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남북관계를 담당하는 기자들은 매일 아침 출근해서 먼저 찾아보는 신문이 있다. 바로 <노동신문>이다. 북한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북한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북한을 다루는 기자들에게 정독은 필수다.

<노동신문>은 1945년 11월 1일 창간한 <정로(正路)>를 전신으로 한다. 그래서 매년 이날을 <노동신문> 창간일로 삼고 있으며, 올해는 창간 69주년이 되는 해다. 그리고 이를 기념해 1970년부터 이날을 출판절로 삼고 있다.

북한을 다루는 기자들과 연구자들의 1차 자료로 활용되는 <노동신문>은 과연 어떤 매체일까.

먼저, 북한은 <로동신문>으로 표기하지만, 여기서는 두음법칙에 따라 우리식 표기인 <노동신문>으로 통칭하고자 한다.

▲ 지난달 14일 40여일 만에 모습을 보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실린 <노동신문>. [자료사진-통일뉴스]

<노동신문> 창간의 역사와 현재

<노동신문>은 제호에서 밝히듯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이다. 그래서 우리는 당 기관지라고 부르며 북한에서는 '당보'라고도 한다.

<노동신문>은 1945년 11월 1일 평양에서 창간된 <정로(正路)>를 전신으로 한다. <정로>는 '바른 길'이라는 뜻으로 '정로사(正路社)'에서 소형판 2면의 주간지로 발행됐다.

그러다 1946년 초부터 5일간, 격일 간 등으로, 같은 해 3월 14일부터 소형판 4면, 5월 28일부터 대형판 2면으로 발간됐다. 매회 1천 부 씩 발간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조선공산당 중앙조직위원회 기관지였던 <정로>가 발간되던 당시에는 <새날>, <3.1월간>, <서광>, <종소리>, <철혈> 등이 있었지만, 이는 당 기관지의 성격을 지닌 출판보도물이 아니었다.

명실상부한 당 기관지로 출발한 <정로>는 발간 당시 <선봉>, <전진>, <봉화>, <전위> 등의 이름을 두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일성 주석은 "오늘 우리나라에 조성된 복잡한 정치정세에서 인민대중에게 당의 노선을 잘 알려주고, 그들을 옳은 길로 인도하는 것은 당의 중요한 임무이다. 그 길로 대중을 인도한다"는 의미로 <정로>라 명명했다.

1945년 11월 1일 세상에 나온 당 기관지 <정로>에는 김일성 주석이 직접 교정했다는 사설과 함께, '토지문제에 대한 결정'이 실렸다.

<정로>에서 활약한 대표적인 인물은 카프 시인이던 박팔양으로 편집부장을 지냈으며, 이후 <노동신문> 부주필로 활동했다.

▲1950년에 6월 27일자 <노동신문>. 초기 신문은 세로쓰기였으며, 1946년 9월 <정로>와 <전위>를 합쳐 발행됐다.  [자료출처-신문과방송 2010년 7월호]

<정로>가 북조선공산당 중앙조직위원회 기관지였던 만큼, 북조선공산당이 조선노동당으로 확대 개편되면서 <정로>는 <노동신문>으로 이름을 바꾼다. 1946년 8월 북조선공산당과 신민당이 합당하면서 <정로>와 신민당 기관지 <전위(前衛)>도 합쳐졌으며, 1946년 9월 1일부터 <노동신문>이 발행됐다.

<노동신문>을 발행하는 '노동신문사'는 현재 평양시 중구역에 자리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1946년 11월 5일부터 대형판 4면으로 발행, 1974년부터 6면으로 지면을 늘려 지금에 이른다. 지난 2001년 12월 1일 자로 지령 2만 호를 기록했으며, 2일 현재 2만 4천719호에 이르렀다.

<노동신문>은 중질지를 사용, 대형판으로 발행되는데, 1950년대까지 세로쓰기 형태였다. 이후 한글전용 가로쓰기를 채택, 1971년까지 천리마체(고딕체)를 사용했다. 그러다 1972년 김일성 주석 생일 60돌을 맞아 청봉체(명조체)로 바뀌었다.

