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 동국대학교 북한학 박사 졸업
 

맑고 개절한 틀에서는 금강산을 일러야 하고
높고 기발한 점에서는 설악산을 들어야 하며
서리고 겹친 산세로서는 묘향산을 손꼽아야 하지만
깊숙한 가운데 그 기괴한 모양을 감춘 것으로서는 칠보산이 으뜸이로다.
- 박종 -

터키의 카파도키아와 중국 둔황에 있는 야단국립지질공원에 가면 눈에 보이지 않은 바람과 시간에 의해 만들어진 비경을 볼 수 있다. 그 곳들의 기기묘묘한 지형은 감히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오랜 시간과 인내의 산물. 이와 같은 지형이 비록 남한사람들은 가볼 수는 없지만 한반도 북한땅 칠보산에도 있다.

▲ <그림1> 터키 카파도키아

▲ <그림2> 칠보산

 

 

 

 

 


칠보산은 함경북도 명천군, 화대, 화성, 어랑군까지 4개의 군에 걸쳐 있으며, 금강산과 설악산과 같이 동해 바닷가에 인접해 있어 내칠보와 외칠보, 해칠보로 나뉘어져 있다. 칠보산은 옥태봉과 철불봉 등 수십 개의 산봉우리와 기암들이 서 있어 금강산과 함께 북한의 '2대 절경', 혹은 함경의 금강으로 손꼽히는 풍경으로 유명한 산이다.

칠보산이 이처럼 범상치 않은 지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곳이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졌고, 오랫동안 풍화작용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쉬이 볼 수 없는 절경이 만들어졌고, 사람들은 금과 은, 마노, 차지, 유리, 진주, 산호 등 7개의 보물이 있는 산이라 하여 칠보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다.(일설에서는 7개의 산이 있어 칠보산이라고 했으나, 6개의 산은 바다에 가라앉고 지금의 칠보산만 남았다는 설도 있다). 북한은 기암괴석과 다양한 생물종이 살고 있는 칠보산을 1976년 10월 자연보호구 명승지 제 17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기 시작했다.

남한사람은 갈수 없는 북한 땅 칠보산은 현재 중국인 관광객이 먼저 발을 내딛었다. 사실 칠보산은 그 명성에 비해 뒤늦게 관광단지로 개발되었다. 1980년대 후반 해외 이산가족들에게 처음으로 공개되었지만, 본격적인 관광지 개발은 1996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후 1997~1999년까지 도로 등 기반시설을 건설한 후, 칠보산은 2000년부터 정식으로 관광객을 받기 시작했고,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코스도 개발되었다.

함경북도 관광관리국에서는 중국 연변과 가까운 위치를 이용하여 여름이면 회령, 청진, 칠보산 등을 돌아보는 관광코스를 마련하고 2014년에는 관광객 10만명 유치계획을 세웠으며, 최대 100만 명까지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관광도로와 비행장, 오락시설, 숙박시설 등을 건설했다.

특히 칠보산 자락 명천군 보천리의 바닷가 작은 마을에 있는 20가구 전체를 외국인 전용 민박촌으로 만들어 완전 개방하고, 현지 주민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2층으로 된 유럽식 건물들도 만들어서 한번에 40~100명까지 수용하도록 숙박시설을 정비했다.

▲ 칠보산 관광을 위해 북한 땅에 들어서는 중국 관광객들.
최근 북한은 칠보산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외국인 투자를 통한 관광개발도 시작하고 있다. 2013년 지정한 경제특구에는 황해도 신평군이 관광특구로 포함되었으며, 마식령 스키장도 완공된 후 적극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특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3년 3월 칠보산을 관광지구로 발전시킬 것을 강조하고, 2014년 칠보산이 세계생물권 보전지역을 지정되면서 북한의 관광정책에 또 다른 전기가 마련되었다. 세계생물권 보전지역은 유네스코가 주관하는 보호지역 중 하나로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조화시키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지정된 지역은 유네스코 산하 이사국들이 감독․조정․보호․연구하게 된다.

북한 지역에 지정된 세계생물권 보전지역은 백두산, 구월산, 묘향산에 이어 칠보산이 4번째로 지정된 것으로, 칠보산이 세계적으로 보존가치가 충분히 있는 생태와 자연환경이 있는 관광자원이라는 것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칠보산은 이미 2011년부터 중국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이용한 관광코스가 운영되고 있다. 도문에서 출발하는 전용관광열차는 160석으로 관광객들은 함경북도 청진시와 경성 온천과 함께 칠보산을 돌아보게 된다. 칠보산이 세계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북한당국은 생물다양성 보호에 맞는 다양한 일정과 코스를 개발하고 입국심사를 간편화 하는 등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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