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 전투행위를 수행하는 군대는 기본적으로 육군과 해군, 공군으로 나뉜다. 조선인민군의 경우 최근 전략로켓군이라는 4군 체제로 재편했고 국군도 상륙작전을 전담하는 해병대를 두고 있지만 21세기 전투에서도 전술적 차원의 군종을 구분한다면 여전히 육군, 해군, 공군이 기본이다.

이 가운데 해군과 공군의 군비지출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21세기의 일반적 경향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투행위에서 필수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군종은 단연 육군, 즉 지상군이며 이 가운데에서 가장 필수적인 병종은 바로 보병이다.

보병은 공격작전과 방어작전을 모두 수행할 수 있으며 지역의 점령과 정찰 업무 등 다양한 작전을 소화할 수 있어 대부분의 군사작전의 기본요소이며 특히 전투의 종결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다. 최근 일반화된 장갑차 등에 탑승한 기계화보병 전력은 전차부대와 협동작전 시 전차의 진출을 뒷받침하는 필수전력으로 구분된다.

전쟁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보병의 무기체계는 개인용 소화기, 즉 소총이 기본이다. 독자적인 전술작전을 담당할 수 있는 중대의 시야에서 살펴본다면 보병의 무기는 박격포병과 중기관총을 비롯한 중화기까지 포함하겠지만 대부분의 보병은 기본적으로 소총병으로 분류된다.

개인화기 - 소총의 역사

보병의 출발은 창병에서 기원하며 철강생산 능력이 늘어나면서 칼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들은 이후 활을 쏘는 궁병을 도입하며 원거리 타격능력을 확보하였는데 15세기 중반, 흑색화약을 넣고 심지에 불을 붙여 탄환을 발사하는 화승총이 개발된 이래 보병의 무기체계는 칼과 창, 활에서 점차로 소총으로 이행하였다.

▲ 전쟁의 초기에 사용되던 총구장전식 머스켓(화승총) [출처 다음 블로그]

총구의 전방에서 흑색화약을 넣고 이를 총구 후미로 밀어넣은 다음 탄환을 넣고 심지에 불을 붙여 발사하는 화승총은 궁수와 달리 특별한 기술연마 없이 누구나 쉽게 조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초기 화승총은 활에 비해 사정거리가 짧았으며 결정적으로 연사능력이 떨어져 전쟁터에서 사용은 제한적이었다.

19세기 전쟁이 기본적으로 열을 맞춰 전진하는 밀집대형으로 치러진 것도 당시 총의 연사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보병이 밀집한 상태에서 열을 바꿔가면서 사격해 명중률과 연사력을 만회하였다.

그러나 총의 입구에서 화약과 탄환을 장전하는 방식에서 총의 후미에서 장전하는 총미장전식 소화기가 개발되면서 보병들은 엄폐물에 몸은 은거한 채 사격이 가능하게 되어 소총의 활용도는 급격히 늘어났다.

이후 소총은 소총탄두에 화약을 채운 탄피를 연결해 장전과정을 매우 간소화한 오늘날의 탄환이 개발되면서 대표적인 보병의 기본화기로 자리잡았으며 19세기 말, 탄환의 발사 시 형성되는 배기가스와 노리쇠 반동을 이용해 탄환을 자동으로 장전할 수 있는 기관총이 개발되면서 총의 보급은 대폭 향상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1942년, 나치독일은 무거운 중기관총보다 휴대하기 간편하면서도 권총탄환을 이용하는 기관단총보다는 파괴력이 강한 새로운 소총인 Stg44(Sturmgewehr 44)를 개발해 돌격(Stum)소총이란 이름을 붙여 2차대전 전장에 내보냈다. 기관단총보다 강력한 파괴력을 가지면서도 중기관총보다 가벼워 휴대가 용이한 Stg44는 실제 보병의 돌격작전 시 개인화력을 보강해주면서 보병의 전투수행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 최초의 돌격소총 Stg44 [출처 : www.geocities.ws]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세계 각국들은 5발에서 7발 가량의 탄환을 단발사격하던 기존의 반자동소총 체계에서 탈피해 탄환의 연사가 가능하면서도 가벼운 돌격소총을 경쟁적으로 제작하기 시작하였다.

이 가운데 소련의 미하일 칼리시니코프는 1947년, 소련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였던 2차 세계대전을 교훈삼아 강력하면서도 효율적인 돌격소총으로 ‘붉은군대’를 무장시키기 위해 AK-47을 개발하였다. 칼리시니코프는 돌격소총이 실제 전장에서 사용되려면 명중률도 높아야하겠지만 고장이 나지 않도록 구조가 단순해야 하며, 생산단가가 저렴해 폭발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착안해 높은 신뢰성과 단순함, 저렴한 가격에 초점을 맞춰 신개념의 돌격소총을 개발하였다.

▲ 가장 널리 통용된 AK-47 [출처 : en.wikipedia.org]

AK-47은 그 구조의 단순함과 저렴한 비용으로 인해 이후로 지금까지 사회주의권과 제3세계 진영에 급속도로 유포되었으며 대략 1억정 정도가 생산되었다고 추정되어 역사적으로 가장 많이 생산된 돌격소총으로 기록되고 있다.

전장 효율성 측면에서 본 AK-47

AK-47은 말 그대로 전투용 소총으로 안정적인 사격대회에서 입상하기 위한 목적에서 생산된 소총이 아니다. AK-47은 고성능의 정밀조준소총이 아니라 비바람이 몰아치는 숲속의 진흙 구덩이와 모래폭풍이 몰아치는 사막에서도 고장나지 않고 제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소전이 발발하자 소련은 대규모 징집을 통해 보병을 급격히 늘렸지만 이들 대부분은 총이 없어 수류탄을 들고 적진으로 돌격하다가 무리죽음을 당했다.

