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헌 / 동국대 북한학 박사수료
 

* 북한경제 전체에서 시장이 갖는 위상, 그리고 주민과 당국에게 시장이 주는 정치경제적 함의를 인공위성 이미지를 통해 쉽고 간략하게 정리해 준 BBC의 2013년 6월 기사 중 일부를 번역‧소개합니다. (원문출처: http://www.bbc.com/news/world-asia-22301106)


북한경제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감지하기 위해서는 창의력이 요청된다. 철저한 감시 탓에 북한을 직접 방문해서 분석하는 것도 쉽지 않은 노릇이다. 예기치 않은 사태로 대대적인 변화가 발생할 수도 있겠으나, 그런 허락되지 않는 극히 예외적인 활동들을 당신은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공식 데이터를 통해 북한을 벗겨내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왜냐하면 이 나라는 예산을 공개하지 않을 뿐더러 그 어떤 의미 있는 경제사회적 통계조차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이 비밀주의 국가 시스템이라는 불투명성은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인공위성 이미지를 통해 연구자들이 가치 있는 통찰력을 키울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사회과학자와 경제학자들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북한의 급속한 시장 확산에 관한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부인되는contradicted’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1990년대 중국과 러시아가 대 북한 원조를 중단하자 공식 경제는 붕괴하고 뒤이어 기근이 찾아왔다. 경제의 빈 공간은 전통적인 농민시장이 채워가기 시작했다.

북한의 지도부는 이들 시장의 확산을 여전히 거북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들 시장은 국가의 사회주의 이념과 모순되게 작동했고, 무엇보다 외국물품을 유포함으로써 당국의 정보독점을 해체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장은 주민들의 경제적 삶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국가에게 있어서도 안정적인 수입원이 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존재는 용납되고 있다.

<그림 > 신의주 채하시장 ⑴ 위성이미지는 2002년에서 2012년 사이에 채하시장이 규모를 키워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그러나 2012년 10월, 시장의 외양이 상당히 소실되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림 > 신의주 채하시장 ⑵ 하지만 도시 외곽으로 눈을 돌려보면 시장이 자리를 옮겨 확장되었음이 나타난다.

2011년 해거드와 놀랜드의 공저에 실린 탈북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가 수입의 절반 이상을 국영기업소가 아닌 시장 활동을 통해서 얻었다고 했다. 시장 활동으로 수입을 얻지 않는다는 응답은 고작 4%에 불과했다.

그런데 조사 집단은 북한 북동부 지방 출신 탈북자들로 압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나머지 지역은 어떠한가? 위성이미지는 해거드와 놀랜드의 발견이 전국적으로도 적용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의 등골(鐙骨)

연구자들은 북한 전역에 걸쳐 300개 이상은 족히 넘는 시장이 존재한다고 밝히고 있다. 시장의 상당수는 축구장보다도 크다. 위성이미지는 또한 이들 시장이 점점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그림 > 이 사진은 북한의 공식 웹 포털인 ‘내나라’에 실린 평양의 ‘통일거리시장’ 모습이다.

이미지를 역사적으로 겹쳐놓고 보면 2000년대 초반에 소규모로 시작했던 시장이 최근 들어 인근 시장을 접수해가고 있는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우리는 또한 지방 상인계층 규모를 하한 추정(lower-bound estimation)해 봄으로써 이들 시장에 물품을 공급하는 업자의 수를 추정해볼 수도 있다.

1990년대 북한의 변방에 머물렀던 시장이 이제는 북한의 소비경제의 등뼈가 되었다는 사실을 목도하고 있다.

위성이미지는 한편 수도 외곽에 대한 시장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평양의 능력을 또한 보여준다. 평양이 시장폐쇄를 명령하는 이들 수많은 장소들은, 수천의 주민들이 거래를 주고받는 이른바 “메뚜기”시장이라는 임시변통의 생존공간이다. 이 자생적인 시장들은 정권의 이중 손실을 표현한다.

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 보자면, 주민들은 자기주도적인 자본주의적 기업가로서 참여하고 있다. 공공 재정의 관점에서 보자면, “메뚜기”시장은 국가수익의 손실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당국이 허가된 시장 매대(slot)를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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