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는 지난 11일 '조국해방 일흔돌과 조선노동당 창건 일흔돌에 즈음하여' 310개의 공동구호를 발표했다.

이에 앞서 10일에는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를 열어 '조선노동당 창건 일흔돌과 조국해방 일흔돌을 위대한 당의 영도에 따라 강성번영하는 선군조선의 혁명적 대경사로 맞이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결정서를 채택했다.

공동구호 발표와 당 정치국 결정서는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각각 12일과 13일 전문이 보도됐다.

연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육성으로 발표한 신년사와 당 정치국 결정서, 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가 발표한 공동구호는 모두 올해를 광복 70주년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는 해라며 특별한 의의를 부여한 것이 특징이다.

남북관계 개선과 병진노선 고수,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전환 촉구 등 올해 북한이 나아가고자 하는 길을 파악하는데 반드시 검토해야 하는 주목할 내용들이다.

▲북한 웹 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지난달 16일 공개한 남북관계를 소재로 한 선전화 중 하나.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렇게 결정된 공동구호는 '선전화' 등의 형식으로 평양과 각지의 시내와 건설현장 등 곳곳에 나붙게 된다.

신년사와 결정서, 공동구호는 그 때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상호연관하에 작성된 것이므로 북한의 주요 정책 방향을 분석할 때 세 가지를 모두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 이후 29일 중앙추도대회까지 애도기간이 끝난 뒤 30일 당 최고지도조직인 정치국회의를 열어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동지의 유훈을 받들어 강성국가건설에서 일대 앙양을 일으킬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정치국 결정서를 채택했으며, 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는 31일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탄생 100돌에 즈음한 공동구호'를 심의, 발표했다.

이때의 결정서와 공동구호, 그리고 3紙(노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전위) 신년(2012년)공동사설은 김 위원장의 사망 이전에 작성된 문서를 바탕으로 '국상'의 상황을 반영해 수정, 발표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당 중앙위와 중앙군사위가 "전당, 전군, 전민이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현명한 영도 따라 슬픔을 천백배의 힘과 용기로 바꾸어 나라의 정치군사적 위력을 백방으로 강화하며 혁명적 대고조의 불길을 더욱 거세차게 지펴올림으로써 뜻깊은 주체101(2012)년을 우리 혁명의 확고부동한 계승성과 불패성을 만방에 떨치는 위대한 승리의 해, 강성국가의 대문을 열어제끼는 자랑찬 부흥의 해로 빛내이자는 것을 열렬히 호소하면서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탄생 100돌에 즈음한 공동구호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280여개에 달하는 공동구호에는 하루 앞서 당시 김정은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최고사령관으로 선포한 정책국 결정서의 내용이 대폭 반영돼 '전당과 온 사회에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더욱 철저히 세우자! '등의 새로운 공동구호가 10여개 등장했으며, 군사적 충돌에 대한 우려가 드러나는 구호도 나타났다.

이처럼 그해 북한의 정책방향을 가늠하는 것은 공식적으로는 신년사와 정치국 결정서, 공동구호에 대한 검토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신년사와 공동구호 등이 그해 각 부문별 정책의 중점방향과 전략과제를 제시한다면, 군중집회는 각 단위별로 이를 관철하겠다는 각오를 표시하는 정치행사이다.

올해에도 '공동구호' 발표에 이어 앞으로 평양과 각지 및 부문별로 구호 관철 궐기모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과 국가, 국민이 추진해야 할 정책 방향과 당면과제를 구호의 형식으로 제시해 온 북한에서 이른 바 '구호정치'라고 불리는 '당 구호'는 지난 1954년 이후 5, 10년 단위로 '꺽어지는 해'를 비롯해 주요 정치 기념일에 꾸준히 발표돼 왔다.

지난 1994년 이전까지는 당 중앙위원회 명의로 '당 구호'를 발표해 오다 선군정치가 시작된 1995년부터 당 중앙위와 중앙군사위 '공동구호'가 발표돼 이번이 해방 이후 16번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당창건 65돌을 맞는 지난 2010년 2월 6일에도 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 공동명의로 '전체 당원들과 인민군 장병들과 인민들이 당의 호소에 피끓는 심장으로 화답할 것을 믿는다'며 240여 개에 달하는 공동구호를 발표한 바 있다.

그에 앞서 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는 2005년 7월 2일에는 당 창건 60돌을 앞두고 전 사회가 분발해 '강성대국 건설의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는 자랑스런 승리의 해'로 맞을 것을 촉구하는 160여개의 공동구호를 발표했다.

2015년 올해 북한이 내건 공동구호의 첫 구호는 '모두다 백두의 혁명정신으로 최후승리를 앞당기기 위한 총공격전에 떨쳐나서자!'이며, 310번째 마지막 구호는 '모두다 승리의 경축광장을 향하여 앞으로! 항일대전의 위대한 승리, 조국해방 일흔돌 만세!, 조선노동당 창건 일흔돌 만세!'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