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북한 <노동신문>은 "얼마전에 쿠바는 중단했던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회복할 데 대한 결정을 발표했다"며, "이것은 쿠바외교의 승리이며 쿠바인민이 장구한 투쟁속에서 이룩한 역사적 승리"라고 밝혔다.

이날 신문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쿠바혁명 승리 56주년을 축하하는 축전을 보냈다는 별도의 보도와 함께 "라울 카스트로 동지는 쿠바인민은 자기의 자주적인 사상과 사회적 정의에 충실하여 그 어떤 곤란도 박차고 사회주의를 계속 건설해나갈 것이라고 언명했다"고 소개했다.

이같은 북측의 반응은 지난해 12월 1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53년만에 양국간의 국교정상화를 선언하는 특별성명을 각각 발표한 이래 공식매체에서는 처음으로 나온 것인데, 오랜 동맹관계인 쿠바측 기류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재일 <조선신보>는 지난해 12월 31일 "쿠바와 미국의 국교 정상화는 조선국내에서도 사람들의 화젯거리로 되고 있다"며 "미국이 제재와 압력으로 세계에 대한 지배와 간섭을 일삼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는 것이 항간의 평가"라고 북한 내 분위기를 소개했다.

특히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 들어앉기 전에 미국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대국과도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으나 조선에 대해서는 이제껏 구태의연한 대결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천명한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로 북핵문제를 풀겠다고 천명했으나 아직 진척이 없는 상황을 쿠바의 상황에 빗대 꼬집었다.

미국과 쿠바가 관계 개선에 들어간 만큼 이후 눈길이 북한과 미국 관계로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와의 관계개선을 선포하는 연설에서 △반세기 이상 유지해 온 대 쿠바 봉쇄 정책이 실패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시인하고 △어떤 나라를 실패한 국가로 몰아붙이는 정책보다 개혁을 지지하고 장려하는 것이 낫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했으며, △미국의 고립정책은 중남미지역과 전 세계의 파트너 국가들로부터 미국이 고립되는 결과를 낳았다 는 등의 주목할만한 언급을 했다.

이에 대해 먼저 오바마 연설 중 쿠바라고 써 있는 자리에 북한을 대입해 넣어도 논리 전개에 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반세기 이상 유지해 온 대북 봉쇄정책이 실패했으며, 북한을 실패한 나라로 몰아붙이는 정책보다 개혁을~. 미국의 고립정책은 동북아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의 국가들로부터 미국이 고립되는 결과를 낳았다'라고 읽어도 크게 무리하지 않다는 주장이지만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쿠바와 달리 북한은 핵·미사일 문제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쿠바에 비해 미국과의 관계개선에서 훨씬 힘든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미 북한이 현재 '핵무기 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발사'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쿠바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조시 어니스트 미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연설 후인 지난달 18일 오바마 1기 행정부 시절 북한의 핵 관련 조치 이행을 대가로 제재 완화를 시작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북한이 약속을 저버렸다고 반박한 바 있다.

더구나 쿠바와의 관계정상화 발표에 대한 일부의 반발을 의식한 탓인지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 '북한 때리기'에 나섰고, 미국 정부는 2일(현지시각) '소니 영화사 해킹 사건' 책임을 물어 북한 정찰총국을 비롯한 3개 단체, 김영철 등 개인 10명을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그러나 쿠바와 북한의 긴밀한 관계를 감안할 때, 미국-쿠바 국교정상화 선언은 북미관계에도 어떤 식으로든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쿠바는 미국과의 국교정상화 선언 이후인 지난해 12월 29일에도 평양에서 양국 정부 사이의 2015년 경제 및 과학기술협조발전을 위한 회의 의정서와 2015년 상품교류에 관한 의정서를 조인했으며, 카스트로 의장은 이틀 전인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3주기를 맞아 추모 전문을 보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28일 유엔총회에서 미국의 반쿠바 봉쇄 철회 요청 결의가 23년째 연속 채택됐으며, 10월 14일에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공산당 기관지인 <그란마>에 "미국의 반 쿠바 봉쇄가 해제될 날은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북측 매체들이 라울 카스트로 의장을 인용해 "장기간에 걸치는 끈질긴 협상을 통해 마침내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의 길을 열어놓았다"고 강조하는 것이나, 지난해 연말 중간선거 참패 이후, 오바마 행정부 당국자들이 북한과의 직접대화 의지를 공개적, 사적으로 적극 밝히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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