기사 본문은 청봉체 6포인트, 최고지도자 활동과 노작 등은 청봉체 8포인트, 일부 토막자료는 청봉체 6포인트 이하로 정하고 있다.

신문 편집은 각 단 19자 원칙으로 하며, 최고지도자 활동 4단, 공식문건 5단, 주요 행사보도 6단, 논설 6~7단 등 규칙을 정하고 있다. 표제는 한 행으로 하되, 2~3행을 넘기지 말아야 하며, 줄을 바꾸는 경우에는 표제 문장의 내용과 띄어쓰기를 고려해야 한다.

<노동신문>은 내부 검열을 거쳐 내각 직속 출판지도총국 신문과, 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신문과의 검열을 거친 후 '평양종합인쇄공장'에서 인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신문사 청사. 2013년 3월 청사 전면에 김일성.김정일 초상화가 걸렸다.  [자료사진-통일뉴스]

대개 발행 전날 정오까지 기사가 마감되고, 오후 5시경 초판이 인쇄된다. 연중무휴 조간체제로 발간되는 <노동신문>은 하루 150만 부가 발행되며, 우편통신원을 통해 학교, 협동농장, 직장 등에 집단적으로 배달된다. 개인 구독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가격은 약 6천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신문>은 1985년, 1995년에 각각 김일성훈장을, 1985년 6월 국제기자동맹으로부터 국제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노동신문>의 구조와 내용

<노동신문>의 구조는 어떠할까. 흔히 신문의 지배구조에 따라 해당 신문 발행의 목표와 내용이 달라진다고 한다.

<노동신문>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라는 말처럼 '노동신문사'는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의 지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 체계상 <노동신문>의 최고 책임자는 책임주필로, 위상은 내각 부총리급에 해당 정치적 위상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인 역대 책임주필은 김일성대 부총장 겸 문화선전부 부상을 지낸 태성수, 북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이던 기석복, 당 후보위원을 지낸 리문일 등이 있다. 최근에는 최칠남에서 윤우철을 거쳐 현재는 리영식이 책임주필을 맡고 있다.

책임주필 밑에는 부주필이 있는데 10명에서 50명까지로 구체적인 숫자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외에도 부사장 겸 주필, 주필, 부주필, 초급당비서가 있다.

그리고 당역사교양부, 당생활부, 사회주의교양부, 공업부, 농업부, 과학문화부, 조국통일부, 국제부, 사진보도부, 사회문화부, 특파기자부, 혁명교양부 등 10개 부서가 있다.

▲노동신문사 조직도. (통일부 발간 2014인명록 참고) [자료정리-통일뉴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생활부, 이론선전부, 공업부, 농업부, 남조선부, 국제부, 사진부, 지방서한부, 상업재정경제획부, 군사부, 문예부, 과학교육부, 건설운수부, 보도부, 조사연구부 등으로 세분되어 있는 분석이 있다.

여기에 편집국 산하에는 편집부, 교정부, 특수편집부, 논평원실, 특파원실이 있으며, 총무국 산하에는 조지계획부, 업부무, 보급부, 출판부, 경리과, 기요문서과 등이 있다.

구체적인 신문사 인원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1백여 명의 소속 기자, 20여 명의 특파원, 20여 명의 지방통신원, 그 밖에 사진기자, 교정원, 편집원, 인쇄기술자, 노동자 등 약 3백여 명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1천여 명에 가까운 직원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소개하는 <노동신문>의 기치는 무엇일까. 북한 정치상식은 <노동신문>을 두고, "김일성 주석께서 항일혁명투쟁의 불길 속에서 몸소 마련하신 혁명적 출판물의 빛나는 전통을 이어받고 불멸의 주체사상과 그 구현인 주체적 출판보도사상을 지도적 지침으로 하여 주체의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완성해나가는 데 적극 이바지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고 소개한다.

