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수 (새정치민주연합 통일전문위원)


올해는 우리민족에게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이다. 이러한 역사적 의미로 인해 국민들은 남북관계 개선, 통일에 대한 기대가 다른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 정부도 지난 1월 19일 통일부·외교부·국방부·국가보훈처가 합동으로 ‘통일준비’를 주제로 대통령 업무보고를 실시하였다.

통일부는 올해 비전을 “광복 70주년, 한반도 통일시대 개막”으로 설정하고 실질적인 통일준비에 매진하겠다고 보고하였다. 목표로는 △국내 통일 인프라 구축, △남북관계 발전, △국제사회 협력의 병행을 통한 ‘통일준비의 실질적 진전’으로 설정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3대 전략으로 △국민이 ‘참여’하는 통일준비, △북한과 ‘함께’하는 통일준비, △국제사회와 ‘더불어’하는 통일준비를 제시하였다. 구체적 실천과제로 ① 통일공감대 확산, ②통일시대 주역 양성, ③ 광복 70주년, 민생·환경·문화 통로 개척, ④ 호혜적 남북경협 추진, ⑤ 북한 비핵화·인권문제의 실질적 진전, ⑥ 국제사회의 통일준비 참여 확대 등 ‘6대 실천과제’를 제시하였다. 이를 위한 세부사업으로는 남북이 함께하는 ‘광복 70주년 남북공동기념위원회’ 구성 추진, ‘한반도 종단 및 대륙철도 시범운행 추진’, ‘남북겨레문화원’ 서울·평양 동시 개설 추진, ‘한민족생활문화편람’ 편찬 추진 등을 제시하였다.

언론에서는 업무보고 내용에 대해 “통일 향한 화려한 청사진, 실현가능성은 의문”, “이벤트성, 북 대화 유도엔 미흡”, “‘장밋빛 구상’ 남북 경색 현실과 괴리”라고 평가하였다. 즉 언론에서는 냉랭한 남북관계와는 괴리된 ‘뜬구름’같은 이야기라는 일관된 평가를 내렸다. 이러한 냉담한 평가는 정치권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심지어 여당 원내대표까지 통일부 업무보고 내용을 두고 답답하고 ‘구태’라고 강하게 비판하였다.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 중 처음 등장하는 ‘한반도 종단 및 대륙철도 시범운행’, ‘남북겨레문화원’, ‘한민족생활문화편람’, ‘평화통일상 제정’ 등을 어떻게 추진할 것이냐 질문에 대해 통일부는 “남북대화 계기시, 대북 제안 및 구체적 협의 착수”, “남북 간 협의 및 부처 간 협업 등을 통해”,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세부사항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며 남북대화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구체적인 실천계획이 없음을 ‘자백’하였다. 남북교류협력이 단절된 남북관계 현실을 반영한 혼자만의 ‘통일준비’ 현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한반도 통일시대 개막’이라는 비전을 제시한 것은 광복 70주년을 계기로 남북관계 획기적 진전을 통해 통일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의 표출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비전에 반대할 국민들은 없다. 문제는 과연 어떻게 이러한 비전을 실현할 것인가이다.

작년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대박’을 언급하고 통일준비위원회를 설치, 운영하는 등 나름 통일 논의가 활기차게 진행되었지만 남북관계는 여전히 냉랭하다. 남북관계 현실과 정부의 구상이 괴리되어 ‘통일시대 개막’에 대해 국민들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남북당국 간 대화조차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 홀로 ‘통일준비’, ‘통일대박’을 외치는 형국인 것이다.

국민들은 현 정부가 대북정책이 만들어낸 성과들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통일 미래세대들인 고등학생들이 금강산 수학여행을 다녀오고, 북한산 바지락으로 끊인 바지락칼국수를 먹고, 남북 당국자들이 평양과 서울에서 회담을 개최하고, 이산가족들이 금강산 면회소에서 눈물을 흘리면 상봉하는 모습을 TV를 보면서 같이 통일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때 통일을 더욱 절감하게 될 것이다.

통일은 말이 아닌 행동의 결과이다. 끊임없는 남북 접촉과 교류협력, 대화가 궁극적으로 통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긍정적인 변화가 누적되지 않으면 통일은 이뤄질 수 없다”는 말처럼 출발점은 상호존중과 남북교류협력이다.

지금 남북 당국은 말로는 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하지만 서로 ‘까다로운’ 전제 조건을 제시한다. 북은 한미합동군사훈련과 대북전단 살포 중지를, 우리는 쟁점이 되는 5·24조치의 원인 행위에 대해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한다. 북한은 남북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우리정부가 5·24조치를 철회하고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는 등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면서도 6자회담 재개에 대해서는 전제조건 없는 대화 재개를 주장한다. 모순적 입장이다.

북한도 조건없는 대화에 즉각 나서야 한다. 우리 정부 또한 ‘통일대박’을 외치면서 남북교류협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5·24조치를 유지하는 모순적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남북대화를 재개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주도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긴장 고조로 인해 훨씬 큰 피해를 받는 우리가 남북관계 개선에 더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을 두고 ‘손해’, ‘겁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작년 10월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을 계기로 합의되었던 제2차 남북고위급 회담이 대북전단 살포 문제로 무산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 문제에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남북교류협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5·24조치 문제 해결을 위한 긍정적 메시지를 던진다면 남북당국대화는 재개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당국은 광복 70주년을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준비의 획기적인 해가 되길 염원하는 구성원들의 열망에 호응해야 한다. 남북당국은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조속히 대화를 성사시켜 남북화해협력사업을 본격적으로 논의하여 실질적인 통일준비에 박차를 가할 수 있길 기대한다.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나 동국대 북한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KYC(한국청년연합회) 평화통일센터 사무국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민주당 정책위원회 통일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동국대 강사, 인제대학교 통일학연구소 연구위원, 민화협 정책위원, 도산통일연구소 연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쓴 글로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발전 방향 연구”(2011), “북한 대중운동 연구: 권력승계 측면에서 비교한 ‘150일 전투’와 ‘70일 전투’를 중심으로”(2010), “북한 권력승계 담론 연구”(2010), 『북한 청년동맹 연구』(한울, 200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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