를 수행하며 근로자들이 생산과 관리에서 주인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게 하는 기업관리방법”이라고 규정했다.

기업체들은 “제품개발권과 품질관리권, 인재관리권을 행사”하고, “근로자들이 담당책임제를 실정에 맞게 제시”하며, “일한 것만큼, 번 것만큼 보수를 공정하게 받도록”하자는 것.

사회주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한 기업소가 ‘실제적인 경영권’을 제품개발에서 보수 분배까지 모두 행사할 수 있도록 큰 폭의 자율성을 부여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이같은 5.30담화는 2012년 12.1조치와 2013년 3.1조치의 실시 결과를 평가, 총화한 결론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2012년 초부터 농촌부문에서 포전담당책임제를 실시했으며, 산업부문에서는 12.1조치를 통해 기업소의 독립채산제 실시와 경제개발구 개발을 추진하고 2013년 3.1조치를 통해 기업소들에 독립채산제를 확대 실시하고 협동화폐제를 도입했다.

<북한 주요 경제 방침.조치 일지>

2012 협동농장 포전담당책임제 실시
2012.12.1 기업소 독립채산제 실시, 경제개발구 추진 (12.1조치)
2013.3.1 기업소 독립채산제 전면 실시, 협동화폐제 실시 (3.1조치)
2013.3.31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병진노선 채택
2013.5.29 경제개발구법 제정
2013.11.21 신의주 특구와 13개 지방급 경제개발구 발표
2014.5.30 김정은 담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5.30담화)

<조선신보>는 지난해 4월 4일자 ‘경제관리개선조치 1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을 연구 완성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며 “작년(2013년) 3월부터는 전국의 모든 생산단위들이 경영활동을 독자적으로 벌여나가도록 하는 조치가 취해졌다”고 보도했다.

12.1조치에 이어 3.1조치를 거쳐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 확대 실시됐으며, 김정은 제1위원장의 5.30담화에서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로 정식화된 것이다. 경제개발구 역시 12.1조치를 통해 처음 확정됐지만 이듬해 5월에서야 법이 제정되고 11월에 중앙급 1개, 지방급 13개의 경제개발구가 발표됐다.

이같은 흐름에 비추어 경제관리 개선조치도 12.1조치나 3.1조치가 끝이 아니라 과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지난해 김정은 제1위원장의 5.30담화를 거쳐 올해 7.1경제관리 개선조치와 같은 종합적이고 전면적인 조치가 나올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경제관리 개선과 관련된 발언 내용이 경제관리방법의 개선→경제관리방법의 연구완성→경제관리방법 확립으로 강조점이 변화된 것”이라며 “이러한 강조점의 변화는 ‘5.30문건’이 나온 것을 계기로 경제관리방법에 대한 시범적 운영과 토의, 연구과정이 마무리되고 북한이 ‘우리 식 경제관리방법’이라고 표현한 김정은시대의 새로운 경제관리방법이 전면 실시단계로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통일뉴스, 2014.12.8)

‘원에 의한 통제’와 ‘8.3인민소비품’

북한에서 진행 중인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려면 북한의 연합기업소, 공장, 기업소, 협동단체들에 이같은 조치들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세밀하게 추적해야 하지만 상세한 자료를 확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먼저, 북한의 대규모 기업소는 크게 보아 방산물자 생산을 위주로 하는 국영기업소와 일반 연합기업소로 나눌 수 있다. 국영기업소는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좀더 직접적으로 적용돼 국가계획위원회가 제시한 계획지표에 따라 부과한 물량지표를 자체 생산해서 국가에 현물로 납품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일반 연합기업소는 ‘원에 의한 통제’의 원칙에 입각해 ‘액상(금액)지표’를 국정가격 기준으로 현금으로 납부하는 방식이다.

<참고> ‘원에 의한 통제’와 조선중앙은행

‘원에 의한 통제’는 국가가 재정은행을 통해 수익금을 받아들이고 자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화폐를 통해 기관·기업소의 경영활동을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원에 의한 통제’는 화폐를 통해 물자를 무계획적이고 불합리하게 이용하거나 낭비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이다. 북은 기관·기업소에서 ‘원에 의한 통제’를 한층 강화함으로써 설비·자재·원료의 사장과 낭비 , 과잉생산, 계획과 계약에 없는 불법적 거래, 기관·기업소간의 불합리한 유통을 없애려 하고 있다.

