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호 /양심수후원회 운영위원

 

 

6.15산악회 7월 산행은 큰산 악(岳)자가 3개나 들어가는 강원도 춘천시 삼악산으로 정해졌다. [사진-6.15산악회 제공]

7월 산행은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삼악산(三岳山)으로 정해졌다. 통상 산의 이름에 ‘큰 산’ 악(岳)자가 들어가는 산은 험하다. 설악산, 치악산, 월악산 등이 그렇듯이. 그런데 이 산은 그 놈의 악(岳)자가 한 개도 부족하여 3개씩이나 있으니 얼마나 험할까?

더욱이 이 산은 지난 해 여름에도 우리 ‘6.15산악회’에서 가본 산인데, 산이란 본래 오르락 내리락 하며 정상에 도달해야 하는 것이 상례임에도 불구하고 어찌 된 것이 이 산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기울기가 플러스(+)일 뿐이다. 거기에 정상 가까이에서부터는 바위의 비세(非勢)가 무척 험한 그런 악몽(?)같은 기억을 갖고 있다.

더욱이 산에 오르기로 한 날은 아직까지 장마가 끝나지 않아 하루 종일 비가 내릴 것이라 예보된 날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른 아침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떠났다. 통상의 산악회는 ‘우천시 취소’라는 단서가 붙지만 이놈의 <6.15산악회>는 그러한 예외 단서가 없는 이상한(?) 모임이다.

이름 값 하려는 듯 시종 한결같이 가파른 삼악산 [사진-6.15산악회 제공]

하지만 이번 산행에는 얼마 전 위암수술로 자신의 위를 모두 도려내는 큰 수술을 받으신 김재선 산악대장님도 함께 하신다니, 차창 밖으로 내리는 비를 보면서도 즐겁게 갈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비가 내리고 있었음에도 모두 26명이 참여하는 작지 않은 산행이 되었던 것이다. 더욱이 이날은 남방한계선 바로 아래에서도 2명이나 참석했다.
파주민통선 안에서 농사를 짓고 있던 전환식형님, 이재훈씨가 참석한 것이다.

각자의 ‘조건’과 ‘처지’를 고려한 ‘6.15식 등반’

결국 이렇게 모인 산악회원들은 항상 그랬듯이 2개 조로 나뉘어 올랐다. 한 개조는 의암댐 근처에서 정상으로 올랐고, 다른 조는 나이 및 신체적 조건 등을 고려하여 등선폭포 쪽으로 오르기 시작하여 2개조가 다시 하나가 되는 그런 산행이다.

나이와 신체조건까지 배려하는 6.15산악회의 '화해.협력'정신 [사진-6.15산악회 제공]

따라서 우리 산악회는 그야말로 6.15남북공동선언을 지지하는 사람이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는 산악회이다.

1조에 속한 나는 무더운 날씨와 다행히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이따금 흩날리는 비를 맞으며 흐르는 땀과 범벅이 되어 끝없이 정상을 향해 올랐다. 지난 해의 이 산은 그나마 날씨가 좋아서 힘겨웠지만 아래로 펼쳐지는 한강 줄기의 모습을 보며 땀을 닦을 수 있었다.

숨겨진 비경은 땀 흘린 사람에게만 모습을 드러낸다. [사진-6.15산악회 제공]  

하지만 이번 산행은 20~30미터 앞밖에 볼 수 없는 안개 속의 산행이라 아쉽게도 그저 땀만 닦으며 오르는 힘겨운 산행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작년에도 느꼈지만 의암댐 쪽으로 정상을 오르면 계속 기울기가 플러스(+)인 험난한 등반이지만 정상을 찍고 등선폭포 쪽으로 내려올 때 보이는 폭포의 비경에 고단함에 씻겨지는 그러한 코스이다.

이번 산행은 산의 규모와 험난함으로 인하여 1조와 2조가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 힘든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식사는 각 조별로 이루어졌다. 또한 비도 내리고 하여 결국 산상 강연 역시 산 속에서 이루어지지 못하고 결국 뒤풀이 장소에서 행해졌다.

뒤풀이에서 베풀어진 ‘산상강연’의 향연

이날의 산상강연은 참가자 가운데 최고령으로 항상 1조에 속하여 누구보다 힘차게 정상까지 오르시는 유기진 선생님께서 맡아 주셨다. 선생님께서 살아 온 삶은 그야말로 식민지와 분단의 역사이기에 자신이 겪어 온 삶을 전해 듣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커다란 역사학이요 정치학이었다.

어떠한 환경과 처지 속에서도 역사와 변혁을 위해서 각자가 할 일이 있으며, 그것은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대중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하신다. 그런데 그러한 대중의 지지를 얻는 것은 현란한 언술이 아니라 자신의 모범적인 삶 속에서만 가능하다는 말씀. 천 번 만 번 지당한 말로 우리의 가슴에 새겨두어야 할 말이다.

