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 동국대학교 북한학 박사 졸업

 

▲ <그림 1> 칠보산 승선대

본격적인 칠보산 관광은 명천군 명천읍의 박달령을 지나 승선대에 올라 내칠보를 보는 것부터 시작된다. 내칠보는 오봉산과 만월대, 해망대 등 절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과 금강담과 구룡소 등 많은 동굴,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들의 조화가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승선대는 선녀들이 하늘로 올랐다고 할 만큼 칠보산을 조망하기 좋은 자리에 있는 너른 바위인데 지금은 전망대가 마련되어있다. 승선대에서는 볏짚을 쌓아놓은 듯한 노적봉, 사자가 앉아 있는 듯한 만사봉을 비롯하여 나한봉, 종각봉, 철불봉 등 5개의 봉우리인 오봉산와 만월대, 무희대 등의 기암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그림 2> 신영남의 ‘개심사’

또한 내칠보에는 관북지방의 최고사찰로 꼽히는 개심사가 있다. 북한 문화보물 120호로 지정되어 있는 개심사는 발해시기 만들어진 사찰이다. 1948년 개심사 대웅전 용마루 보수시 발해 선왕 9년 병오 3월 15일, 서기 826년 창건되었다는 글자가 적혀 있는 종이가 있는 나무함이 발견되면서 함경북도 현존 사찰 중 최대의 사찰로 인정받았다. 함경북도는 통일신라와 발해가 공존하던 남북국 시대에 발해의 남경지역으로, 개심사는 함경남도 신포시 오매리 사지(寺地), 그리고 청해토성 등과 함께 한반도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발해의 유적지라 할 수 있다.

이후 고려 우왕 3년인 1377년 나옹스님이 중건하고 조선시대 중건과 보수를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개심사 뒤뜰에는 북한 천연기념물 322호로 지정된 ‘개심사 약밤나무’가 있으며, 절 주변에는 금강암과 삼부도, 일문암, 도솔암 등의 명승지가 있다. 또한 동해 해돋이로 유명한 해망대에서는 금강담과 칠보산 폭포를 볼 수 있다. 2014년 12월에는 부산지역 불교계에서 개심사와의 교류사업을 추진할 것을 발표하면서 남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내칠보의 또하나의 자랑거리는 상매봉이다. 상매봉은 칠보산 지구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칠보산의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 해칠보의 바다 경관도 볼 수 있으며, 조롱봉과 황우암과 농부암, 만탐령 등의 기묘한 바위와 봉우리를 볼 수 있다. 특히 부부바위는 투구를 쓴 남편과 치마를 입은 부인이 포옹하는 듯 한 형상을 하고 있어 내칠보의 명물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 <그림 3> 리기성 ‘해칠보의 달문’

외칠보는 내칠보에서 해칠보로 내려가는 16km정도의 구간으로 기기묘묘한 봉우리와 바위, 폭포와 울창한 산림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학의 형상을 한 학무대와 수천 마리의 새들이 날아드는 모양을 한 만물상, 맹수봉과 가람봉 등의 봉우리 등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풍치를 자랑한다. 또한 외칠보의 샛길령 고개를 넘으면 황진온천이 있다. 황진온천은 북한 천연기념물 제 498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유황과 라듐이 함유되어 있어 관절염과 신경통에 효과가 있어 ‘황진요양소’를 만들어 노동자들의 요양소로 이용하고 있다.

해칠보는 바닷가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바위, 폭포가 이루는 장관으로 유명하다. 무지개다리와 달문, 코끼리 다리, 촛불바위 등 절경을 보며 해안선을 내려가다 보면 북한 지역에서 가장 긴 바다절벽인 무수단을 만날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이름으로 익숙한 무수단은 사실 전설 속 장군이 흑룡을 내리치다 잘랐다는 전설을 가진 북한에서 가장 긴 바다 절벽의 이름이다. 주변 바다의 물결이 언제나 춤을 추는 것 같다며 ‘무수단’이라 불리는 것처럼 동해바다의 높은 파도에 의한 침식과 풍화현상으로 만들어진 자연의 명작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칠보산은 아름다운 절경과 함께 많은 이들의 상상력이 더해져서 보다 풍성한 산이 되었다. 칠보산에는 세상만물을 품은 것처럼 종각봉, 노적봉, 만사봉, 기와집바위, 농무바위, 보살바위, 가마바위, 매바위, 코끼리 다리, 무지개 다리 등 기묘한 바위하나, 봉우리하나에 상상력을 더한 심상치 않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천하절경이라는 칠보산의 역사는 절경만을 즐길 수 없는 굴곡의 시간을 보내왔다. 원래는 고구려 땅이었다가 고구려가 망하자 발해의 땅으로 편입되었고, 한때는 여진족이 거주하면서 궁한리촌(弓寒里村)으로 불릴만큼 이 지역은 반역의 기상이 넘치는 춥고 척박한 곳으로 인식되었다.

▲ <그림 4> 무수단 절벽

조선시대 조선의 국토로 안정을 찾은 다음에는 남구만 같은 조선시대 문인들이 즐겨찾는 명승지로 알려졌으며, 하늘로 솟는 듯한 기운을 가진 칠보산은 안일과 타협을 거부하는 상징으로도 여겨지기도 했다. 병자호란 중 청과의 타협을 거부한 척화파들은 칠보산에 올라 겪기지 않을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칠보산은 일제시기 근대적 관광지로 재탄생했다. 최남선은 북한지역의 명산에 칠보산을 포함시켰으며, 동아일보에는 ‘칠보산 탐승단’을 모집한다는 광고기사가 실릴 만큼 북한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되었다.

현재 칠보산은 북한 관광산업을 대표하는 산이지만, 무수단에는 미사일 기지가 배치되어 있고 칠보산 인근에 있는 길주 풍계리에는 핵실험장이 있는 등 주요 군사지역이기도 하다. 북한이 촬영한 칠보산 영상에는 칠보산을 보지 않고서 북한 지역의 명산을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고 했다. 미사일과 군사기지 이름인 무수단이 아니라 파도가 아름답게 춤을 추는 무수단(舞水端)으로, 한반도에 숨겨져 있는 보물 같은 산으로 만나볼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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