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이념적 변화가 생겼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단지 나에게 변한 것이 있다면 북한 동포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의 눈이 달라졌다는 사실 뿐이다.”

▲ 신은미, 『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 네잎클로바, 398쪽. [사진-네잎클로바 제공]

지난해 11월 서울 조계사에서 시작한 통일 토크 콘서트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정부당국에 의해 강제출국 당했던 ‘재미교포 아줌마’ 신은미 씨가 두 번째 북한 여행기인 『재미동포 아줌마, 또 북한에 가다』 를 출간했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첫 번째 북한 여행 이야기를 모아 냈던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에 이어 이번에 나온 책은 2013년 8월과 9월 두 차례 여행을 다녀 온 후 기록을 모아 엮은 것.

두 번째 여행기 제목에 ‘또’자 하나만 추가할 만큼 첫 번째 북한여행기는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통일 토크 콘서트를 열었던 힘도 거기서 나왔고 그 때문에 강제출국도 당했었다.

그래서일까 내친 김에 두 번째 책의 부제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도 행복한 여행’이다. 첫 번째 책의 부제가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여행’이었는데...

신은미 씨는 첫 번째 여행에서 지난날 자신이 갖고 있던 무시무시한 이미지와 달리 정 많고 순박한 동포들을 만나면서 ‘북한을 북부 조국으로’,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고 있는 가난한 나라’로 기록했다.

그래서 첫 번째 책이 지난날 조국과 동포의 일에 무지했던 자신에 대한 고백과 반성의 기록이라면, 이번 기행문은 수양딸과 곧 태어날 손주의 선물을 들고 그들의 집을 찾아가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도 행복한 여행’이야기가 된 것이다.

저자의 여행이야기가 울림이 큰 것은 그의 말대로 ‘동포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의 눈이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방으로 돌아오는데 아들 생각이 난다. 내 아들은 이중국적자다. 내년에 대학을 졸업하면 서울에 가서 군에 입대하겠단다. 어쩌면 나의 둘째 수양딸 설향이의 동생 국천이와 나의 아들은 비무장지대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눌지도 모른다. 아, 우리는 이런 비극의 역사를 언제까지 안고 살아야 하는가.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얘들아, 혹시라도 너희들이 마주치게 될지라도 절대 서로 총은 쏘지 마라.”

조선국제여행사의 안내원 리설향을 두 번째 수양딸로 점찍은 저자가 늠름하게 잘생긴 설향의 동생 리국천을 만난 자리에서 그가 곧 대학을 졸업하고 ‘군사복무’를 할 예정이라는 말을 듣고는 답답한 가슴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며 적은 기록이다.

저자는 이렇듯 “먼 옛날 끝난 줄만 알았던 동족상쟁은 아직도 진행형이구나”라며 마음 아파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분단의 현실과 통일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함경북도 산골짜기 ‘내칠보 관광여관’에 도착한 저자가 평산 신 씨 할아버지 항렬인 ‘철’자를 쓰는 신철민 안내원과 만나 ‘손녀따님’이라는 다정한 호칭으로 불리며 집안내력을 나누는 대목도 정겹다.

“우리의 전통이 북한에도 남아있고, 사람들은 그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음을 알았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얽혀있다. 씨족사회의 전통이 남과 북에 여전히 살아있는 한 우리는 절대로 ‘남’이 될 수 없다.”

이렇게 마음의 눈으로 강산과 사람을 보기 때문에 저자의 기록은 특별히 낯설 수 있는 상황도 거침없이 적어 나가는 진심이 있다.

“강을 건너기 전 뒤를 돌아보고 울고 또 울었다는 그녀는 북한을 떠날 당시 십대 후반의 어린 소녀였단다. 세상에 이런 효녀가 없고, 애국자가 따로 없다. 아마도 나였으면 밥을 굶긴 부모를 원망하고 나를 방치해둔 조국에 조금의 미련도 없었을 것이다....내가 북한에서 만난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렇게 순수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효성이 지극하고 나라를 사랑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내게 ‘북한은 어떤 나라냐’고 물으면,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가난한 나라’라고 답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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