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국제정치학회 학술회에서 만찬사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설명했다. [사진출처 - 외교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 담화를 통해 ‘통일준비위원회’ 발족을 천명한 25일, 첫 번째 화답이 통일부가 아닌 외교부 장관의 입을 통해 나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국제정치학회 학술회의 만찬사에서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맥락을 짚고 최근 ‘통일대박’ 발언과 ‘통일준비위원회’ 발족의 배경을 설명해, 대선 캠프 시기부터 이 분야를 일관되게 맡아온 자신의 위상을 드러냈다.

윤 장관은 “금년초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 대박론을 화두로 던지고, 다보스 포럼 계기에 ‘통일은 주변국에도 대박’이라고 선언한데 이어, 오늘 국민경제 자문회의에서 통일 준비위원회 구상을 발표한 이유는 분명하다”며 “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넘어, 주변 정세의 변화를 잘 읽으면서 언제 어떻게 통일이 오든 이에 대비하고 통일에 유리한 국제 환경을 조성하여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통일의 과정을 진행시켜 나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근혜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국민행복, 한반도 행복을 우리 대북 정책, 외교정책의 핵심 기조로 제시하였는데, 한반도 구성원 모두의 행복이 달성되는 것이 진정한 국민행복 시대가 되는 것이며, 이는 바로 통일의 비전을 강조한 것”이라고 연결지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의 장성택 사건 이후 북한 불안정론에 근거한 통일준비론이 급부상하고 있는데 대해 취약한 근거에 기반한 사상누각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장성택 사건 여파와 한미합동군사연습이 진행되는 2-4월의 연례적인 위기 등 일시적 국면을 전략적 위기국면으로 간주하고 있고, 남북 간 대화기로 접어든 현실을 반영하지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 장관은 “통일 준비 과정은 국내, 남북관계, 국제사회라는 3가지 차원에서 진행될 것”이라며 “특히, 국제적 측면, 즉 통일을 촉진시킬 수 있는 대외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과거 서독이 오랫 동안 ‘2+4’ 방식 등으로 주변국들과의 외교에 들인 노력을 보면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작년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한민족의 염원인 평화 통일 실현”을 지지했고, 푸틴 대통령은“강력한 통일 한국의 역내 역할”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고 예시하고 “이러한 변화는 주요국들과의 성공적인 정상회담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같은 정책들을 중층적으로 추진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윤 장관은 올해 업무보고에서 제시한 통일기반 조성을 위한 3대 기본방향과 6대 세부 과제를 언급하며 “단순히 통일 담론 논의 단계를 넘어 방법론으로, Action Plan으로 구체화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이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한반도내에 지속가능한 평화의 정착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 중층적인 협력 구조를 구축하여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는 예방외교를 전개”하며, “북핵 고도화 능력 차단과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을 목표로, 원칙 있고 실효적인 투 트랙 접근을 추진하고, 북한 비핵화 로드맵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 내는 전방위적 외교노력을 펴겠다며 “(남북러) 3각 협력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및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등을 촉진하여 북한의 변화를 위한 외부 환경을 적극 조성”하고 “북한 주민들과의 접촉면을 늘리기 위한 인도적 지원 사업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통일에 대한 국제적 지지 기반을 대폭 확충해 나가겠다며 “한독 외교부간 통일외교 협의 채널을 조만간 개설하여 독일 통일 과정에서의 외교 정책 교훈을 공유하기로 했다”고 소개하고 서울에 상주하며 북한을 겸임하는 21개 국가 대사관과 외교부와의 협의체인 ‘한반도 클럽’을 출범시킨 점을 상기시켰다.

또한 “주변국들 및 핵심 우방국들과의 북한 정세 공유 등 전략대화를 강화하고, 중견국 협력메카니즘(MIKTA)을 포함하여 주요 우방국 협의체 및 국제기구들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면서 “금년도 적절한 계기에 박근혜 정부의 평화통일 외교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구상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윤 장관은 “우리 역사를 통털어 지금처럼 우리의 역량이 커진 적은 없다”며 “우리의 역량을 과대평가해서도 안되지만, 더 이상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라는 패배의식에 젖어 있어서도 안 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나아가 “박근혜 정부의 외교는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분명한 역사인식과 문제의식을 갖고 다가올 통일에 대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할 것”이라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미래는 북한 주민을 포함한 한민족 모두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행복한 통일, 동북아와 국제 평화에 기여하는 축복받는 통일”이라고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윤 장관이 “신정부의 외교안보 통일 정책이 오래 전에 준비되어 일관되게 추진되어 왔고, 이 점에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잘 준비된 정부”라고 자평하며 2년여 전부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새로운 한반도’ 구상 등을 제기했다고 강조하는 등 현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형성의 맥락을 거론해 주목된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 외교’의 출발점으로 삼는 <Foreign Affairs> 2011년 9.10월호에 기고한 “새로운 한반도(New Kind of Korea)”의 초안을 윤 장관이 작성했다는 보도도 있다.

윤 장관은 지난 6일 외교안보 분야 2014년 업무보고 결과를 브리핑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독일 통일 예를 들면서 북핵문제, 인도지원, 남북경협, DMZ 평화공원, 동북아 평화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관련된 사업들에 대해서 외교부가 중심이 되어서 정확한 세부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당국자는 “윤 장관이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같이 연구하면서 통일.외교.안보 공약을 도출해, 본인이 상당히 자신감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사실상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책임 장관’인 셈”이라고 수긍했다.

결국 윤 장관의 미래는 ‘통일 대박론’이나 ‘통일준비위원회’ 설치 등이 어떤 결과로 귀결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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