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기 /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북한은 9월 9일, 정권수립 6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열병식과 대규모 군중시위를 가졌다. 이날의 열병식에는 북한의 예비병력인 노농적위군이 주도하였다.

북한의 노농적위군은 예비병력으로 한국의 향토예비군, 민방위와 같다고 볼 수 있다. 노농적위군은 노동자, 농민, 제대군인 등 500여만 명 규모이다. 1959년 노농적위대로 창설해서 2010년 10월10일 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명칭이 노농적위군으로 바뀌었다.

북한은 군사를 앞세우며 이를 중시하는 선군정치방식을 표방하고 있으므로 정권수립 기념일에도 대규모 열병식이 행사의 중심이 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다만 북한의 권력요소를 당-군-정의 3요소라 보았을 때 정권수립 기념일은 군이 아니라 정이 중심에 서는 열병식 행사가 논리에 맞고 결국 정부기관이 주도하는 민간무력역량인 노농적위군이 열병식을 담당하게 된다. 북한은 정권수립 60주년인 2008년 9월과 63주년인 2011년 9월에도 노농적위대 열병식을 진행했다.
 

▲ 9월 9월 단행된 노농적위군 열병식과 군중시위.

군이 아니라 정부가 주도한 열병식이므로 경축보고도 박봉주 내각총리가 담당하였으며 오일정 당 민방위부장이 노농적위군의 열병행진을 지휘했다고 한다.

박봉주 총리는 보고에서 “우리 군대와 인민은 진정으로 평화를 사랑하지만 적들이 끝끝내 공화국을 반대하는 전쟁을 일으킨다면 천만이 총이 되고 폭탄이 되어 사회주의 조국을 철옹성 같이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예비병력 열병식의 의미

노농적위군은 군인이 아니라 예비군, 북한의 일반인들이다. 평소에 직장에 다니다가 총을 쥐고 열병식에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언론 일각에서는 북한의 노농적위군 열병식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 등 대화에 적극 나서는 북한의 최근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조선인민군 열병식이 아니며 최신무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전쟁은 무기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지난 베트남전쟁과 아프간전쟁의 교훈은 현대전이라 하더라도 우수한 무기만 앞세운다고 전쟁에 승리하는 것은 아니며 전쟁의 필수적 요소가 정신적 단결, 정신적 저항요소에 있다는 것이다.

전쟁은 무기뿐만 아니라 군수무기의 생산능력 등 설비도 중요하며 전쟁을 담당하는 군인들의 준비정도, 사회적 단결력 등 정신적 측면도 매우 중요하다.

노농적위군의 열병식은 신무기가 나오지 않았지만 북한 예비병력을 내보인 것이다. 쉽게 말해 한국정부의 예비군과 민방위들이 열병식을 진행한 것과 같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이 일반 직장인, 사회인들로 구성된 예비병력으로 독자적인 열병식을 진행함으로써 예비병력의 준비정도와 무장정도를 통해 북한정권을 무력으로 붕괴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팎에 시위한 것이다.

노농적위군이 한미연합군에게 주는 부담감은 첫째, 500만 명에 달하는 규모이다. 500만 명의 군병력은 10만 명 규모의 군단 50개를 구성할 수 있어 조선인민군의 군사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것이다.

노농적위군의 작전영역은 휴전선 북쪽의 북한영내로 볼 수 있다. 한반도에 전면전이 발발할 경우, 조선인민군은 휴전선에서 전면충돌을 통해 대규모 남진을 기도할 가능성이 높다. 한미연합군이 공수특전단 등 특수부대를 투입할 경우, 그리고 해병대를 앞세운 대규모 상륙작전으로 북한의 배후에 제2전선을 형성하려할 경우 북한의 예비병력인 500만 명의 노농적위군이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 전역에서 전쟁 발발시 언제든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500만 명이 군사활동에 나서게 된다면 한국전쟁 시기에 인천상륙작전 이후 유엔군이 쉬지 않고 압록강변까지 진격했던 상황은 재현되기 매우 어려워진다.

예비병력의 무장 정도

노농적위군이 무장 정도도 무시할 수 없다. 노농적위군은 휴대용 대전차 로켓(RPG)부터 북한의 방사포(다련장로켓)를 트랙터로 견인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휴대용 대전차 로켓은 은폐된 보병병력이 전차나 상대 병력을 향해 공격할 수 있어 전차나 장갑차가 활동할 경우 반드시 보병을 대동해야 하는 필요성을 갖추게 한 무기이다.

고정표적의 경우 유효사거리가 500m에 달하는 만큼 보병병력의 화력을 보강시키는데 대표적이 무기로 중동을 비롯한 지역에서 민병대가 갖춘 무기로 많이 알려져 있다.

또한 주목을 끈 점은 북한의 주요 포화력인 방사포를 트랙터로 견인하였다는 점이다. 북한이 연사능력이 뛰어난 방사포를 휴전선 이남 공격뿐만 아니라 각 지역방위에도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쟁시기가 되면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은 물자징발이 훨씬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일반 협동농장과 기업소의 차량과 트랙터 등은 군수용으로 징발될 것이며 그 결과 트랙터가 방사포를 끄는 장면은 비단 노농적위군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최전선에서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열병식이 과시하고자 하는 면은 무기보다 기본적으로 보병부대의 제식수준이다. 보병의 제식은 각 보병들이 얼마나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 명령과 지휘통제 체제를 얼마나 잘 따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요소이다. 수백 명의 열병대오가 하나의 구령에 맞춰 앞, 뒤, 대각선 열까지 정확하게 맞춰 동시에 발걸음을 내딛는 제식은 실제 수행하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현역군인들이 아니라 군대를 제대한 예비군들이 높은 제식수준을 보인다는 것은 이들이 즉시에 전투에 투입되어 군사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면에서 현 시기 조선인민군 병력은 100만 명이라고 하지만 전쟁 발발시 이들의 병력은 700만에서 800만 명으로 확대될 것이다.

북한이 전 세계 군사비의 절반을 독점한 미국을 상대할 수 있는 것 역시 비단 핵과 미사일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는 전 사회적으로 똘똘 뭉친 군사대응태세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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