그리고 "수령의 혁명사상, 주체사상의 요구대로 자연과 사회, 인간을 개조하고 전당과 전체 인민을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장군의 두리(주위)에 철석같이 묶어 세우며 당 대열의 정치사상적 통일을 보장하기 이해 투장하는 것"을 기본임무로 한다. 또한, "주체사상을 지도적 지침으로 삼고 혁명위업을 완성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사명으로 규정한다.

즉, <노동신문>은 김일성 주석으로 대표되는 당 창건 역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으며, 당의 노선과 정책을 해설하고, 사회와 인간을 혁명적으로 개조하며, 당의 조직 강화와 유일사상 체계를 확립하는 임무를 띠고 있는 선전매체이다.

▲ 2014년 11월 2일자 <노동신문>. 2면(왼쪽)은 정치교양, 6면(오른쪽)은 국제정세의 내용으로 편집된다. [자료사진-통일뉴스]

이를 토대로 <노동신문>은 최고지도자와 관련된 자료들을 실으며 주체사상과 혁명전통, 사회주의 애국주의 주제 등 여러 가지 기사와 글을 편집해 싣는다.

그리고 사상, 기술, 문화의 3대 혁명 수행에 나서는 이론 실천적 문제, 공업, 농촌경리, 건설, 교육문화를 비롯한 사회주의 건설의 모든 분야에서 이룩되는 성과들, 3대 혁명 붉은기 쟁취운동 등 대중운동을 다룬다.

또한, 최고지도자의 주체적인 당 건설 사상과 방침을 해설한 글을 싣고, 당 조직과 일꾼들의 사업경험을 소개.선전한다.

이에 따라, <노동신문>은 당 기관지로서 당의 지시서, 당의 공식적 대변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북한 내 출판보도물 가운데서도 지도적 위치에 있는 만큼 품위있게 무게있고 점잖게 편성된다.

<노동신문> 1면은 정치면으로 최고지도자의 담화문이나 현지지도, 외빈 접견, 축전 교환 등의 활동이 담긴다. 그리고 사설과 주요 정치논설, 경제, 문화, 건설, 남한 정세 및 대외관계 분야 주요 보도가 실린다. 한마디로 1면은 정치성과 보도성이 가장 높은 면이다.

그다음은 2면이다. 2면은 정치교양면으로 1면과 유사하게 품위를 높여, 정치적 성격 자료와 함께, 이와 내용이 비슷한 정치교양문제 자료를 게재한다.

3면은 경제면으로 편성형식을 호소성과 선동성이 강하게 적용되며, 4면은 공산주의 교양면으로 내용을 전반적으로 문화성있고, 교양적 의의가 작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5면은 남한 정세기사이고 6면은 국제뉴스 면이다. 5면과 6면은 되도록 많이 정세자료를 싣고, 북한의 주장을 드러내 대외 호소성과 선동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북한 선전.선동 최고 권위지, <노동신문>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북한의 사상을 최전선에서 선전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노동신문> 제호 옆에 내걸린 구호들은 북한이 현재 무엇을 중시하는지 엿볼 수 있다.

<노동신문> 제호 양 옆에는 구호가 상시로 실려 있는데, 왼쪽은 고정구호, 오른쪽은 제호구호로 구분된다.

<노동신문> 제호 왼쪽 위에는 '전세계 로동자들은 단결하라!'라는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구호가 고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2003년부터 삭제, 게재되지 않고 있다.

그 밑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주체사상으로 튼튼히 무장하자!',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혁명 사상 만세!' 등의 구호가 내걸렸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 고정구호도 바뀌는데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의 혁명사상으로 철저히 무장하자!'는 구호가 상시로 사용된다.

