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올 것이 온 것이고, 오히려 뒤늦게 터진 일이다."

북측의 일방적인 노동규정 개정과 적용 통보로 인해 개성공단의 안정적 운영이 불가능하게 됐다는 정부의 입장과 달리, 북측은 지난 2008년부터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한 여러 규정의 현실화를 요구해 왔으나 남측이 이를 계속 무시해 왔기 때문에 결국 지금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서 기업지원부장을 지낸 김진향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는 17일 방송된 팟캐스트방송 <정세현·황방열의 한통속>에 출연해 지난해 11월 북측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를 통해 개성공단 노동규정을 개정할 때부터 이같은 사태는 예견된 것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진향 교수는 "이명박 정부 들어 6.15, 10.4선언을 부정하면서 기존의 많은 합의를 남측 정부가 파기했으며, 이때부터 공단은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며 "개성공단은 원래 남과북의 호혜협력의 장이고 경제를 위한 평화프로젝트이고 평화를 위한 경제프로젝트인데, 어떻게 이렇게 기존 합의를 부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와 함께 북측으로부터 협상 요구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08년부터 북측에서 이번에 불거진 노동규정외에 30여개 조항의 수정요청을 해 왔으나 남측에서는 코멘트하지 않는 방식으로 회피해왔다고 전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근본적 원인은 개성공단의 성격과 본질이 변질된 것에 있다. "북측에서는 2008년 이후 정치군사적 적대관계가 지속되는 가운데 변화된 정세와 환경에 맞추어 노동규정 개정 등을 계속 요구해 왔으나 남측이 이에 응하지 않고 방치하면서 개성공단이 '낙동강 오리알'같은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당초 '6.15남북공동선언의 옥동자'라는 평가를 받던 개성공단은 초기에 '남북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공단'이라는 공감대가 컸으나 2008년 이명박 정권 들어 남북관계의 대립적 성격이 본격화되면서 '북측 공단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최근 사태에 대해서도 그는 "내용적으로 큰 걸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절차와 과정에 있어서는 매우 본질적인 문제제기"라고 북측입장을 평가하고 "앞으로가 더 문제겠다"라며,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진향 교수가 역임한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은 개성공단 내 기업창설에서부터 북측 근로자에 대한 급여지급, 임금 협상 등에 이르기까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맞닥뜨리는 모든 이해관계에 대해 포괄적인 지원을 하고 이와 관련해 북측과 협상을 담당하는 총괄조정 역할이다.

한편, 지난 2004년 6월 30일 개성공단 시범단지 1만평에 대한 준공식에 참여한 당일 퇴임식을 했던 정세현 전 장관은 개성공단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지금의 문제는 달리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개성공단 만들어서 (북측에) 돈이 건너가면 그걸로 무기나 만든다'고 생각하면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이지만, 원래 개성공단을 시작할 때처럼 '경제협력을 심화시킴으로써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해결 못할 갈등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