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 북측 응원단을 태운 '만경봉-92호'. 부산 다대포항 정박을 기념해 인근에는 '다대포 통일 아시아드공원'이 조성됐다. [자료사진-통일뉴스]

북한이 오는 9월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응원단 등 총 700명을 파견한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그리고 현재 원산항에 정박 중인 '만경봉-92호'를 제주해협을 거쳐 인천항에 정박, 350명 응원단의 숙소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만경봉-92호'. 흔히 우리는 '만경봉호'라고 통칭하지만 사실 '만경봉호'와 '만경봉-92호'는 다르다. 그리고 '만경봉호'라는 이름을 접하면 재일교포 북송사업이 떠오르기도 하고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을 추억하기도 한다.

'만경봉호'와 '만경봉-92호'. 남북 협의가 교착 상태이지만 9월 인천항에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경봉-92호'는 과연 어떤 배인가.

다대포항 통일 물결, '만경봉-92호'

'만경봉-92호'가 시선을 끈 것은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이다. 당시 북한은 응원단 288명을 태운 '만경봉-92호'를 원산항에서 부산 다대포항까지 이동, 정박해 응원단의 숙소로 활용했다.

그리고 이를 기념해 2008년 부산시는 다대포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다대포 통일 아시아드공원'을 조성, '만경봉-92호' 정박을 추억하고 있다.

'만경봉-92호'라는 배 이름은 말 그대로 '만경봉호'를 1992년에 새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이 배는 김일성 주석 80회 생일을 맞아, '재일조선인총연합회'(총련)가 직접 건조비를 마련했고, 총련 산하 상공인들이 성금을 모아 배 건조에 기여했다. 당시 총련에서는 40억엔, 약 4백억 원을 지원했다.

▲ 만경봉-92호. 1992년 총련 자금으로 건조됐으며, 2006년까지 원산항과 일본 니가타항을 부정기적으로 운항했다. [사진출처-민족21]

1992년 북한 청진 '함북조선소연합기업소'에서 자체 설계.제작한 '만경봉-92호'는 1년이 채 못 되는 짧은 기간에 동안에 건조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지지도를 통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만경봉-92'라는 글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필이고, "조국을 방문하는 재일동포들이 비록 배를 탔지만, 생활은 호텔과 같이 해야 한다"라고 김 위원장이 말했다고 한다.

'만경봉-92호'는 9천339톤, 길이 126m, 높이 20m, 너비 21m로 약 2백 명을 태울 수 있고 화물 적재량은 1천 톤인 대형급 화객선이다. '만경봉-92호'가 9천6백 톤 급이라고도 하지만 재일 <조선신보>는 9천3백 톤으로 밝히고 있다.

평균 속도는 20노트(약 37km/h), 최대 속도 23노트(약 42km/h)로 원산항-일본 니가타항 소요시간은 약 27시간이다. 이는 '만경봉호' 50시간, '삼지연호' 36시간에 비해 속도가 매우 빠른 셈이다

2002년 당시 원산항에서 부산항까지 약 350마일(약 563km), 약 19시간 동안 운항해 도착한 바 있다.

▲ '만경봉-92호'에 탑승한 재일동포 학생들이 아이스크림을 사고 있다. [사진출처-민족21]

'만경봉-92호' 선내는 8층으로 갑판을 중심으로 위.아래로 각각 4층씩 설계되어 있다. 또한, 배 뒷부분을 통해 승용차 30대, 대형버스 10대를 실어 나를 수 있어 '페리선' 형태이기도 하다. 그리고 선수와 선미 사이에 대형 기중기가 설치, 화물을 신속히 처리할 수 있다.

승.하선하는 곳은 2층이며, 승강기를 타고 8층까지 오르내릴 수 있다. 2층과 7층은 선원들과 종사자들의 방이고, 3, 5, 6층은 여객실이다. 여객실은 특등실 6칸, 1등실 20칸, 2등실 14칸, 3등실 4칸 등으로 구성됐다.

4층에는 대형식당, 영화관, 찻집, 면세점, 어린이 오락실, 목욕탕 등 편의시설이 갖춰 있으며, <조선신보>에 따르면 "복도에 이르기까지 푹신한 주단이 깔려있어 고급호텔을 걷고 있는 듯하다"고 한다. 조타실은 8층에 있다.

또한, 배 천정과 벽체는 불연성 자재이고, 모든 객실과 복도에는 스프링클러가 장치됐으며 객실마다 텔레비전과 공기정화기가 비치됐다.

▲ '만경봉-92호'에 마련된 면세점. [사진출처-민족21]

배에 설치된 기계장비는 최신식 설비로, 방향탐지기, 전파탐지기, 수신기(FAX), 음향측정기, 기준시계, 위성항해기구, 속력계, 선수현측추진기, 자동조타기 등이 있으며, 특히, '횡동요제어장치'가 있다. '횡동요제어장치'는 컴퓨터가 2장의 수중 날개를 조절, 파도가 칠 경우 배의 동요를 억제하도록 한 설비이다. 하지만 파도가 거센 2~3월에는 운항을 하지 않는다.