이번 산행의 대상이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산이다 보니, 오는 길도 멀었기에 돌아가는 길도 멀 수밖에 없어 뒤풀이는 길게 가지 못하였다. 이리하여 모두가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지만 아쉬움이 남는 사람들 몇몇은 서울 상봉역에 내려 그 아쉬움을 달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나무가 하나면 외나무(木)요, 둘이 서면 숲(林)을 이루고, 셋이 함께 하면 삼림(森)이 되어 그 어떤 바람에도 끄떡없다. [사진-6.15산악회 제공]

덧글 하나 : ‘상식’과 ‘믿음’이 충돌했던 나의 경험

내가 <6.15산악회>에 결합했던 초기의 일이다. 그 전 산행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김재선 산악대장에게 다음 산행 때 어떤 책을 빌려주기로 했는데 산행 전날부터 계속 비가 내리고 있었다. 쉽게 그칠 비가 아니었고 일기예보 역시 산행이 있는 다음 날까지 계속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음 날 비가 안 올 수도 있다는 기대에 아침 일찍 일어났지만 역시 비는 꽤 내리고 있었다. 산을 오르기에는 적지 않은 양이었다. 그래서 혼자 생각을 했다.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니 산행은 취소될 것’이라고…

결국 이렇게 산행을 포기하고 집에 남아 있기로 하고는 집결시간이 임박해서 ‘혹시나…’하는 생각에 전화를 해 보았다. 그런데 웬걸? 사람들은 모두 모여 이제 산에 오를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늦었지만 베낭을 메고 급히 금정역으로 떠났다. 그 시간에도 비가 오고 있었으니 빌려 줄 책이 젖지 않도록 비닐로 꽁꽁 묶어 급히 떠난 것이다. 본대와는 한 시간도 넘게 늦은 시각이라 그야말로 부랴부랴 쉬지 않고 산 정상을 향했고 간신히 점심식사 때 본대에 결합할 수 있었던 경험이 있다.

이날 나는 뒤늦은 전화통화를 통해 산행이 취소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리에 뒤쫓아 가며 ‘상식’과 ‘믿음’이라는 두 단어를 생각했다.

‘그렇게 많은 비가 쏟아지는데’… ‘그것도 젊은 사람들만 가는 산악회가 아니라 70~80대 노인이 최소한 4~5명쯤은 항상 함께 하는 산악회인데’… 나는 당연히 그날의 산행은 취소될 것이라고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을 하며 집결장소에 가지 않았다.

바로 전날 밤부터 내린 비라 공식적인 산행취소 공지를 못했으리라는 판단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를 제외한 우리 산악회 사람들은 나와 달랐다. 그 폭우 속에서도 모두 함께 한 것이다. 그날 나는 그 일을 겪으며 온 종일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상식’으로 문제를 접했지만, 저들은 ‘믿음’ 즉 동지와 조직에 대한 믿음으로 문제를 접했구나”라는 생각을.

덧글 둘 :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위의 덧글에서 이야기했듯이 <6.15산악회>에는 ‘믿음’이 있어서 나는 좋다. 그런데 최근 이명박 정권 말기부터 박근혜 정권에 의해 우리 산악회의 커다란 한 축인 ‘범민련’에 대한 탄압이 가속화되고 있다.

물론 범민련 동지들이 모두 산악회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규재 의장과 이경원 사무처장의 구속을 시작으로 노수희 서울 범민련 의장, 원진욱 사무차장, 김성일 사무차장 등 항상 산악회에 함께 하던 동지들이 구속되어 있다. 그야말로 ‘귀태(鬼胎)’정권에서 우리 범민련의 씨를 말리려고 작정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탄압의 형태이다.

하지만 범민련 동지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굳건히 잘 싸우고 있어 그 믿음이 더욱 간다. 이번 삼악산 산행에도 강인옥, 강경태 등 지금 범민련에 남아 온갖 고생을 다하고 있는 동지들이 함께 했다. 이렇게 고생하는 우리 범민련 동지들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전해주고 싶다.

“나무가 하나면 외나무(木)요, 둘이 서면 숲(林)을 이루고, 셋이 함께 하면 삼림(森)이 되어 그 어떤 바람에도 끄떡없다.”

참고로 내가 잠시(?) 외국에 나가있게 되어 지난 날에 그 동안 제대로 면회도 못 가보아 미안했던 몇몇 분들에게 그 미안함을 면해보고자 안동, 광주, 대전교도소 등을 돌며 면회를 했는데 바로 한 달 사이에 또다시 김을수 의장권한대행과 김성일 사무차장에 구속됐다.

더욱이 김을수 의장님은 바로 지난 달 함께 교도소를 순방했던 분인데 이제는 그도 교도소로 들어가 버리는 탄압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탄압이 아무리 계속될 지라도 우리는 더욱 크게 외친다.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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