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영방송인 <BBC>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소리방송>(VOA), <자유아시아방송>(RFA)과 같은 대북방송을 곧 시작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BBC 대변인은 최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와 가진 인터뷰에서 "BBC 월드 서비스의 핵심 원칙 가운데 하나는 언론 자유가 부족한 나라의 청취자들에게 봉사하는 것"이라며 "인터넷 접속 부족과 방송 시청에 대한 엄격한 통제 같은 장애물이 있지만, 북한 주민들을 위해 실행 가능한 뉴스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은 북한 내 인터넷망 보급률은 낮은 반면 주민 상당수가 중국을 통해 밀반입한 휴대용 라디오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과 관련해 인터넷을 통한 방식 대신 단파 방송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방송언어는 북한 내 낮은 영어 보급률을 감안해 한국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미국의소리>·<자유아시아방송>, 美 국익과 이데올로기 대변

가장 오래된 한국어방송은 1942년 8월 이승만의 제안으로 첫 방송을 시작한 <미국의소리>. 지금은 43개 언어로 매주 전세계 1억4100만 명의 독자를 대상으로 AM과 FM, 단파를 이용한 라디오 방송과 텔레비전, 인터넷으로 뉴스와 다양한 기획물을 전하는 세계 최대 뉴스기관의 하나이다.

<VOA>는 <자유아시아방송>(RFA)와 함께 대표적인 미국의 대북방송으로서 미 국무부가 감독권을 갖는 방송위원회(BBG) 산하기구이며, 미국 행정부의 견해와 이익을 대변한다.

지난 1996년 미국 의회가 출자해 설립한 국제방송국인 <RFA>는 본사를 미국 워싱턴 D.C.에 두고 하원의 지원을 받아 9개 언어로 아시아 전 지역을 향해 단파방송을 하고 있다.

한국어방송은 1997년부터 시작했으며, 하루 5시간 정도 한반도 주변 소식과 논평, 기획보도물을 단파와 중파를 통해 방송한다.

이 방송사는 VOA와 달리 미국 행정부의 견해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독립된 자유언론을 표방하고 있으나 과거 동유럽 사회주의국가들의 민주화를 지원했던 자유유럽방송(RFE)를 모델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국가이익과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RFA>는 "뉴스와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하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을 대리한다는 목적하에 사실의 전달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설명하고 있으나 보도내용에 대한 불신도 팽배해 있다.

대북방송 강화, 대북심리전 재개, 다양화 경향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대북방송으로는 1948년 정부수립과 함께 방송을 시작해 1972년 사회교육방송이라는 이름으로 방송해 오다 2007년부터 명칭을 바꾼 KBS 한민족방송이 있다.

2000년 이후에는 대북방송이라기 보다 북한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 러시아 연해주에 거주하는 한민족을 청취대상으로 확대했으나, 2012년 개편이후 북측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신설 강화되고 있다.

중파를 이용하지만 지난해부터 스마트폰으로도 들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했다.

또 국방부 산하 국군심리전단이 운영하는 대북 라디오방송인 '자유의 소리'는 FM방송으로, 전파변환 장치를 거쳐 군사분계선(MDL)지역에서 대북 확성기를 통해서도 북쪽으로 전해진다.

북한군을 대상으로 하는 이 방송은 지난 1962년 시작돼 2004년 6월 남북장성급 회담 합의에 따라 중단됐다가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 발생 후 그 해 5월부터 재개됐다.

이 밖에 운영주체가 불분명한 <인민의소리>, <희망의 메아리> 방송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보기관이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민간에서는 지난 2005년 경부터 단파방송을 시작한 열린북한방송, 자유북한방송, 자유조선방송, 북한개혁방송 등이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지난해 11월 국민통일방송 설립을 위해 나선 바 있다.

이밖에 일본에서 납치자 문제와 관련해 일본인 납치 피해자를 청취대상으로 하는 '고향의 바람'과 '시오카제'(JSR)라는 방송을 각각 내각 산하 기구인 '납치문제대책본부'와 민간단체인 '특정실종자문제조사회'가 운영하고 있으며, 선교목적 등을 표방하는 극동방송 등이 있다.

대북방송 효과, 관계개선 등 종합적 검증필요

그렇다면 이런 대북방송을 실제로 북측에서 몇명이나 들었으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가장 최근의 연구로 인용되는 것은 지난 2006년 4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미국 미디어 연구기업인 인터미디어사가 중국 거주 탈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탈북자 총 250명 중 57명(22.8%)이 북한에서 대북방송을 들었다고 응답했다.

2005년 북한인권정보센터가 한국내 탈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304명 중 11.2%에 해당하는 34명이 방송 청취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결과와 비교해 4년만에 2배 가까이 대북방송 청취자가 늘었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삼고 있다.

또 외부 방송을 얼마나 자주 들어야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는 지에 대한 정확한 지표는 없지만 대략 일주일에 한번 이상 대북방송을 들으면 의식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 상시 청취층의 비율이 9.8%였다는 점을 감안할 뿐이다.

여기에 북한 인구 2천4백만명 가운데 성인인구를 1천만명으로 계산하면 대북방송을 듣고 대략 의식의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인원이 최소한 100만명이 된다는 것이며, 이들에 의한 내용 전파 가능성까지 계산에 포함시키면 최대 2~3배인 300만명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결론이다.

그런데 어떤 의식의 변화인지는 분명치 않다.

방송을 듣고 난 후 북한 당국이 하는 선전의 허구성을 알게 됐으며, 남한 사회의 실상을 알게 됐다는 탈북자들의 증언 등으로 보아 대북방송이 북한 주민의 의식변화에 적지않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는 다소 모호한 결론이 전부이다.

또한 북한 주민들이 잘 들을 수 있는 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깨끗한 음질의 AM주파수를 할당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거나 700Kw 이상의 송출 출력 환경과 원할한 방송을 위한 장비 및 인력 등 재원 확충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당연히 뒤따르는 요구가 된다.

나아가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의 전달을 위해서는 라디오보다 TV매체가 유리하며, 재원만 확충된다면 북한의 청취자, 시청자도 계속 늘어날 것이는 전망도 뒤를 잇게 된다.

'북한 당국의 선전의 허구성'과 '남한 사회의 실상'을 더 극명하게 알리려는 일방적인 노력이 금전적 수요와 맞물리면, 남북관계 개선에 부정적 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고려도 동시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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