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족시인 이기형 선생 통일애국장'이 13일 오후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이창훈 통신원]

13일 오후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민족시인 이기형 선생 통일애국장'에서 추모식에는 어울리지 않는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장례위원회 호상을 맡은 남정현 작가의 제안 때문이었다.

남 작가는 인사말을 통해 고 이기형 시인과 문익환 목사 모친 장례식에 함께 갔을 때의 일화를 소개하며 "당시 문익환 목사가 어머니는 참 아름다운 삶을 살다 가신 분이라며 눈물이 아닌 박수로 보내드렸으면 좋겠다는 제안 때문에 박수를 친 적이 있는데, 이때 이 시인이 '이렇게 아름다운 장례식은 처음이다'며 말했던 기억이 있다"며, "참으로 열심히 민족의 통일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살다 가신 고인에게도 눈물대신 박수를 쳐드리자"고 제안했다.

▲ 이날 추모식에서 남정현 작가는  "고인에게 눈물대신 박수를 쳐드리자"고 제안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창훈 통신원]

이날 추모식에는 고 이기형 시인과 민족통일투쟁의 현장에서 같이했던 많은 이들이 참석했다.

민중의례와 한국작가회의 공광규 시인의 약력보고에 이어 맹문재 시인이 직접 작성한 '조시'가 낭송되어 참배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추도사는 장례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진보연대 오종렬 총회의장, 양심수후원회 권오헌 명예회장,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이부영 회장 등이 나와 낭독했다.

오종렬 총회의장은 "우리가 선생님을 민족시인 이라고 부르는 것은 시인이 분단된 민족을 하나로 이으려 시를 한평생 써오신 분이기 때문"이라면서 "제국주의는 그 모습을 수시로 바꿔가며 우리 민족을 수탈하고 있다. 초국적 자본이 나타나 민중이 노력하여 얻은 대가를 곶감 빼먹듯이 빼가기도 하고, 국제적인 무기판매상들은 전쟁의 위기를 고조시키며 고가의 무기를 팔아먹고 있다"고 성토했다.

오 총회의장은 "까딱 잘못하다가는 실제 전쟁이 나기도 한다"면서 "선생님은 이러한 국제정세를 꿰뚫어 보며 '우리 민족이 살길은 통일뿐이다'라는 ‘민족시’를 써 오신 분이다"고 추모했다.

이어, 권오헌 명예회장은 "통일을 보기 전에는 죽을 수 없다던 선생님이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가신 것이 매우 안타깝다"며 "1947년 몽양 선생 사후 분단으로 치닫기만 하는 민족의 현실을 보며 절필을 선언했지만, 1980년대 초 선생님이 환갑을 넘기고도 펜을 다시 든 것은 주변 문인들의 제안과 더불어 남은 인생을 민족통일의 제단에 받치겠다는 고인의 결심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권 명예회장은 "고인은 양심수들과 장기수 선생들을 억울한 사연을 듣고 자신의 삶처럼 받아드려 감동스러운 시어로 많은 시를 남기셨다"며 "돌아가시기 전날 찾아뵈었을 때 눈은 못 뜨셨지만 정신이 아주 말짱해 손을 꼭 잡아 주셨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라며 고인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이부영 회장은 "몽양선생기념사업회 고문으로 매년 몽양 선생 추도식장에 참석하여 큰 소리로 시낭송 하시던 선생님의 모습을 이제는 볼 수 없게 되었다"며, "선생님은 식민지시기에 10대를 보내고 여운형선생과 만나 해방된 조국을 꿈꾸던 젊은 청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 회장은 "그러다 몽양 선생이 돌아가시자 친일 반통일 세력이 지배하는 서울을 등지고 33년 만에 시를 무기로 삼아 다시 일어나셨던 분"이라고는 "한평생 북에 두고 온 어머니와 아내, 딸을 못 잊어 하시던 고인이 이제 어머니 곁으로 가게 되었다"고 추모했다.

그리고 순서에는 없었지만,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대표가 참석하여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였다.

이 대표는 "마음이 흔들리고 갈등이 심할 때 항상 읽는 책이 고인의 시집 '산하단신'이었다"며 "어려울 때 항상 힘이 되어 주신 선생님을 위해 민족통일과 한반도의 평화를 이뤄 보답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 꽃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민족시인 고 이기형. 14일 오전 발인해 고인은 경기 파주 동화경모공원에 안치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창훈 통신원]

유족 인사말을 한 장남 휘건 씨는 "아버님이 가시는 자리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감사하다"며 "아버님이 꿈꾸시던 세상이 꼭 현실화되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노래극단 희망새 단원들이 나와 조가로 '심장에 남는 사람'을 불렀으며, 한국작가회의 정용국 시인이 나와 고인의 시 '나는 걸어 간다'를 낭송하였다.

한편, ‘민족시인 이기형 선생 통일애국장’은 몽양 여운형선생 기념사업회, 한국작가회의, 한국진보연대, 양심수후원회, 범민련 남측본부 등 시민사회단체에서 장례위원회를 구성해 치렀으며, 14일 오전 발인해 고인은 경기 파주 동화경모공원에 안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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