▲ 정창영 선장. [사진출처-민족21]
'만경봉-92호'를 책임지는 선장은 누구일까. 현재 선장이 누구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1992년 처음 운항할 당시 선장은 강승환이고, 2002년 당시 부산 다대포항까지 운항은 장창영 선장이 맡았다.

승무원은 약 70여 명으로 대체로 4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운행기간 동안 원산시에서 생활하며, 명절에는 교대근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일교포 귀국선의 상징 '만경봉호'

'만경봉호'는 1971년 8월 설계 한 달, 건조 두 달의 기간 끝에 청진조선소에서 건조됐다. 80여 명의 승무원과 3백여 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만경봉호'는 5천 톤, 길이 120m, 폭 15m, 높이 7.8m에 시속 16노트(약29km/h)의 속도로 원산항-일본 니가타항을 약 50시간 소요로 운항했다.

일부에서는 '만경봉호'를 3천573톤 급이라고 하지만 1971년 당시 북한은 5천톤 급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만경봉호'는 대표적인 재일동포 귀환사업에 사용된 배라는 점에서 재일동포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1959년 8월 북한과 일본 간 적십자 합의로 시작된 재일동포 북송사업은 소련국적 토보리스크호, 크리리온호, 노즐리크호 등을 이용해 1959년부터 1967년까지 8만 8천611명이 북한으로 돌아갔다.

이후 '만경봉호'는 1971년부터 1983년까지 재일동포 4천 7백 29명을 태우고 일본 니가타 항에서 북한으로 향했다. 그리고 20여 년간 3백 회, 50만 8천 2백 70여 마일을 운항, 3만 2백 70여 명의 북한 방문단과 1만 5천여 톤의 화물을 수송, 1992년 '김일성훈장'을 수여받았다.

운항 중단 뒤 '만경봉호'는 화물선으로 사용됐으며, 최근 나진항-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연결하는 해상관광코스 유람선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중단, 2011년 8월 제1회 나선국제상품전시회 기간 동안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유람선으로 활용됐다.

▲ '만경봉-92호'에서는 매일 저녁 승객과 승무원이 어우러지는 무대가 마련됐다. [사진출처-민족21]

'만경봉호'외에도 국제여객선으로 활용된 배로는 '삼지연호'가 있다. '삼지연호'는 1976년 건조, 1백 30여 명의 승무원, 2백여 명의 승객수송 능력을 가진 배로, 8천 8백 톤, 길이 129m, 폭 19m, 최대 속도 16.5노트(약30km/h)이다.

1979년부터 일본 니가타항, 오사카항 등을 운행하며 재일동포 고국방문단을 실어날랐으며,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에 참가한 북측 선수단이 이용한 배이기도 하다. '삼지연호'는 1992년까지 총 2백 회, 32만 6천 1백 30여 마일을 운항했으며, 총 10만 7천여 명의 승객을 태웠다.

그러나 1980년 10월 동해 상에서 태풍으로 좌초된 바 있으며, 1993년부터 중국 다롄항에서 해상호텔로 이용되기도 했다.

▲원산항에 정박 중인 '만경봉-92호'. [자료사진-통일뉴스]

'만경봉-92호'의 기수, 인천이냐 일본이냐

현재 '만경봉-92호'는 북한 원산항에 정박 중이다. 2011년 8월 수리를 마치고 나진항에서 금강산을 오가는 시범관광 유람선으로 활용됐다.

최근 일본이 북한에 대한 대북제재 해제를 시작하면서 '만경봉-92호'가 과연 일본 니가타 항으로 향할 것인지 주목된다. 일본은 지난 7월 납치자 문제와 관련한 북.일 합의를 통해 △인도적 목적의 북한 선박 일본 입항 금지, △양국 간 인적 왕래 제한, △북한에 한해 특별히 책정된 송금보고 의무 등 3가지 대북제재 조치를 해제했다.

이로써 지난 2006년 7월 미사일 발사 이후 운항이 금지된 '만경봉-92호'가 일본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만경봉-92호'와 관련, 납치자 재조사 개시 단계에서는 해제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일합의에 따라 납치자 재조사가 진척을 보일 경우, '만경봉-92호'의 일본 입항은 가능해 보인다.

▲ '만경봉-92호' 뱃머리. 과연 인천과 일본 중 어디를 먼저 향할 것인가. [사진출처-민족21]

'만경봉-92호' 운항 재개의 구체적 시나리오가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만경봉-92호'가 일본이 아니라 인천항에 먼저 오느냐이다. 북한은 오는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 원산항에 정박 중인 '만경봉-92호'를 제주해협을 거쳐 인천항에 정박, 응원단 숙소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남북의 한 차례 실무접촉이 결렬됐지만, 북한이 응원단을 보낼 가능성은 매우 높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최근 "우리 선수들이 참가하는 것은 북남사이의 관계를 개선하고 불신을 해소하는 데서 중요한 계기로 된다"고 말했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도 대변인 담화를 통해 선수단.응원단 파견의 의지를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과연, '만경봉-92호'의 뱃머리가 9월 인천항이냐, 9월 이전 일본 니가타 항으로 향할까. 눈여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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