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15행사만큼은 민족공동행사로 치러 보자는 통일일꾼들의 열기는 참으로 대단했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 무슨 민족공동행사를 바라겠냐고 도리질하는 주변 사람들을 독려하는 통일일꾼들의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활기가 차 넘쳤다. ‘그래 만남이 통일이야’, ‘민족공동행사는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가야 제 맛이지!’ 오랜만에 신선한 감동에 푹 빠져보기도 했다. 통일의 주체역량을 강화할 다양한 노력 대신 남북공동행사의 성사와 민간교류에만 매달렸던 지난날의 잘못을 제대로 극복해나가는 흐뭇한 장면이었다.

연초부터 6.l5민족공동행사를 성사시키겠다는 북한의 의지도 전해지면서 올해는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레임이 있었다. 게다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동북아의 긴장정세를 풀어 나가기 위해서는 아마도 올해 6.15민족공동행사의 성사가 관건이 될 것 같다는 여론이 강했다. 한쪽에서는 박근혜 정부 하에서 그 무엇도 불가능하다는 패배의식도 만만치 않았지만 ‘통일은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열성적인 통일일꾼들의 발걸음을 멈추어 세울 수는 없었다.

각 동네에서 지역에서 현장에서 통일마당을 만들어온 뜨거운 열기 속에서 우리의 힘을 스스로 느끼면서 이번 6.15를 계기로 남북의 만남을 이루어볼 수 있겠다는 뜨거운 희망이 가슴속에 솟구치기도 했다. 특히 5월 9일, 광화문 열린 시민광장에서 열린 ‘서울 1,000인 원탁회의’는 각 구별 모임을 기초로 각계가 모인 새로운 형태의 시도였고 고생한 모든 분들에게 몇 배의 보람을 안겨준 의미있는 통일행사였다.

이번 6.15의 만남은 사실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남북관계가 아무리 어려워도, 또 아직 남북당국자가 서로 대화할 조건이 아니어도, 최소한 민간의 자주성만 존중하는 정부였다면 6.15의 만남은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대한민국의 통일단체, 지원단체, 경협단체등 민간의 활동마저, 흡수통일정책의 도구로 활용하려 한 순간부터 6.15 서울대회에서의 만남은 ‘쫑’나고 말았다! 이것이 이번 6.15 분산 개최의 결정적 요인이다. 이점을 분명히 하지 않고, 광복 70주년 민족공동행사는 논의될 수 없다.

일부에서는 남북이 다 합의할 수 있는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를 풀어서라도 남북관계를 풀어보는 게 어떠냐는 의견도 제출되고 있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박근혜 정부가 인도적 문제는 인도적으로 풀어가는 것을 본 적이 있던가? 그 역시 통일대박론의 외피를 쓴 흡수통일을 위한 변곡으로 활용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이런 박근혜 정부 하에서는 인도적 협력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것마저, 사실상 흡수통일론의 둘러리 역할을 할뿐이다. 인도적 대북지원단체들의 대북지원이 왜 중단되었는가? 바로 민간단체들의 인도적 대북지원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사사건건 참견과 개입이 원인이었다.

만지는 것마다 그 생명력을 죽여버리고 돌로 변하게 하는 박근혜 정부에게 진지하게 요구하고 싶다. 대북정책을 전환하던가 그도 아니면 민간의 자주적인 활동에 대해서는 훼방놓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라고 말이다.

또한 아직도 박근혜 정부와 그 무슨 대화로 민간교류를 풀어보려는 분들이 있다면 박근혜 정부와의 상층 교섭주의를 포기하고, 민간의 자주적인 힘으로 남북만남을 성사시키려는 치열한 노력을 더 강화해야 하지 않겠냐고 충고하고 싶다. 인도적 교류부터 먼저 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느냐는 분들도 얼마나 갑갑하면 그런 말을 할까 싶긴 하다. 그러나 대북적대정책 전환과 5.24조치 해제 등 남북관계를 열 수 있는 주체적 조건을 마련하지 못한 채 북한이 더 유연하게 대처해주기만을 기다리는 한 남북관계는 결코 열리지 않을 것이다.

메르스와 탄저균 사태가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6.15민족공동행사 분산개최보다 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정부의 무능과 탄저균 사태에 대해 미국에게 한마디 항의조차 하지 못하는 정부 당국자들의 행태일 듯 하다. 이런 정부 당국이 미국의 더 강팍하게 달달 볶아대는 ‘한미일 동맹 강화 요구’에 맞서, 북과 대화할 태세를 갖출수 있을까?

광복 70년... 전 민족적 범위에서 자주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분단 70년... 탄저균 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우리나라의 주권의 문제를 치열하게 제기해 나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한반도가 미국의 세균전을 준비하는 실험장으로 전변하는 사태를 보면서도 국민적으로 항거하지 않는다면 이는 주권국가라 말해서는 안 된다.

일부에서는 소파 개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들린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같은... 천인공노할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만 개정한다고 무엇이 달라지는가? 소파의 개정도 필요하긴 하지만 지금 더 시급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주권국가로서의 면모를 되찾는 일, 그것이 가장 급하고도 급한 일이다.

박근혜 정부는 찍소리 못하고 미국에 끌려가는 행보를 집어치우고, 탄저균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부터 착수해야 하며 우리 민간은 우리나라의 주권부터 바로 세우기를 위해 전투적으로 노력하고 그런 노력과 투쟁들이 모여야 비로소 남북의 만남을 성사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힘들이 마련될 듯 하다.


 
전 통일연대 사무처장

전 통일연대 자주교류위원장

전 민주주의 민족통일전국연합 민주민권위원장

전 민주주의 민족통일전국연합 통일위원장

전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통일교육센터 준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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