이 업무를 조선중앙은행이 담당한다. 북의 조선중앙은행은 화폐 발행과 통화 조절 등의 중앙은행 업무 뿐 아니라 공장이나 기업소에 대출해 주는 상업적 기능도 담당한다. 북에서는 공장·기업소의 경영 활동에 필요한 모든 자금을 국가가 책임지고 공급하는 ‘유일적 자금 공급 체계’가 구축돼 있다. (정창현, 민족21, 2004.6)

국영기업소나 연합기업소 모두 국가로부터 토지와 설비, 자재, 전기 등을 제공받고 현물이나 현금으로 국가에 납부하고, 국가는 정해진 기본 월급을 지급하게 된다. 그러나 기본급은 공식적으로는 3,000원 수준에 불과해 실제 시장가격을 감안하면 상징적 수준을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기업소 근로자들은 국가에서 지급하는 기본 월급 외에 어떻게 실제로 생계가 가능한 수입을 얻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된다.

먼저, 국영기업소는 국가와 협의해서 책정한 목표 생산물을 국가에 현물 납품하고 남은 생산설비와 자재를 이용해 추가 생산물을 만들어 자체 처분해 수입을 올려 일한 만큼 분배한다. 이른바 ‘상금’이다.

이처럼 유휴 시설과 자재를 이용해 만든 국가계획상에는 없는 제품을 ‘8.3인민소비품’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1984년 8월 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전 군중적 운동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연합기업소의 경우도 유사하다. 다만, 연합기업소는 국가에 현금으로 기업이득금을 납부하는데, 통상 국정가격 기준으로 납부하는 기업이득금은 30%로 알려져 있다. 농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른바 산업분야의 ‘3.7제’라 할 수 있다.

나머지 70%는 근로자들의 상금(생활비)와 후방사업(식량 구입 등) 등으로 사용하고 기업소의 유지.발전을 위한 감가상각비, 비축금 등으로 배분한다. 연합기업소 역시 ‘8.3인민소비품’을 제작, 판매, 분배할 수 있다.

호텔 봉사원, 월급 6천원에 상금 5만원

2012년 12.1조치에 대해 <통일뉴스>는 “기업소는 원자재 대금 등을 계약에 따라 지불하고 수입 중 토지 이용료와 설비 사용료, 전기료 등을 국가에 납부하고 남은 수익금을 성과급 중심으로 노동(공분)에 따라 분배한다. 일종의 ‘차등 임금제’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일뉴스, 2012.12.28)

나아가 “실제로 올해 이같은 독립채산제가 시범 실시된 기업소에서는 지배인이 임금을 결정하고 있으며, 어느 광산의 경우 노동자들의 평균 월급이 38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지난 2009년 11월 화폐개혁 당시 인상된 임금이 1,000~3,000원 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인플레를 반영하더라도 상당한 액수”라고 평가했다.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는 강산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재한 지난해 북한 방문기에서 “그동안 내가 만나서 대화했던 식당이나 호텔의 봉사원들은 월급 6천원에 상금 5만원으로 모두 5만 6천원을 받는다고 하던데 이곳(평양방직공장) 노동자들의 수준은 어떤가하고 물어보았더니 강창숙 해설원은 살짝 웃으면서 ‘우리 월급은 그 두배가 넘습니다’라며 거기에다 생산량에 따라 차등해서 분배한다고 말해준다”고 전했다.

