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행복조차 배워야 하는 짐승이다 (니체)

천년의 바람
- 박재삼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새 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많은 사람들이 ‘행복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나는 오래 전에 ‘고스톱’을 아주 좋아한 적이 있다. 그때는 퇴근 후 남자직원들끼리 어울려 술판을 자주 벌렸다. 그러다 술이 적당히 오르면 고스톱을 쳤다.

화투장을 들고 시계를 보니 밤 2시. 바닥의 화투장에 딱 내리치고 시계를 보니 밤 3시였다. 이렇게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갔다.

일상에서 벗어난 ‘신선놀음의 시간’, 그 시간은 분명히 내게 ‘행복’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그 후 나는 문학을 공부하며 ‘진정한 행복’을 알았다.

강의가 끝나면 수강생들과 자주 뒤풀이를 했다.

어느 날 밤새도록 한강 고수부지에서 술을 마실 때였다. 동료들과 떨어져 혼자서 강가로 갔다.

강물에 달이 비치고 있었다. 그때 나는 알 수 없는 신비로움에 휩싸였다.

‘아, 강물이 흘러가는구나! 달이 하늘에 있구나! 나는 여기 있구나!’

내 존재 자체가 기쁨이었다.

그렇다. 인간은 신화학자 조셉 켐벨이 말하는 ‘살아 있음의 환희’인 것이다.

동료들과 밤새껏 문학을 얘기하며 온 몸이 기쁨으로 전율했던 경험.

그때 나는 비로소 ‘행복’을 안 것이다.

그 뒤로는 ‘고스톱’은 시시해서 칠 수가 없었다.

라다크 종족에게 한 문명인이 물었다. “당신들은 행복하십니까?” 그는 문명인을 의아하게 바라보며 되물었다. “당신들은 행복하지 않으십니까?”

인간은 원래 존재 그 자체로 행복한 것이다. 행복하지 않으면 그건 ‘비인간적인 것’이다.

‘살아 있음의 환희’를 잃어버렸으니 우리는 이상한 것을 찾는다. 그런 것들을 할 때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곰곰이 따져보면 거의 다 이상한 것들이 아닌가?

‘행복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라는 말이 맞으려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한다.

우리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얼마나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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