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인 이기형 선생 통일애국장’ 추도식이 13일 저녁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미망인 방현주(90세) 여사와 유가족, 고인과 민족통일투쟁의 현장에 함께 했던 100여 명의 지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향년 96세.
이날 추도식은 한국진보연대, 양심수후원회,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범민련 남측본부, 한국작가회의 등 시민사회단체에서 장례위원회를 구성해 치렀으며,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와 김미희 의원 등도 참여했다.
민중의례와 한국작가회의 공광규 시인의 약력보고에 이어 고인의 생전 육성 녹음이 흘러나오고, 이어 맹문재 시인이 <전위의 시인 이기형 선생님께>라는 조시를 낭송하자 장내는 숙연한 분위기로 빠져들었다.
추도사는 장례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진보연대 오종렬 총회의장, 양심수후원회 권오헌 명예회장과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이부영 회장 등이 차례로 낭독했다. 모두 고인과의 인연을 소개하고 분단된 민족을 하나로 이으려 시를 써온 민족시인의 평생을 회고하면서, 이승의 고단함 잊고 편안히 잠드시길 한 마음으로 기원했다. 그리고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어려울 때 읽던 고인의 시집 <산하단신>을 들며 “민족통일과 한반도의 평화를 이뤄 보답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관련기사 보기]
나는 간다
역마다 백두산 표를 안 팔아
나만 미쳤다고 쑥덕인다
과연 누가 미쳤나 흑발이 백발이 되도록
귀향 표를 살려는 놈이 미쳤나
기어이 못 팔게 하는 놈이 미쳤나
그럼, 나는 간다
미풍같은 요통엔 뻔질나게 병원 드나들어도
조국 허리통엔 반백년 줄곧 칼질만 해대는
저 놈을 메다꼰지고 걸어서라도 날아서라도
내 고향이 옛날처럼 날 알아보게시리
하얀 머리는 까맣게 물들이고
얼굴 주름은 펴고
아리고 찢어지는 가슴 쓰다듬으며 나는 간다
걸어서라도 날아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