자주 모범 기업소로 소개되고 있는 3.26전선공장의 경우 2012년 8월부터 월급을 단계적으로 인상해 2013년 4월 현재 종전보다 20~30배 수준에 달하고 일부 노동자는 100배 이상으로 뛰었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앞서, 3.26전선공장의 임금을 분석해온 정창현 교수는 “2002년 7.1조치 때 이 공장 근로자들의 임금은 평균 18배 인상돼 최하 1,140원, 최고 4,780원 정도로 책정됐다”며 “2005년의 경우 평균 2만원대로 생활비를 올려서 지급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북한에서 4인 가족이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30~50만원 정도의 생활비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맞벌이 부부의 경우 각각 15~20만원의 임금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

결국 ‘사회주의 기업 책임관리제’는 ‘독립 채산제’와 ‘차별 임금제’로 표현되고, ‘지배인 책임경영제’로 실현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배인이 자신의 기업소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기본급 외에 얼마만큼의 수당(상금, 장려금, 가급금)을 보장해 줄 수 있는지에 따라 능력의 유무를 평가받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완전고용’ 유지와 지배인의 ‘수입병’

지배인 책임하에 기업소가 독립 채산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우선 생산의 첫 단계인 계획과 원자재 확보 과정에서부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통일뉴스>는 “중앙의 계획경제 방침에 따라 생산 목표량이 하달되던 기존 방식을 탈피해 각 기업소가 독자적인 생산 계획을 수립, 필요한 만큼의 인원과 토지, 설비 등을 국가에 요청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국가에 반납하게 된다”고 전한 바 있다. 물론 기업소는 재정 당국의 승인을 얻어 생산 계획을 수립한다.

“기존에 대규모 국영기업소의 경우 국가가 할당한 토지와 인원을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했지만 이제는 생산에 필요한 최적규모로 사실상의 구조조정을 단행해 생산성 향상을 꾀할 수 있게 된 셈”이라는 것. (통일뉴스, 2012.12.28

그러나 필요한 토지나 설비 등 물적 자원뿐만 아니라 인적 자원까지 기업소에서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은 ‘사회주의 완전고용’을 실현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한 정통한 소식통은 “공장이나 기업소에서 정리된 근로인력은 군 건설부대 보조인력 등으로 충원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요즘은 분배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좋은 기업소에서 일할 수 있도록 인맥을 동원하기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원래 북한의 사회주의적 계획경제는 국가가 기업소에 원자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지만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국가의 재정 능력이 고갈되면서 원자재가 원만하게 보장되지 못한 경우들이 빈발했고, 결국 국가의 원자재 보장률에 따라 국가에 납부해야 하는 현물이나 현금의 비율도 달라지게 된다.

아무래도 군수물자 생산 위주의 국영기업소보다는 연합기업소에 대한 국가의 원자재 공급은 부족할 수밖에 없고 기업소들은 자체적으로 원자재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많은 현실이다.

경영을 책임진 기업소 지배인은 북한 내부의 다른 기업소나 시장에서 부족한 원료와 자재, 설비 등을 구할 수밖에 없지만 ‘부족의 경제’가 광범위하게 고착돼 있는 상황에서 구하지 못할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그런데 2013년 3.1조치로 각 기관이나 기업소는 물론 개인까지도 외화구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됐고, 이어 각 기업소들에게도 무역권을 부여해 원자재와 설비 수입은 물론 생산물 수출까지 가능한 상황이 됐다.

따라서 지배인은 기업소의 실적을 위해 결국 외부로부터의 ‘수입’을 추진하게 되고,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 ‘수입병’을 지적하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석탄 같은 지하자원의 상당한 양을 중국 등에 헐값에 수출해 기업소에서 필요로 하는 원자재와 설비 등을 수입해온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조선신보> 8일자 기사에 “국내에서는 오히려 경제제재의 영향을 막기 위한 방도가 적극적으로 모색되고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원료, 자재, 설비의 국산화비률의 향상 등 자체의 힘으로 살아나갈수 있는 자립경제토대를 오늘의 현실에 맞게 옳게 관리하는 방법론의 확립이 다그쳐지고있다”고 전해 주목된다.

‘수입병’이 단순한 외화나 자원 유출 등 경제적 이유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진단이다. 국제적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립경제’ 건설 노선과도 연관된 본질적인 문제라는 것.

