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이 27일 경실련통일협회가 주관한 열린 좌담회 ‘반복되는 개성공단 위기 해법은?’에 참석해 남북당국간 대화재개를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개성공단의 정상적 발전을 위해서는 남북 당국 사이의 대화가 재개되어야 하며, 지금과 같은 경색국면이 계속된다면 개성공단의 현상유지 정책조차 고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주목된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27일 오후 경실련통일협회가 주관한 열린 좌담회 ‘반복되는 개성공단 위기 해법은?’에 참석해 “개성공단은 노동력 공급자인 북한 당국이 수요자인 남한 당국 및 기업에 대해 절대적인 힘의 우위를 가지고 주도권을 행사하는 공급자 시장(Seller’s Market)으로 명확하게 변화되었다”며, “남북 당국간 대화가 재개되지 않고 경색국면이 심화된다면 정부로서는 개성공단에 대한 현상유지 정책도 고수하기가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24일 북측이 개정 노동규정에 의한 임금인상 등을 통보하면서 3달 넘게 진행 중인 개성공단 내 불협화음에 대해 주요 당사자이면서도 남북 당국에 밀려 좀처럼 의견을 밝히지 않아왔던 입주업체를 대표해 개성공단기업협회 임원이 공개적으로 발언한 내용이어서 특별히 관심을 모았다.

▲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신한용 부회장은 먼저 지난 22일 개성공단을 관할하는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총국)이 ‘기존 기준에 따른 노임 지급과 차후 남북간 협의 결과에 따른 임금 차액 및 연체료 지급’을 골자로 하는 ‘합의서’ 문구를 수용한 것은 입주 기업에 대한 양보라며, 정부는 이에 대한 성의있는 입장을 발표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 부회장에 따르면, 원래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합의서’를 북측 총국으로부터 남측 관리위원회가 받는 형식을 취하려고 했으나 당국의 지휘를 받는 남측 관리위원회가 기존 ‘최저임금 인상 5% 상한선’ 범위를 넘어설 수 없다며 북측이 극구 꺼려하는 공동위로 안건을 넘기려는 일종의 자충수를 둔 까닭에 무산됐다.

“이 과정에 정부와 관리위원회의 결정만 기다릴 수 없었던 기업협회에서 총회, 이사회 등을 열어 정부는 물론 북측에도 입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북측 총국이 기업의 입장을 고려해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측의 ‘양보’에 ‘카운터’가 되는 정부의 입장을 발표해 주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이날 발제를 했던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북측은 공단 문을 닫을 생각까지 한 것 같고 남측 당국을 쉽게 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은데 이는 ‘장기협상에 대비한 실리 포석’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북측이 앞으로 남측과의 협상에서 임금 인상분 등을 소급해서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회장은 “이번 ‘합의서’문구 타결로 인해 북측은 개성공단의 임금인상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고 남측은 당국간 협의 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봉합’으로 볼 수 있다”고 정리했다.

앞서 통일부는 ‘합의서’ 타결에 대해 “이번 주 초부터 관리위-총국간 확인서 문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협의를 진행하여 오늘(22일) 확인서 문안에 최종 합의하였다”며, “이번 합의가 최저임금 등 임금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나아가 개성공단 임금․노무 등 공단 운영 관련 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계기로 연결되기를 기대하며, 빠른 시일 내에 북측과 협의를 진행해 임금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신 부회장은 이와 함께 2년 전 개성공단이 가동중단 상태에 빠졌을 때와 지금은 기업들의 입장도 다르다며, 기업협회는 물론이고 정부 당국과 북측도 새롭게 변화된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2년 전 졸지에 공단에서 쫓겨나온 기업들은 온통 ‘공단 정상화’에만 정신을 집중했으나 지금은 13개 개정 노동규정 중 임금문제만 제기됐을 뿐인데도 입주기업들 사이에 내홍을 겪고 있어 선발 기업들은 정부 방침에 호응하지만 후발 기업들은 ‘불응’ 기류가 심하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 당국이 기업에 우호적이긴 하지만 진행과정에서 ‘합의서’ 하나에 2개월이나 걸리는 혼선을 빚었다”며 무능을 꼬집기도 했다.

또 “북측 총국 관계자들에게 7년 전 개성공단에 30%, 중국에 70%를 가동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개성공단 가동이 70%로 늘어났다가 지금은 다시 역전되는 중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하면, 이들은 ‘임금 올리는데 중국 성 정부가 기업에게 묻느냐’고 반문한다”며 주권사안임을 강조하는 북측 입장을 소개했다.

그는 북측 총국 관계자가 ‘10년 전엔 모르고 5% 상한선에 서명했다’고 한 발언을 소개하며, 현실적인 임금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에둘러 표시했다.

또 정부가 일사분란하게 기업들을 지휘하려는 태도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면서도 정경분리를 강조하며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일부의 주장과 달리 “북측 지역인 공단에서 남측 기업들이 기업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할 수는 없다”며, “정부가 남북관계를 정상적이고 협조적인 것으로 조성, 관리해 가지 않는 한 입주기업들의 어려움은 해결될 가능성이 요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부회장은 당면한 현안 이외에 개성공단의 과제로 △개성공단의 신규투자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 5.24조치의 완화 또는 해제 △공단 내 합숙소 건설 및 평양-개성 간 고속도로를 활용한 노동력 확보 △노무관리·인사·작업배치 등 노무시스템 개선과 기업별 자율적 현장 운영을 통해 생산성 향상 △노무·세무·보험·상사분쟁·기업창설 운영·재무 등 국제기준과 배치되는 규정 개선 △FTA 체결국이 늘어남에 따라 개성공단을 역외가공지역 인정해 수출비중 높이는 보완 △남북 당국의 지속적 대화와 협력채널 구축으로 미래 예측 경영 가능한 구조 등을 꼽았다.

이날 좌담회는 임을출 교수가 발제를 맡았으며, 김영윤 회장, 신한용 부회장 외에 이상만 중앙대 교수와 한명섭 변호사가 토론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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