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에서 도라지는 단순한 도라지가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으며 그 상징의 의미도 시간이 흐를수록 바뀌고 있습니다.

도라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들이 다 보라고 피는 진달래나 개나리보다 인적 없는 산속에서 수줍게 피어난 도라지꽃이 좋다”고 한 이후부터 부각됐고, 1988년 제작된 영화 ‘도라지꽃’이 숨은영웅따라배우기의 일환으로 제작되면서부터 숨은 영웅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로동신문> 2002년 3월 2일자, 2006년 4월 5일자, 2008년 7월 9일자 등에 따르면 도라지는 또한 2000년대 들어서서는 맑고 순결한 이미지를 안고 최고지도자에게 바치는 ‘변치 않는 충성의 마음’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태어난 만경대 고향집,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에 도라지심기 사업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북녘에서는 신문 잡지 등에 도라지 관련 기사들이 많은데요, 잡지 <조선녀성> 2007년 1호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력사이야기와 전설들을 문학적으로 잘 정리하여 책으로 묶어 놓으면 근로자들의 민족적 정서를 풍부히 하고 우리나라 력사와 문화에 대한 상식을 넓히는데 효과적으로 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는 교시를 소개하며 도라지의 전설에 대해 전합니다.

잡지에 따르면 옛날 금강산 옥류동골짜기에는 부대기를 일구어 근근이 살아가는 도씨 성을 가진 노인이 있었고 그에게는 라지라고 부르는 귀여운 외동딸이 있었습니다.

노인은 딸을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새벽이면 이슬을 차며 밭에 나갔고 저녁이면 달빛을 밟으며 집에 돌아오곤 했고 라지 또한 부지런히 베짜기도 하고 품도 팔아 아버지의 일손을 도와드리는 것을 낙으로 삼으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살림은 갈수록 어려워졌고 라지의 어머니가 3년 전 세상을 떠났을 때 고개 너머 부자집에서 장례비용으로 꾸어 쓴 돈이 새끼를 쳐 발목을 잡았습니다.

지주의 빚독촉은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이런 도씨 부녀의 형편에 대하여 마을사람들 모두가 걱정해주었으며 그 가운데서도 라지를 흠모하는 나무꾼 총각의 마음이 각별했다고 합니다. 그는 라지를 위해 나무를 해 판 돈을 한푼 두푼 모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미를 알아차린 지주는 어여쁜 라지를 끌어나가려고 손을 써 ‘3년상이 되는 날까지 빚을 갚지 못하면 라지를 첩으로 끌어가겠다’는 계약서에 억지로 손도장까지 찍게 했으며 라지의 아버지는 그날부터 앓아눕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앓아누운 아버지가 이상하여 라지는 아버지에게 사연을 물었으나 한숨만 쉴 뿐 통 말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문은 온 동네에 퍼지고 나무꾼 총각도 사연을 알게 되었습니다.

라지는 “아버님 근심마십시오. 이 딸의 평생소원은 아버님께 기쁨을 드리는 것이옵니다. 저 때문에 아버님께서 앓아누우셨으니 저의 불효죄는 용서받을 수 없는 줄로 압니다. 저는 부자집에 들어가는 것으로 이 죄를 씻고저 하오니 이 딸을 이해하여주옵소서”라고 말하고 그 길로 지주에게 가서 계약대로 하겠다고 약속하고 계약서를 되찾았습니다.

다음날 도씨네 집 마당에는 한 채의 큰 가마가 와 닿았고 라지는 아버지에게 큰절을 올리며 눈물의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아버님 부디 옥체건강하옵소서”

이에 라지 아버지는 기어 나와 못 간다고 가마에 매달렸으나 가마는 떠나갔습니다.

가마가 어머니의 산소에 이르렀을 때 라지는 가마를 멈추고 어느새 갈아입은 흰옷단장으로 서서 아버지가 있는 영 너머를 향해 또 다시 큰절을 하고나서 어머니 산소에도 큰절을 올리며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윽고 산소에서 일어난 라지는 하늘을 우러러 ‘어머니~’하고 목청껏 부르고나서 낭떠러지에 몸을 던졌고 라지의 목소리는 메아리를 남기며 멀리 흩어져갔습니다.

얼마 후 라지의 어머니묘 옆에 또 하나의 묘가 생겼습니다. 이 소식을 알고 나무꾼 총각이 달려왔을 때 라지의 무덤가에 하얀 꽃 한 송이가 곱게곱게 피어났다고 합니다. 이를 보고 마을사람들은 “라지가 사랑하는 총각에게 얼굴을 내민 것”이라하며 이 꽃을 라지의 성과 이름을 붙여 ‘도라지’라고 이름을 붙이고 꽃씨를 온 금강산에 뿌렸다고 합니다.

도라지꽃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라고 하는데요, 이처럼 금강산에서 시작된 도라지와 도라지꽃은 이제 전국 각지로 퍼져나가며 그 순수함과 사랑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북녘에서는 도라지 전설을 언론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알려나가고 영화 등으로 그 상징화를 하는 노력을 통해 ‘도라지’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상징물로 자리매김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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