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를 초청한 데 대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상임대표 윤미향)는 "쌍수들어 환영할 수 없다"고 11일 지적했다.

정대협은 이날 논평을 발표, "무라야마 전 총리의 행보와 그를 한국으로 초청하여 방한일정을 진행하고 있는 정당, 언론보도에 적지 않은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며 "무라야마 전 총리가 어떤 인물인지를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즉, 무라야마 전 총리가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의 과오를 보다 전향적으로 인정했지만,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 국민기금'(국민기금) 발족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무라야마 전 총리는 담화 발표 이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국민기금을 발족, 위로금 형식으로 지원하려 했으나, 이는 전쟁범죄의 국가배상에 위배된다며 한국정부의 항의를 받은 바 있다.

정대협은 "(국민기금은) 전후 가난한 생활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을 상대로 일본군'위안부'라는 중대한 인권범죄를 돈의 문제로 전락시킨 아주 나쁜 예가 되어버린 것"이라며 "국민기금을 강행했던 그의 행보는 두 걸음 더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후퇴시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아무리 한일관계 회복이 시급하더라도 과오를 덮은 채 나아갈 수 없다"며 "엄밀히 말해, 국가가 행한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하는 일이 무라야마 전 총리에 의해 명확히 이루어진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라야마 담화의 역사인식은 적어도 그것이 국민기금이라는 잘못된 길로 나아가는 초석이 되었던 한, 결코 우리가 이 시점에 새롭게 확인해야 할 올바른 역사인식의 틀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초청을 주도한 정의당에 대해서도 정대협은 "그동안 이렇다 할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주지 못한 정의당을 비롯한 정당들이 무라야마 전 총리를 덮어놓고 초청하기 이전에 문제해결을 위한 정치권의 노력을 선행하고 무엇이 올바른 해결책인지를 겸허하게 고민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디 정부든 정당이든,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한일관계의 개선을 위한 수단이나 일회적 제스처로 취하지 말고, 일본군'위안부' 범죄가 가진 불법성과 일본정부의 국가적 책임소재에 대한 명확한 인식 위에서 올바른 문제해결과 진정한 한.일 과거사 청산을 위해 나아가 줄 것"을 촉구했다.

[정대협 논평] 무라야마 전 총리를 쌍수들어 환영할 수 없는 이유
-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 위에서 문제해결로 나아갈 것을 정당과 정부에 촉구한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총리가 정의당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지금, 전 사회당 당수이자 일본총리였던 그가 한국을 찾은 데 대해 언론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오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을 만나기까지 한 그의 행보를 두고 무언가 한일관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지는 않을까하는 기대도 적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무라야마 전 총리의 행보와 그를 한국으로 초청하여 방한일정을 진행하고 있는 정당 그리고 뜨거운 카메라 세례를 쏟아붓는 언론의 보도에 적지 않은 우려를 표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전향적인 과거청산 태도를 보였던 일본의 지도급 인사를 초청하여 암흑으로 빠져든 한일관계에 작은 빛이나마 비추어 보고자 하는 그 뜻과 노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무라야마 전 총리가 어떤 인물인지를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역사 속에 은폐되었던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한 90년대 초까지 일본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범죄와 군의 개입을 인정하지 않다가 관련 자료의 발굴과 피해자의 공개 증언으로 말미암아 입장을 바꾸어 일부 책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93년 ‘고노담화’가 발표됐지만, 이 역시도 강제모집의 주체를 여전히 민간업자로 내세우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철저한 조사에 대한 불이행 등 일본군의 개입과 범죄규모를 축소한 내용이었다. 더욱이 범죄에 대한 법적 책임 이행에 대해 어떠한 언급이나 이행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불완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사회당으로의 정권교체라는 일본사회의 변화에 힘입어 무라야마 당시 사회당 당수가 총리에 선출되어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드디어 일본정부 차원의 책임있는 해결로 나아가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높아졌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집권 직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전후청산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하여 일본정부의 공식사죄와 법적배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공개발언을 한 바 있어, 그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집권 후 사회당 정권은 전후처리에 대한 법적 보상의 원칙을 접은 채 기존 자민당 정권의 정책을 답습하며 개인보상 불가 방침을 밝히고 도의적 책임에서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 국민기금(이하 국민기금)을 발족하기에 이르렀다.

국민기금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과 피해국의 민간단체들 그리고 한국정부의 만류와 항의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가 자행한 국가적 전쟁범죄인 일본군‘위안부’ 범죄 피해자들의 배상 권리를 무시한 채, 도의적 책임이란 명목 하에 문제해결을 유야무야로 만들어버린 미봉책이었다. 당시 피해자들에게 국민기금을 수령케 하기 위해 브로커 고용과 협박성 전화 등 갖은 행태가 이루어졌고, 지금까지도 이는 일본정부에게 할 일을 다했다는 착실한 변명거리가 되어주고 있다. 무엇보다 전후 가난한 생활을 이어갈 수 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을 상대로 일본군‘위안부’라는 중대한 인권범죄를 돈의 문제로 전락시킨 아주 나쁜 예가 되어버린 것이다.

무라야마 전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 등으로 앞서의 정권보다, 그리고 그 이후 현재까지의 총리들보다 일본의 과오를 인정하는 데 있어 한 걸음 더 앞서 있었다한들 국민기금을 강행했던 그의 행보는 두 걸음 더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후퇴시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늘 무라야마 전 총리를 만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은 사죄하고 우리한테 배상해야 한다. 우리를 끌고 남의 나라까지 갔다"고 말했지만, 그에게서 돌아온 것은 묵묵부답이었다. 일본정부의 그야말로 최소한의 책임 인정이라 할 수 있는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마저 훼손당하고 부인당하고 있는 지금의 일본이기에, 그 반작용으로 인해 이 담화들에 더 큰 의미가 부여되고, 조금 덜 자민당스러운 일본 정치인들에게 거는 기대가 커지게 된 것은 아닌지 개탄스럽다.

정의당은 이번 방문에 대해 “'무라야마 담화'의 역사인식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최고 지도자로서 국가가 행한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하는 일은 매우 어려울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리의 용기와 덕담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지만, 아무리 한일관계 회복이 시급하더라도 과오를 덮은 채 나아갈 수는 없다. 엄밀히 말해, 국가가 행한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하는 일이 무라야마 전 총리에 의해 명확히 이루어진 적은 없었고, 무라야마 담화의 역사인식은 적어도 그것이 국민기금이라는 잘못된 길로 나아가는 초석이 되었던 한, 결코 우리가 이 시점에 새롭게 확인해야 할 올바른 역사인식의 틀도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또한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그동안 이렇다 할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주지 못한 정의당을 비롯한 정당들이 무라야마 전 총리를 덮어놓고 초청하기 이전에 문제해결을 위한 정치권의 노력을 선행하고 무엇이 올바른 해결책인지를 겸허하게 고민하는 태도를 보여줬더라면 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다. 부디 정부든 정당이든,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한일관계의 개선을 위한 수단이나 일회적 제스처로 취하지 말고, 일본군‘위안부’ 범죄가 가진 불법성과 일본정부의 국가적 책임 소재에 대한 명확한 인식 위에서 올바른 문제 해결과 진정한 한일 과거사 청산을 위해 나아가주기를 촉구한다. 또한 한 폭 더 넓은 시야에서 이번 무라야마 전 총리 방한의 의미를 올바르게 짚어줄 언론의 날선 눈을 기대한다.

2014년 2월 11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자료제공-정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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