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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물은 비행기의 앞쪽 화장실, 조종실 바로 뒷쪽에"<기고> KAL858, 영국 외무성 비밀문서 추가 공개 (1)
박강성주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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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09  17: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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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성주 (KAL858기 사건 연구자)


어떤 사건은 평생의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이 흔적은 삶의 증거이자 존재이유가 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사건은 몸 깊숙이 들어와 있다. 때로 살기 위해 살과 뼈를 도려내는 고통을 ‘선택’해야 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것만이 생존의 유일한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127시간>을 보며 든 생각이다. 주인공은 살기 위해 자신의 몸을 말 그대로 절단한다.

내가 원하지 않았지만, 김현희-KAL858기 사건은 내 몸 깊숙이 새겨져 있다. 이 사건 때문에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이 사건을 나의 평생숙제로 끌어안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의 삶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때로 나는 숨이 막혀 질식할 것만 같다.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다. 벗어나는 방법을 알고 있더라도, 어려운 선택일 수 있음을 안다.

5년 만에 받게 된 문서들

   
▲ 5년 만에 영국 외무성으로부터 공개받은 KAL858기 사건 관련 미국 정부 자료. [자료제공 - 박강성주]
특별한 계기로 이 사건에 대해 연구를 해온지 10년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이번 일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영국 정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은 2010년이다. 당시 외무성은 나의 신청을 기각하였는데,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문서의 일부를 2011년에 공개했다. 그러면서 3건의 문서에 대한 공개 여부를 더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이와 관련해 담당자에게 연락을 했고, 그 과정에서 문서들이 미국 관련 자료임을 알게 됐다. 그 뒤에도 몇 번 연락을 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답변이 없거나 보낸 편지가 그냥 되돌아왔다.

그러다 최근 연락을 다시 했는데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당시 담당자의 실수로 문서가 제때 전달되지 못했다며 영국 외무성이 정중한 사과와 함께 문서를 보내왔다. 정보공개를 처음 청구한 시기까지 따지면 5년 만에 문서를 받게 됐다. 몇 년 전에 받을 수 있었던 문서를 지금에야 받게 되어 허탈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면 뭔가 얻을 수 있다고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가장 주목되는 문서는 1988년 1월 11일, 한국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작성된 듯한 자료다. KAL858기 폭탄에 관한 내용이다. 작성자는 당시 치안본부(현재 경찰청) 및 안보기관들과 긴밀한 관계에 있던 어느 정보원과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정보원에 따르면 한국 관계자들은 폭발물이 ‘컴파운드 시(Compound C)’라는 것을 밝혀냈고, 이는 북쪽이 버마 랑군 사건 및 (1986년 9월 14일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일어난) 김포공항 사건에 사용한 물질과 비슷하다고 했다. 다만 이 폭발물은 (북쪽이든 누구에 의해서든) 흔히 사용될 수 있는 것(not all that uncommon)이라는 말이 덧붙여져 있다. 이 추가 설명이 정보원의 것인지 문서 작성자의 것인지는 알기 어렵다.

폭발물은 어디에 있었는가

   
▲ 사건 직후인 1987년 12월 2일 <경향신문>이 보도한 KAL858기 좌석배치도. [자료사진 - 통일뉴스]
내가 보기에 가장 중요하면서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폭발물은 비행기의 앞쪽 화장실, 조종실 바로 뒷쪽에 실렸던 것이 거의 확실했다(the explosive had almost certainly been planted in the front toilet, just behind the flight deck). 그런데 공식 수사결과에 따르면, 김현희는 폭탄을 좌석 7B와 7C 선반 위에 올려놓고 내렸다. 쉽게 무시할 수 없는 거리의 차이가 생긴다. 다시 말해, 정보원이 전한 내용과 공식적으로 발표된 수사내용이 크게 다르다.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지점이다.

한편 김현희와 김승일의 옷에서 화약 흔적이 검출되었다는 내용도 있다. 그리고 무슨 말인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이 문서를 읽은 이가 자필로 쓴 듯한 기록들이 삭제되어 있다.

1988년 1월 25일 영국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작성된 문서는 헝가리 주재 북한 지도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김현희는 부다페스트에서 “전 지도원”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김현희는 전 지도원이 45-47살 사이로 보였고, 165cm 정도였으며 다부진 체격에 북쪽 양강도 사투리를 썼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1월 23일 국무부가 정례 기자회견을 앞두고 예상 질문과 답변을 준비했는데, 여기에는 미 당국자가 김현희를 직접 봤는지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김현희를 직접 신문했으며 그녀가 믿을 만한(credible) 증인이고, 진술을 스스로 자유롭게(freely) 했다고 한다.

이와는 별도로, 이번 문서들을 검토하며 2011년에 받았던 자료들을 다시 살펴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그때 미처 지적하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했다. 영어로 된 공식 수사발표 요약문으로 김현희와 김승일이 1987년 11월 12일 평양을 떠나기 전 했다던 충성선서식에 관한 내용이다.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공식 수사발표에 따르면 이 선서식은 “김정일” 초상화 앞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안기부가 고용한 작가에 의해 대필된) 김현희 수기에 따르면, 이 선서식은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이루어졌다(『이제 여자가 되고 싶어요 제1부』, 221쪽).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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