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매섭게 추워야 진짜 겨울다운 것이라고 이야기라도 하듯,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겨울은 없는 사람들에게 더 힘든 계절이라고 하는데요, 매서운 추위가 가뜩이나 팍팍한 삶을 더 힘겹게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이렇게 추운 날, 따끈한 음식 한 그릇 든든하게 먹는다면 그래도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데요, 겨울밤이 길기만 한 겨울에는 따끈한 야식이 간절하게 마련입니다.

오는 22일 1년 중 밤이 가장 긴 동지를 맞는데요, 이런 이유로 예로부터 동지에 팥죽을 쑤어먹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평양출판사가 2005년 출간한 <조선의 사계절 민속명절>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동지날에 팥죽을 쑤어먹는 것은 우리 인민의 민속적인 풍습의 하나입니다”라고 말한 것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조선의 사계절 민속명절>에 따르면 동지날은 겨울철이라 밖에서 하는 특별한 행사도 없었으며 다만 집집마다 팥죽을 쑤어먹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날 쑤어먹는 팥죽을 동지날의 이름을 붙여 ‘동지죽’이라고도 하였는데 추석날의 송편과 같이 동지날의 명절음식으로 빠질 수 없는 것입니다.

동지날에 쑤어먹는 팥죽에 대하여 ‘동국세시기’의 저자 홍석모는 다음과 같은 시로 형상하였습니다.

더운 김이 물물 나는
동지날 팥죽
새알심지 들어있고
꿀도 탔어라
...

시를 보면 팥죽을 김이 펄펄 나도록 뜨겁게 쑤어서 먹는다는 것과 새알만 한 오그랑이(새알심)를 넣고 꿀도 타서 달게 만들어 먹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지팥죽은 먼저 팥을 푹 삶은 다음 흰쌀을 두고 끓이며 거기에 찹쌀가루나 찰수수가루를 익반죽하여 새알만하게 빚은 떡을 넣고 꿀을 타서 더운 때 먹는데요, 이때 자그마하게 빚어 넣는 떡을 새알처럼 동글동글하게 빚은 심(心)이라 하여 ‘새알심(새알심지)’이라고 하며 ‘오그랑이’, ‘동그랭이’라고도 부릅니다.

이에 따라 동지죽을 ‘오그랑죽(오그랑팥죽)’, ‘동그레죽(동그랭이팥죽)’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또한 동지팥죽을 ‘동지두죽’이라고 불렀으며 동지 때에 특별히 먹는 음식이라고 하여 ‘동지시식(冬至時食)’이라고도 하였습니다.

가정의 주부들은 팥죽을 쑤면서 큰 새알심을 몇 개 만들어 넣어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그들은 큰 새알심을 받기라도 하면 큰 복을 받는다고 하면서 기뻐 어쩔 줄 몰라 하였으며 그러는 애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른들도 함께 기뻐해주었습니다. 여기에는 아이들을 귀여워하고 그들의 밝은 모습에서 기쁨을 찾은 어머니들의 살뜰한 사랑의 정과 아름답고 단란한 가정생활 기층이 반영되어있는 것이라고 <조선의 사계절 민속명절>은 설명합니다.

또한 동지날에는 새알심을 자기 나이만큼 먹어야 몸이 튼튼해지고 감기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나이만큼 먹어야 한다는 것은 아이들이 많이 먹고 어서 빨리 자라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마음이 담긴 말이며 감기를 막는 다는 것은 겨울철에 걸리기 쉬운 감기와 결부시킴으로써 영양가가 높아 건강에 좋은 팥(팥음식)을 꼭 많이 먹게 하는데서 생겨난 말입니다.

팥죽은 풍년농사를 상징하기도 했습니다. 한해농사를 잘 짓고 첫 겨울의 특식으로 만들어 먹던 것이므로 그해의 풍년을 모두 어울려 축하하고 다음해의 풍작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져 있습니다. 새알심을 ‘옹시미’라고도 하는데 이 말에는 씨(종자) 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한창 자라는 아이들이 옹시미(씨)를 많이 먹는 것은 곧 낟알씨(알곡종자)가 번성하여 풍성한 농사작황을 가져온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동지를 민속명절로 쇠며 그날에 팥죽을 쑤어먹는 풍습은 오늘도 우리 주민들 속에서 계승되고 있습니다. 한해농사를 지으면서 알알이 골라두었던 팥을 가지고 별식으로 죽을 쑤어 온 가족이 둘러앉아 단란하게 먹는 것은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 온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풍습이었습니다. 이는 동지죽을 먹으면서 한 살을 더 먹었다는 생각과 함께 지난해를 돌이켜보며 새해의 결의를 다지고 이웃들이 서로 동지죽을 나누어 먹으면서 화목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한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팥은 맛도 있고 각기병과 같은 병을 막게 하기 때문에 사람의 몸에 아주 좋습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조선의 사계절 민속명절>은 팥은 콩과의 한해살이작물로서 그 원산지는 우리나라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팥을 오랜 옛날부터 중요한 알곡작물로 재배하여왔는데요, 중국과 일본에서도 많이 재배하며 유럽이나 아메리카에서는 그리 많이 심지 않는다고 합니다.

팥에는 단백질(20%), 당질(55%), 기름질(2%), 조섬유소(7%)와 여러 가지 비타민이 들어있어 사람의 몸에 좋으며 특히 각기병을 막는데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팥으로 밥이나 죽, 지짐, 단묵, 과자, 떡(떡속), 빵(빵속) 등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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