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승 교수가 겨레하나 주최 토론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내가 우려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의 주선을 받아들여서 극우화되고 있는 일본과 제2의 한일협정을 맺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 얘기를 아무도 안 하고 있으나 상당히 현실성 있는 얘기다."

서승 리츠메이칸대 특임교수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사)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겨레하나)'가 주최한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과 한반도 평화.통일의 전망' 특강에서 "한일 역사인식 갈등은 한미일 동맹을 약화시키는 요인이기에 미국은 한일 역사인식문제에 적극 개입하려 하고 있다"며 이같이 관측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베트남전 수행이라는 다급한 사정 속에서 박정희 대통령 때 한국과 일본을 억지로 갖다붙였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한일협정)이 체결된 배경이다. 지금도 미국은 "정의나 공정성이 아니라 군사적인 필요의 관점에서 한일 화해를 도모하려 한다"는 것이며, 조 바이든 부통령이 최근 한일관계 강화를 촉구한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서 교수는 제2의 한일협정 체결 고리로 일제하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들었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의 판결 이후 일본의 정.재계는 물론이고 시민운동 진영에서도 독일의 '기억.책임.미래재단'식의 해법이 깊숙하게 논의되고 있으며 "박근혜 정부 안에서도 일본과의 타협안 모색을 이미 시작하고 있다"는 것.

이날 서 교수는 한미일 삼각동맹 추진은 물론이고 일본 우경화의 배후에도 미국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3차 아미티지/나이 보고서(2012/08/15) 읽어보고 상당히 놀랐다. 일본의 아베가 독자적으로 옛날의 일본을 부활시키려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미국의 시나리오 속에서 미국과 일본의 합작으로 하는 것이라는 게 매우 확연히 드러난다. 다분히 일본이 우경화하면 '일본 나쁜 놈이다, 일본의 우익들이 날뛰고 있다'고 감성적으로 보는 게 많은 데 사실은 상당히 치밀한 각본 하에 미.일 합작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인식 가져야 할 것 같다."

서 교수에 따르면, 아마티지 보고서는 '일본은 1류국으로 머물 것인가 아니면 2류국으로 전락할 것인가'는 협박으로 시작된다. 중국의 부상에 따른 일본인들의 초조감을 미끼로 '1류가 되도록 뒷받침해줄 테니 앞잡이 노릇을 하라'는 게 요지다. 보고서는 1류국가의 조건으로 '군사능력(capable military forces)'을 적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방위 책임범위 확대와 일미 전면 군사협력 △호르무즈 해협에 일본 소해정 파병과 미국과 공동으로 남중국해 감시활동 △일미 양국 또는 일본의 국가비밀의 보존에 관한 능력 향상 등을 일본에 제언하고 있다.

한일 역사문제와 관련, 이 보고서는 '일본은 역사문제를 직시하고 장기적 전망에 기초하여 한국과의 연계를 고려하여 정치망언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또 '미국은 한일 간에 역사문제에 입장 표명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으며, '미일한은 역사문제 관련 비공식협의를 촉진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서 교수는 "상당히 괘씸하게 생각하는 게, (미국이) 역사에 대한 반성이나 청산이나 정의의 실현이라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군사전략적 측면에서 얘기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조 바이든 부통령이 이번에 일본에 가서 '자꾸 과거사 문제에 망언하지 마라'고 했는데, 내년 4월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면 뭔가 메시지를 던지지 않을까 싶다"며 "미국은 떼어놓고 싶겠지만, 시민운동 진영은 과거사문제와 군사협력을 더욱 원칙적으로 연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의 사회 하에, 서승 교수의 특강, 하종문 한신대 교수의 '일본 군국주의 부활, 어느 단계에 와 있나',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의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한미일 삼각동맹 : 집단적 자위권과 MD를 중심으로', 김민철 연구위원의 '한일과거청산운동과 통일평화운동의 연대' 발제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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