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상륙작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의 한국 상륙을 위한 미국과 수구언론, 그리고 비박 의원들의 합동작전이 벌써 두 달째 불을 뿜고 있다. 먼저 미국의 사전 공습이 있었다.

“사드 배치에 대비해 적절한 장소를 찾기 위한 비공식 조사가 진행됐다.” 3월 12일 주한미군사령부의 ‘입장자료’는 “사드 배치는 주한미군이 자신들의 기지에 무기를 배치하는 문제이며 한국정부와 무관하다”며 발을 빼 오던 청와대의 입지를 초토화시키는 가공할 폭격이었다. 평택, 원주, 부산(기장), 대구, 청주 등 조사 지역 찬반 논쟁이 뜨고 사드 배치 여부 논의는 묻혔다.

“동맹 방어 체계를 어떤 방법으로, 언제 쓰게 될지를 결정하는 것은 한국이다.” 3월 17일 러셀 미 국무부 차관보의 서울 발언은 “동맹 방어 체계‘ 즉 사드배치를 기정사실로 못 박으면서 정부가 까치발로 딛고 선 마지막 한 뼘의 땅마저 폭삭 주저앉혔다.

화약 냄새에 취한 수구언론은 “우리의 선택은 미국이어야 한다!”(3월 17일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등 엄호사격을 강화하고, 때를 기다리던 새누리당은 ‘8명의 발언자 중 7명이 사드 배치를 찬성한’ 의원 총회를 열어 청와대 행 돌격전을 감행했다.

꿈쩍 않는 청와대?

그러나 청와대는 요지부동, 전선을 지키고 있다. 어디서? 이른바 ‘3NO’ 즉 “미국의 요청이 없었고, 따라서 협의도 없었으며, 결정된 것도 없다”에서! 만약 미국이 요청한다면? 협의하고 결정할 것이다. 어떻게? 윤병세 외교장관의 3월 29일 발언은 그 결과를 암시한다. “미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요청한다면 국방부가 군사기술적으로 검토한 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중심으로 종합적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미군의 지휘를 받는 군부에서 먼저 판단한단다.

청와대가 사수하는 전선은 “사드 배치 반대!”가 아니라 “사드 자진 배치 반대!”인 거다. 청와대의 호기를 이채롭게 바라보던 이들은 이 대목에서 허무해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은 눈여겨 볼만하다.

외교 소식통들은 “미국은 한국이 결국 사드를 배치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미국의 요구가 아니라 한국이 요청하는 형식을 취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미국식’이다. (‘일본 위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나’, 시사인, 3월 26일)

지금까지 이 땅의 지배세력들은 내용만이 아니라 형식도 미국이 원하는 바를 따랐다. 그런데 그 지배세력의 핵심 중 핵심인 현 청와대는 왜 이를 거부하는가?

바람, 새바람

“중국 때문이다” 한마디 하고 휙 넘어 갈 수 있다. 그러나 주마간산으로는 변화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지배세력이 외세에 빌붙는 것도 나름 치열한 장사다. 이익이 나는 시점에서 이익을 주는 치들과 붙어먹는 것이다.

현대차만 해도 2013년 중국 시장에서 103만대, 국내에서 64만대를 팔았다. (‘중, 3일 전 일방 통보에… 현대차 공장 착공식 돌연 연기’, 조선일보, 4월 1일)

[조선(일보)]은 현대차가 지난해 중국에서 103만대를 팔았다고 했으나 기아차 판매량까지 합하면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184만대를 팔았다. (‘중국, 현대차 착공식 일방연기. '사드 경고'?’, 뷰스앤뉴스, 4월 1일)

‘주는 것도 없이 장사만 방해하는’ 미국과 ‘무궁무진 기회의 땅’ 중국 사이에서 재벌이 어디로 기울지는 불문가지다. 중국에게 변명할 그 무엇, 정부도 재벌도 공히 간절한 그것 때문에 ‘미국의 방식’은 좀체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제는 체제가 딛고 선 토대다. 그 변화는 궁극, 세상의 변화로 이어진다. 재벌에게 기대자는 것도 기대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체감한 변화의 바람을 우리가 타고 오르자는 거다. 여기 또 바람이 불어온다.

중국은 지난 2월 북·중·러 3국이 공동으로 총 30㎢ 규모의 ‘초(超)국경 국제관광구’를 개발·관리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훈춘 일대를 중심으로 북한 나선시 두만강동과 러시아 연해주 하산구에서 각각 10㎢ 토지를 편입해 온천 호텔과 골프장을 포함한 관광·레저·오락 시설을 종합적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계획이 현실화되면 북·중·러는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도 별도 비자 없이 이곳을 방문해 3국 문화와 자연을 체험하고, 골프와 면세점 쇼핑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 북중러 특구에 부는 '관광 바람', 조선일보, 4월 3일)

“북한~러시아~중국을 거쳐 유럽으로 철도를 연결하는 SRX 구상을 실현하려면 OSJD에 가입해야 하는데 서울 회의에 북한이 불참하면 정회원 가입이 요원해진다”고 말했다. OSJD는 중국·러시아 등 옛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창설한 국제기구로 몽골 등 28개 국가가 회원국이다. 한국은 지난해 3월에야 ‘옵서버’보다 한 단계 아래인 ‘제휴회원’ 자격을 얻어 5월 서울회의를 유치했다. 정부 당국자는 “OSJD에 정회원으로 가입하려면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하는데 북한이 불참할 경우 한국의 회원 가입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실크로드 구상'에 제동 건 북한’, 중앙일보, 4월 2일)

 

 
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전 6.15남측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전 반전평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