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11일 자신들이 제의한 금강산 관광재개 실무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회담을 모두 보류한다는 입장을 남측에 통보했습니다. 보류 이유는 ‘개성공단 문제해결에 집중하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하루 전인 10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2차 남북 실무회담이 진행 중일 때 북측은 이 두 가지 회담을 별도로 제의했다가, 남측이 이산가족 실무회담만 수용하자 이날 둘 다 보류한 것입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 남측이 금강산 실무회담은 거부하고 이산가족 실무회담만 수용한 것에 대해 북측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하는데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남측의 선별적이고 소극적인 대화 의지에 대한 아쉬움의 표시일 수 있습니다. 손바닥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북측은 대화에 적극적인데 비해 남측이 선별적으로 대하자 남측의 대화 의지에 의구심을 가졌을 만하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 관광재개, 이산가족상봉은 한 묶음으로서, 북측으로서는 함께 진행하고자 했습니다. 비록 ‘격’ 문제로 무산되기는 했지만, 지난 6월6일 북측이 전격적인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의하면서 이 세 가지를 함께 제안한 것이 그 방증입니다.

지금 역시 북측은 그 연장선에서 남북대화를 하자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측의 이 같은 남북대화 지속성과 적극성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 성사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3일 개성공단 기계전자부품 소재 기업인들이 남북 당국 조치가 없을 시 개성공단 내 설비를 국내외로 이전하겠다고 밝히자, 북측이 이들의 방북을 허용한다는 전통문을 발송한 것입니다. 남북대화를 위한 선수(先手)를 잡은 것이자 남측 기업인을 위한 명분에도 부합하니까요.

이어 지난 7일 새벽 개성공단 1차 실무회담이 끝나자 북측 <조선중앙통신>은 채택된 합의서 내용을 3시간 여 만에 신속히 보도했습니다. 또한 10일 2차 실무회담이 ‘별무성과’로 끝나자 북측은 이날 오후 개성발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자신들은 합의서 초안까지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입장이었지만 남측이 무성의한 태도를 보여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북측의 적극성은 전반적으로 남북관계를 대화 무드로 가져가고 싶다는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북측 여자축구대표팀이 이달 20일 서울 등에서 열리는 ‘2013 동아시안컵’에 참가하기 위해 남측에 옵니다. 8년 만의 일입니다. 이때 남북은 축구를 통해 ‘뜨거운 핏줄’을 만끽할 수도 있습니다. 축구가 남북간 대화 분위기 조성에 한 몫 할 것은 분명합니다.

아무튼 북측은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 관광재개, 이산가족상봉 등, 이 세 가지를 분리진행이 아닌 일괄진행으로 하고 싶은데 그게 여의치 않게 된 것입니다. 남측이 이산가족은 받고 금강산은 안 받자 이 경우 그냥 진행하면, 그나마 개성공단마저 안될 경우 이산가족만 진행하게 되는 이상한 모양새가 연출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류길재 통일부장관도 11일 한 강연에서 개성공단 재가동 뒤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힌 터라 ‘개성공단-금강산’은 한짝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15일 개성공단 3차 실무회담만 풀리면 금강산 관광재개도 가능하고, 여기에 이미 예약(?)되어 있는 이산가족상봉 실무회담도 합류할 것입니다. 물론 3차 실무회담에서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일단 남북관계는 휴지기로 들어설 것입니다.

결국 15일 3차 실무회담이 개성공단 정상화 및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 분수령이 되는 만큼 남북은 모두 개성공단 논의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됐습니다. 당연히 북측이 ‘금강산-이산가족 실무회담’을 일단 보류시키고 ‘개성공단 문제해결에 집중하기 위함’에 초점을 맞춘 이유입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