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이 선포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두고 한.중 양국 정부가 삐그덕거리는 모양새다. 특히, 우리정부의 '시정요구'를 중국 정부가 거부해 갈등 조짐이 일고 있다.

이는 지난 6월과 10월 두 차례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회담이후 한.중 관계가 돈독해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뒤에 벌어진 균열양상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국방 고위급 회담인 제3차 한.중 국방전략대화가 28일 오전 서울 국방부에서 열렸으며,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이날 오후 결과를 브리핑했다.

김민석 대변인은 "최근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문제를 우리측이 제의해 긴급 의제로 다뤘다"며 "백승주 국방부 차관은 이에 대해 우리 정부의 강한 유감과 시정을 요구하는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하였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이번 3차 한.중 국방전략대화 수석대표인 백승주 차관은 중국 측 수석대표인 왕관중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에게 "한.중 간 신뢰관계를 고려 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이 우리의 방공식별구역과 일부 중첩되고 이어도까지 포함되어 있는데도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데 매우 유감"이라고 입장을 전달했다.

또한 △주변국들의 방공식별구역 설정과 무관하게 이어도와 주변 수역에 대한 한국의 관할권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중첩되는 부분은 시정할 것 등을 요구하고, "우리도 국익보호를 위해 한국방공식별구역의 확장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즉,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고, 한국정부 나름대로 KADIZ를 확장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중국 측은 "한국 측의 요구에 대해서 수용하지 않겠다"고 답변했으며, 한국정부의 이어도 관활권, KADIZ 확장검토에 대해서는 듣기만 했을 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대변인은 "중국 측의 회담 내용을 우리가 구체적으로 밝히기 곤란하다"면서도 "시정요구에 대해서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방공식별구역 도면 [자료제공-국방부]

중국 측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이후 처음 마주한 한.중 간 국방 고위급 회담에서 중국 측의 완고한 입장만 확인한 것에 더해,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서해(황해)까지 확장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중국 인줘(尹卓) 해군 소장은 중국 관영 <CCTV>에 출연 "중국이 앞으로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할 것"이라며 "황해(서해), 남해에 대해서도 앞으로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관련 준비 작업이 끝나면 선포하게 될 것"이라며 방공식별구역을 서해까지 확장할 것임을 기정사실화 했다.

현재 중국 정부가 선포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에는 일본과 분쟁 중인 댜오위타이(일본명 센카쿠열도)와 우리의 방공식별구역 일부 및 이어도 상공이 중첩되어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황해(서해)와 남중국해까지 방공식별구역을 확장할 경우, 한.미 연합군사연습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한.중 간 문제를 넘어 한.미.일, 북.중 간 군사대결구도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북한을 대상으로 한 연례적 군사훈련임에도 결국 자국을 향한 군사훈련이라고 인식해 탐탁치 않게 생각해 왔다.

실제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미국이 항공모함을 서해로 보내 한.미 연합훈련을 진행하려 하자 이에 반발, 동해에서 중국 측 훈련이 실시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이 동중국해에 이어 서해까지 방공식별구역을 확장할 경우, 한.미 연합 방위력의 운신의 폭이 좁아져 한.미 연합군사연습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방공식별구역은 타국의 군용기가 해당 구역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해당국에 사전에 진입사실을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미 군 당국이 연합연습 과정에서 해당 구역 통과시, 중국 측에 통보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한.중, 미.중 간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26일 미군 B-52폭격기들이 댜오위타이(일본명 센카쿠열도)에서 200km 떨어진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동쪽 외곽지역을 남북방향으로 왕복 비행했을 당시, 중국 측에 사전통보하지 않았다.

이에 중국은 실제적 방어조치는 하지 않았지만 류제이 중국 유엔주재 대사가 불만을 표시했으며, 비슷한 일이 발생할 경우 중국 측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중국의 추가적인 방공식별구역 확장까지 감안해서 현재 검토 중"이라며 "국익과 국제적 관행, 관련국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도 28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을 확장시켜서 이어도를 포함시킬 것이냐는 이러한 문제들은 앞으로 국익 극대화를 염두에 두면서 검토가 될 것”이라며 “검토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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