이에 칼리시니코프는 전시에 소총을 급격히 양산하기 위해서는 돌격소총이 단순하고 저렴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게다가 2차 대전 당시 실제 보병간 교전거리가 400m를 넘지 않았다는 분석에 착안해 원거리 명중성보다 구조의 간편성, 저렴한 생산비용에 초점을 맞춰 실제 전쟁발발 시에 급격하게 징집될 보병들을 완전히 무장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그런 측면에서 AK-47은 고장방지와 신속한 수리를 위해 탄환의 직경을 7.62mm로 상대적으로 크게 설계하였다. 이는 1930년대에 개발된 미국의 M1 개런드 소총의 탄환과 같은 크기이다. 하지만 이렇게 대구경 탄환을 만들 경우 탄환의 크기와 무게가 늘어나게 되므로 약실의 화약을 줄여 전체 탄환의 길이는 39mm로 짧게 만들었다. 이렇게 한 결과 AK-47의 탄환은 대구경 저속탄이 되어 공기의 저항을 많이 받아 명중률이 떨어지게 되었다.

단발사격 위주의 반자동소총인 M1과 같은 크기의 탄환을 연발사격하는 AK-47은 당연히 사격시 반동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격시 불편함은 구조의 단순함과 정비의 편리함, 무엇보다 어떠한 조건에서도 고장이 나지 않는다는 커다란 장점 앞에 비교대상이 되지 못하였다. AK-47의 낮은 명중률도 앞서 언급한 대로 실제 보병간 교전거리가 400mm 이하였기 때문에 AK-47이 저격용 총으로 사용되지 않는 이상, 문제될 것이 없었다.

소구경화 된 AK-74

그러나 대구경 소총을 사용하게 되면 탄환의 크기가 커지고 무게가 무거워진다. 이는 각 보병들이 소지할 수 있는 최대 탄환량을 줄이는 결과를 낳게 하며 강력한 화망을 형성하는데 제약요건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한 이유로, 오늘날 돌격소총의 탄환은 소구경화되는 경향이 있다. 탄환이 소구경화되면 동일한 자원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으며 보병 1인이 소지할 탄환의 숫자가 많아지며 이는 각 보병부대의 전투력이 그만큼 상승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소련은 1974년, 기존 돌격소총인 AK-47에서 7.62×39mm 탄을 소구경인 5.45×39mm로 대체한 AK-74를 개발하였다.

▲ AK-47의 단점을 보완한 AK-74 [출처 : thespecialistsltd.com ]

탄환이 소구경화되면 탄환 발사시 탄두의 크기가 줄어들므로 그만큼 사격시 반동이 줄어든다. 또한 발사 이후 탄환의 공기저항이 그만큼 감소하므로 명중률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게 된다. 그리하여 AK-74는 기존 AK-47의 약점으로 이야기되던 사격시 강한 반동과 낮은 명중률을 한꺼번에 해결하였다. 나아가 AK-47에서 사용되던 목재개머리판과 총열받이를 플라스틱으로 대체해 더욱 경량화하였다.

또한 AK-74에서는 커다란 소염기를 장착해 사수의 조준력을 향상시키고 은폐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소총의 발사 시 탄약의 연소로 인해 총구에서 불꽃이 일게 되는데 이는 야간 사격시 사수의 위치를 적군에게 노출시키며 총구의 불빛으로 인해 효율적인 조준을 힘들게 한다. AK-74는 총구의 앞부분에 소염기를 장착해 야간사격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소하였다.

소련은 AK-74를 1980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후로 오늘날까지 소련군의 제식소총은 아직도 대체적으로 AK-74계열이 유지하고 있다.

조선인민군의 개인화기

오늘날 조선인민군이 채택하는 돌격소총은 1988년부터 생산되어 88식 자동보총으로 이름 붙여져 있다. 북한의 88식 보총은 AK-74와 같다. 북한군은 기존의 AK-47을 1958년부터 생산해 58식 보총이라 부르고 AK-74를 88식 보총으로 부르고 있다.

▲ 조선인민군이 소지하고 있는 접철식 88식 보총 [출처 : 네이버 블로그]

88식 보총의 전장은 943mm이며 중량은 3.03kg, 장탄수는 30발을 장전할 수 있다. 5.45mm 소구경탄환을 사용하며 발사속도는 분당 650발이며 유효사거리는 500m이며 조준가능사거리는 1000m이다. 북한군의 88식 보총은 상황에 따라 개머리판을 접을 수 있게끔 제작된 접철식이다.

현재 우리 군이 사용하고 있는 K2 소총은 전장이 970mm로 88식 보총보다 2.7cm가 더 길며 중량은 3.26kg으로 230g 만큼 더 무겁다. 사용하는 탄약은 5.56×45mm탄을 사용해 탄환이 좀 더 크며 장탄수는 20발과 30발의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전반적인 총기의 특성에서 K2는 더 크며 무겁고 장탄수가 떨어지지만 이는 탄환의 크기와 일정한 연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K2 소총은 연사속도가 분당 700-900발로 88식 보총을 능가하며 3점만 연사하는 3점 사격이 가능하고 유효사거리도 600m로 더 길다.

이를 비교해 본다면 사격재원으로 보면 K2소총이 더 우세함을 알 수 있다. 다만 전진과 매복, 방어와 기습, 정찰, 공병 등의 다양한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보병의 특성상 휴대의 간편성과 장탄수에 있어서 88식 소총이 우세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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