김 제1위원장은 대안으로 ‘국산화’를 제시하고 있고, 북한의 산업이 전반적으로 회복되면서 일정 부분은 수입물자가 국산품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한 인도적 대북지원 해외단체는 기존에 중국에서 구입해 가던 식품의 일부를 지금은 북한산으로 구입해 수혜기관에 전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상 소비품 만이 아니라 원료나 자재, 설비 등도 이같은 추세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 물량이 부족하고 품질이 고르지 않아 ‘전면적 국산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지배인의 입장에서는 다소 비싸더라도 안정적 생산을 보장해줄 수 있는 수입산 자재나 설비를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적 비교우위로 보더라도 모든 물자의 국산화가 꼭 효율적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다.

당조직의 집체적 지도와 후방사업

북한의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논하다 보면 간과하기 쉬운 점이 있다. 북한이 계획경제의 큰 틀을 유지하고 있고 당의 지도를 관철하고 있으며,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관철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경제분야에 있어서 당적 지도가 기업소나 협동농장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5.30담화에서 “경제사업에서 당위원회의 집체적지도를 철저히 실현하도록 하여야 한다”면서도 “경제사업에 대한 당적지도는 어디까지나 집체적지도이며 정치적 지도”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오히려 “모든 당조직들은 모든 활동에서 후방사업은 오늘날 ‘사회주의수호전’이라고 한 당의 의도와 요구를 철저히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당일군들에게 “낡은 틀과 격식에서 벗어나”기를 촉구하면서 “일군들이 선진적인 경영관리지식을 습득하고 지도관리수준을 결정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뉴스, 2015.1.6)

먼저, 기업소에서 당적 지도는 집체적지도라는 점을 명시했다. 지배인과 기사장과 함께 당비서는 삼위일체를 이뤄 ‘집체적 지도’를 관철하는 ‘대안의 사업체계’를 폐기하지는 않은 셈이다. 그러나 사실상 ‘지배인 유일 책임제’에 가까운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에서 당비서는 지배인의 일탈을 견제하는 역할을 넘어서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당비서는 오히려 ‘후방사업’을 책임져 김 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인민생활 향상’에 기여해야 할 책무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당비서와 지배인은 기업소 근로자들에게 사회주의적 보장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생활에 필수적인 식의주 문제 등을 해결해줘야 하는 것이다. 특히 식량을 협정가격에 사들여 근로자들에게 분배하는 기능은 필수적이랄 수 있다.

해외동포 강산 씨는 8,500명이 근무하는 평양방직공장 사례를 전하며 “노동자들이 살고 있는 주택은 무료다. 쌀은 배급으로 필요한 양을 공급받게 되며 김치를 담기 위한 배추도 세대 수대로 공급하고, 부식물은 공장 안에 매대가 있어 거기서 값싸게 구입이 가능하다... 자체적으로 부업기지가 있어 강냉이 등 농산물도 공급하고 오리 닭 돼지를 농장에서 사육해서 고기를 공급하기도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자체 탁아소와 유치원 무상 운영, 공장소속 병원과 요양소, 노동정양소를 운영하고 있고, 연극.공연 표는 국가에서, 옥류관.청류관 등 식당은 1천원 정도에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김석진 북한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올해 북한경제를 전망하면서 “국영기업 노동자와 협동농장 농민들은 소속 단위에서 열심히 일하려 하기보다는 개인 장사와 개인 농사에 열중하는 분위기”라며 “국영기업과 협동농장 관리제도를 개혁해도 일반 주민이 사경제 활동을 통해 버는 소득만큼의 봉급(현물분배 포함)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기업소의 일부 근로자들은 출근하지 않고 장사 등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 중 일정액을 기업소에 납부하는 방식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가 성과를 거둬 공장과 기업소의 가동이 정상화됨으로써 근로자들이 생산에 전념하고, 원자재와 설비 등을 자체 조달할 수 있는 자립경제의 토대가 강화돼야 북한 경제가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걱정한 ‘수입병’은 어쩌면 경제 정상화 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부작용이겠지만 현재 북한 경제가 처한 상황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고지도자가 제시한 ‘국산화’ 지침이 과연 얼마나 현실화돼 올해 당창건 70주년 ‘10월의 대축전장’의 이름에 걸맞는 대축전을 벌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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