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

2.8 대학생 도쿄원정대 김다영


아빠가 도쿄 원정대에 참여하는 것을 제안하셨을 때 아빠 말씀대로 저도 제가 가는 길이 그냥 쉽고 만만한 일이라 생각했어요.
사람들이랑 다 같이 가서 피켓 들고 우리의 의사를 알리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제가 일본까지 직접 온 이유가 있었으며 목소리를 낼 필요성도 있었어요.

▲ 2,8독립선언 기념비 앞에서 포즈를 취한 '2.8 대학생 도쿄원정대'. 맨앞 가운데가 김다영 대원. [사진제공 - 원정대]

우선 야스쿠니 신사에서 벌어졌던 몸싸움은 사실 저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어요, 그렇게 경찰이 강경하게 대응할 줄 몰랐어요. 저는 난생 처음으로 경찰에게 머리도 뜯겨보고 밀려보고 들어올려졌어요.
몸싸움을 하고자 온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평화를 조금 더 생각해보고 그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자고 온 것이었는데 말이예요. 그리고 우익단체들이 갑자기 뛰어왔을 때에는 그들을 붙잡고 왜 이러는 거냐고, 우리는 대학생이고 같이 평화를 이야기하고자 왔다고 말하고도 싶었어요.
그렇게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면서 저는 눈물이 났어요. 무서운 것도 사실이었지만 어이없고 당황스럽고 억울해서요.

저는 야스쿠니 신사에 들어가서 그들의 만행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손 플랑을 펼치면서 평화를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아빠가 저를 자랑스럽고 대견하고 갸륵하다고 말씀해주셔서 저도 저의 행동이 자랑스럽고 떳떳하고 대단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야스쿠니 신사에서 진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우익들아, 다 나와라. 우리와 싸우자”가 아니었어요. 우리는 “아시아의 평화를 원합니다. 전범자를 추모하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중단해야 합니다. 우리는 역사의 진실을 알리러 왔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역사가 바로 잡힐 그날까지 전쟁을 준비하는 모든 행위는 중단돼야합니다”라는 거였어요.

95년전 일본에서 조선독립만세를 외치던 그분들의 깊은 뜻과 여전히 일본에서 목소리를 내고 계신 분들과 전세계 위안부 할머니들의 용기있는 행동들을 생각하며 역사의 기로에 서 있는 우리 대학생과 청년들이 다 함께 뜻을 모아 평화와 통일의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아빠, 언제나 응원하고 사랑합니다.

2월 10일 일본에서.

 

일본에서 머리뜯긴 딸에게


2.8 독립선언 95주년을 맞이하여 일본으로 날아가서 “신사 참배 중단하라”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일본의 한복판에서 “아베 망언 그만하라” 외치다가 비록 일본 경찰에 머리를 뜯겼지만 내 딸아 갸륵하구나.
대학 문턱도 밟기 전에 예비 대학생의 이름으로 우리 한복 곱게 차려입고 “조선 독립 만세” 다시금 2.8 독립선언을 하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흐뭇하구나.

장학금 주는 날에 참가하지 못하면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속이 좁은 아빠는 네가 동경에 가는 것을 그만둘 줄 알았단다. 그런데 딱 부러지게 장학금을 버리고 일본으로 간 네가 자랑스럽구나.

공항에서 “우리는 아시아의 평화를 바란다”고 했을 때에는 네가 가는 길이 그냥 쉽고 만만한 일이라 생각했단다. 그런데 일본 경찰과 몸싸움까지 하다니. 비록 야스쿠니 신사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난 네가 대견스럽구나.

짧은 날이지만 평화와 통일의 뜻을 잘 배우고 새기면서 몸성히 다녀왔으면 좋겠구나. 그래 너희들 말대로 역사를 잊지 말자꾸나.

2014. 2. 7
어제는 눈 내리더니 오늘은 봄비 같은 겨울비가 내리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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