▲ <노동신문> 제호 양 옆에는 구호가 게재된다. 구호는 좌측 고정구호는 큰 변화가 없으나, 우측 제호구호는 시대별, 상황별 내용이 다르다. [자료사진-통일뉴스]

<노동신문> 제호 오른쪽에는 제호구호로, 구호 내용은 시기는 물론 북한이 중시하는 정책에 따라 다양하다.

1950년 한국전쟁 시기에 발행된 <노동신문>은 세로쓰기였던 점을 고려, 당시 제호구호는 '우리의 전체 력량을 우리 인민군과 전선을 원조함에 돌리라!'이다.

김정일 시대 <노동신문>에는 '붉은기를 높이 들고 위대한 장군님 두리에 더욱 굳게 뭉치자!', '백두밀림에서 창조된 <고난의 행군> 정신으로 살며 투쟁하자!', '혁명적 수령관, 조직관, 군중관을 체질화한 참된 혁명전사가 되자!' 등 다양한 제호구호가 걸렸다.

2000년 이후에는 통일 관련 구호도 나왔는데, '위대한 령장의 선군령도 받들어 조국통일 앞당기자!', '절세의 애국자이신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을 높이 모시고 6.15공동선언의 기치따라 나아가는 우리 겨레의 거세찬 자주통일흐름을 가로막을 힘은 세상에 없다' 등이 있다.

2007년 10.4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는 '후대들에게 통일된 조국을 물려주자!'가 등장했고, 이어 '조국통일은 우리 민족의 민족최대의 소원'이라는 구호가 나왔다.

김정은 시대 <노동신문> 제호구호도 다양한 내용을 이루고 있는데, 장성택 해임을 결정한 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 보도 당일에는 '우리 당과 인민의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 만세!' 구호가 걸렸다.

이 밖에도 '위대한 김정은 동지따라 최후의 승리를 향하여 앞으로!(2013.9.3), '당의 령도따라 내나라, 내조국을 더욱 부강하게 하기 위해 힘차게 일해나가자!'(2014.11.2) 등이 있다.

제호구호가 시기별, 상황별 내용에 변화가 있지만, 국가명절에는 '조선인민의 모든 승리의 조직자이며 향도자인 조선로동당 만세!'라는 구호가 쓰인다. 이는 북한 내 권위지라는 성격상 북한이 제시하는 구호를 북한 주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능을 <노동신문>이 갖고 있다고 할 수`있다.

실제, 북한이 내세웠던 '라남의 봉화'와 관련, "선군시대의 창조와 혁신의 불길인 라남의 봉화를 온 나라에 지펴가는 당의 목소리가 독자들의 심장을 격동시키고 있다"며 '라남의 봉화'라는 경제구호 홍보에 <노동신문>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노동신문>의 제호 양옆에 나온 구호 외에도 1995년부터 매년 1월 1일 <조선인민군>, <청년전위> 등과 함께 게재하는 '신년공동사설'은 북한 최고지도자의 한 해 정책 방향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정론'을 통해 당의 정책 방향을 설명한다.

▲ 노동신문사에 있는 김정일 친필비. [사진출처-우리민족끼리]

이러한 점에서 당 기관지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그만큼 <노동신문>이 가진 권위는 북한 내 선전매체로서 위상을 높이는 효과를 준다.

그래서 때로는 <노동신문>을 두고 '지라시'라고 폄훼하기도 한다. 하지만 북한이 정책을 집약화한 구호를 만들고, 선전.선동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나라라는 점에서 <노동신문>은 북한 사회를 읽는 중요한 도구이다.

남북관계와 북한을 다루는 기자들은 공통된 바람을 갖고 있다. <노동신문> 기자와 한번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다양한 성격의 매체에 소속된 기자들이 정보를 주고받고 의견을 교환하듯이, <노동신문> 기자들과도 만나 남북관계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싶어한다.

언론이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는 선전도구가 아닌 이상, 서로를 이해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도구라는 점에서 남측 언론들과 북측 언론, 그것도 북한의 권위지인 <노동신문>과 허심탄회하게 남북관계를 이야기하는 날은 언제 올까.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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