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소련 관계가 악화됐던 1970년대 후반이후, 북한 김일성 주석이 1983년 2월 소련에 친서를 보내 관계개선을 시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가 26일 공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1983년 2월 당시 권희경 주소련 북한대사가 우스티노비치 체르넨코 소련 정치국원에게 친서를 전달한 내용의 첩보를 입수했다.

당시 외무부는 김일성 주석의 구체적인 친서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으나, △양국의 우호 관계 증진을 위해 노력, △한.미 팀스피리트 군사훈련으로 한반도 정세가 매우 긴급하게 되어 준전시 상태를 선언하게 되었다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장문의 친서였던 것으로 파악했다.

이와 관련, 카피차 소련 외무차관이 일본을 방문, "소.북 관계가 지극히 개선되고 있다"고 말한 배경과 일치하다고 당시 외무부는 일본 측의 분석을 보고받았다.

▲ 1983년 북한 김일성 주석이 소련 체르넨코 정치국원에게 친서를 전달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는 내용의 보고서. [캡처-외교문서]

실제 김일성 주석은 친서를 보낸 이후인 1984년 5월 소련을 방문, 체르넨코 소련 서기장과 만나, 주한미군 주둔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고, 체르넨코 서기장은 "외세의 개입없는 민주적 평화통일을 위한 북측의 노력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소 관계와 관련해, 당시 외무부는 "(북한이) 국방예산을 근래에 가장 많이 책정되고 있는 바, 이는 북괴의 대한반도 정세를 전보다 긴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북괴의 대쏘 관계개선 움직임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쏘련은 지금까지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이라는 입장에서 미.쏘 관계에 가장 영향주기 쉬운 북한에 대하여 거의 손을 쓰지 않았으나, 미.쏘 관계가 최악의 상태이므로, 쏘련도 북한에 대해 손을 쓸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며, 이점에서 북괴.쏘의 입장이 상호 일치하고 있다"는 내용의 일본 측 분석을 보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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