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측에 제2차 고위급 접촉을 갖자고 11일 제의했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오늘 오전 우리측은 김규현 수석대표(NSC 사무처장)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북한 측에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 개최를 제의하였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오전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보낸 전통문에서 "오는 19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제2차 고위급 접촉을 갖자"고 제의했으며, "북측에 편리한 날짜가 있다면 제시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남북 고위급 접촉 의제로 추석 계기 이산가족상봉 문제를 포함, 남북 간 관심사항을 논의하기를 희망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와 관련,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제의는 이산가족 상봉을 포함한 남북 간 당면한 여러 현안을 포괄적으로 협의하자는 취지에서 제의한 것"이라며 "북한이 수용하면 드레스덴 구상이나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 발족과 관련해서 북측에 소상하게 설명하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 장관은 "북측이 수용할지 여부도 있고, 논의해야 할 것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면서 "특히, 9월 아시안게임도 있고 이번에 북측이 고위급 접촉을 수용하게 되면 여러 가지 남북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일정들이 있게 된다"며 북한에 제안 수용을 촉구했다.

정부는 이번에 제안한 제2차 남북 고위급접촉에서 추석계기 이산가족상봉, '5.24조치', '금강산 관광 재개', '인천 아시아게임 북측 응원단 파견' 등 남북 간 현안과 정부가 밝힌 '드레스덴 통일구상', '통일준비위원회'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는 방침이다.

즉, 남북 간 현안 논의와 함께 북측이 반발하고 있는 '드레스덴 통일구상'을 직접 만나 설명하겠다는 취지로, 남북 간 합의를 위한 접촉이 아니라는 것이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5.24조치', 금강산 관광 문제 등 북측이 자기들 입장을 말하면 우리도 거기에 대해서 들을 것이고 우리 생각도 이야기할 것"이라며 "이번 접촉은 의견을 나누는 접촉"이라고 설명했다.

추석 계기 이산가족상봉 문제에 대해서도, "이산가족 상봉문제는 여러 가지 남북관계 현안이 있지만, 시간이 중요한 사업이다. 이번 접촉으로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받을 수도 있고 아닐 수 있다. 당연히 받아서 추석 계기에 하는 것이 우리로서 바람직하다"면서도 "그러나 어떤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포괄적으로 상호 관심을 논의하는 게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통일부 측은 19일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 성사를 전제로, 이산가족 상봉문제에 합의가 있을 경우, 오는 9월 말 혹은 10월 초 상봉행사가 열릴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열린 남북 고위급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 △상호 비방중상 중지, △남북 간 현안 지속 협의 등을 합의했지만, 이산가족 상봉행사 외에 별다른 진전이 없던 사례가 있어, 북측이 선뜻 수용할지 의문이다.

여기에 북측이 연이어 반발하고 이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오는 18일부터 시작, 남북 고위급접촉 날짜와 겹친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남북관계를 보면 군사 훈련할 때 회담이 안 열린 게 아니다"라며 "그런 것보다는 남북관계를 지금 계속되는 긴장과 경색국면을 벗어나는게 필요하다는 점에서 북도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시점에서 경색되고 긴장된 남북관계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할 때"라며 "모든 일은 다 때가 있기 때문에 주어진 상황들을 잘 활용해서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가동하는 그런 때라고 본다"면서 북측의 호응에 긍정적 견해를 보였다.

한편, 정부는 이번 남북 고위급접촉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오전 북측에 전통문을 보낸 뒤 답변을 기다렸으며, 오후까지도 답이 없자 제의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북측에 전달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오전에 (제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회담의 상대방이 있는 문제이다. 가급적 회담 상대방에게 부담을 줄이면서 하는 것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추가,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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